「초등학교 급식 시, 어른용이 아닌 학생용 수저를 제공해야 한다.」는 학벌없는사회를 위한 시민모임 주장과 수많은 지역 언론보도에 대해, 어제 광주의 한 노동조합 지부장이 학교급식 노동현실을 고려하지 않는 처사라며 우리단체의 주장에 대해 전향적인 자세를 요구하였습니다.

하지만 노동조합 지부장의 요구와 달리, 2019년 8월 국가인권위원회는 “초등학교 학교 급식에서 아동이 사용하기에 적합한 수저 등 급식기구를 제공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국 17곳 시·도교육감에 표명하였습니다. 초등학교 급식도 교육의 일환으로 아동 최선의 이익 원칙이 최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한다는 의미를 권고문에 담은 것입니다.

앞으로 시·도교육청들이 국가인권위원회 권고를 잘 이행한다면, 학교에서 식생활과 식문화를 배우는 초등학생들이 보다 더 쉽고 편안하게 자신의 발달 단계에 알맞는 수저 등 급식 기구를 사용하고, 아동의 균형 있는 성장 발달에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전망이 됩니다.

물론 노동조합 지부장의 주장처럼 학교급식종사자의 업무 과중 등으로 인해 수저 관리의 어려움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럴 경우 정부와 교육청이 인력이나 예산 편성 등 장기적인 계획을 마련하거나, 학교별 상황에 따라 수저 및 세척 과정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도입해 해결해야 하며, 2019년 4월 학벌없는사회는 위와 같은 대안을 광주광역시교육청에 요구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광주광역시교육청은 「단위 학교 구성원들의 협의를 통한 학생용 수저 구입 및 교체」 등 방식의 소극적인 공문을 전체 초등학교에 발송하여 학교현장을 혼란에 빠트렸고, 9월 기준 광주지역 초등학교 155곳 중 저학년을 대상으로 어린이용 수저를 사용하는 곳은 37곳으로, 시민단체의 이른 요구에도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사항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처럼 학생용 수저는 한 벌에 2천 원 정도임에도 광주광역시교육청은 단위 학교에 책임을 전가하는 게 현실입니다. 물론 급식규모 등 학교별 상황에 따라 당장 수저 교체가 어려울 수도 있으나, 우선적으로 수저 구입만큼은 교육청이 책임을 지고 일괄 구매해놔야 함에도 아직까지도 이를 방관하고 있습니다.

한편, 학교급식종사자의 배치기준 등 다양한 학교노동자의 열악한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전국의 학교비정규직 관련 노동조합이 광주광역시교육청을 찾아 천막농성을 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수저 등 급식운영 개선을 한다.」는 명분으로, 이들의 요구처럼 학교급식종사자 등 인력과 예산이 늘어나고 노동환경이 미약하게나마 개선될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노동조합 지부장처럼 노동의 권리때문에 무작정 학생들의 인권을 접으라는 것에 대해 안타까움이 듭니다. 

“학생들의 손과 수저를 맞추기 전에, 어른들의 무관심부터 반성해야할 때”입니다.

 

박고형준, 학벌없는사회를 위한 시민모임 상임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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