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벌 타파” 10년 외침, ‘교육 판도’ 흔들다
대학 합격 현수막 철거
학력 조장 이력서 퇴출 등 성과

시민운동을 일컬어 우리 사회를 추동하는 ‘힘’이라고 합니다. 시민적 권리를 찾고, 사회문제를 해결해 나가기 위해 시민사회단체들이 최선봉에 서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시민운동은 재정난·인력난 등 여러 한계 속에서 어려운 걸음을 내딛고 있습니다. 시민운동의 불씨가 꺼진다면, 지역사회의 크나큰 손실이 아닐 수 없습니다. 

광주드림은 지역에서 고군분투 하고 있는 시민사회단체들을 정기적으로 소개하고 지면에 활동상을 알리는 기획을 마련했습니다. 시민 여러분들의 지지와 후원으로 이어져 시민운동의 불씨가 꺼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입니다. <편집자주>
 
모두가 학벌을 향한 무한질주 속에서 ‘학벌없는 사회’를 외쳐온 10년. 외롭게 쏘아올린 작은 공들이 어느덧 큰 ‘공’이 되어 교육 판도를 뒤흔들었다. 일명 ‘SKY대 합격’ 현수막이 철거되고, 학력차별 이력서가 사라지는 변화의 물결이다. 

그 변곡점마다 ‘학벌없는 사회를 위한 시민모임(이하 학벌없는사회)’이 선두에 섰다. 학벌에 가려진 자유·평등·인권의 가치가 유폐되지 않도록 절박하고도 치밀하게 투쟁해 왔다. 그렇게 10년을 싸웠지만, 학벌은 여전히 공고하기만 하다. 앞으로도 긴 싸움이 계속될 것이란 뜻이리라.

학벌없는사회는 올해로 창립 10주년을 맞았다. 학력차별에 관심을 가진 청년 2~3명이 모여 2008년 준비모임을 갖고 2009년 9월19일 창립했다. 광주에 뿌리를 두고 작은 동호회 수준으로 출범했지만, 교육문제를 전국적인 이슈로 만들어 제도 개선을 이끌어 온 강단 있는 단체로 통한다. 

원래 학벌없는사회는 ‘학벌없는 사회를 위한 광주시민모임’이었다가 최근 ‘광주’를 뺐다. 올해 1월18일 열린 정기총회에서 내린 결정이다. 광주에 거점을 두고 있으면서도 활동영역이 전국에 미친다는 게 첫째 이유다. 서울 거점의 ‘학벌없는사회’가 2016년 해산해 지역 명을 붙일 이유도 없어졌다. 
 
▲교육은 전국 활동…명칭서 ‘광주’ 빼
 
광주 서구 화정동에 터를 잡은 학벌없는사회를 찾았다. 단체에 복귀한지 한 달이 안 된 박고형준씨와 1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단체 활동에 뛰어 든 황법량 씨가 작고 아늑한 사무실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학벌없는사회는 장동, 대인동, 산수동 등 광주의 여러 곳을 옮겨 다녔고 지난해 화정동으로 이사했다. 

“의도한 건 아닌데, 어쩌다 교육청과 가장 가까운 곳까지 오게 됐네요.(웃음)”

형준씨가 멋쩍게 웃으며 말을 꺼냈다. 듣는 사람도 괜스레 머쓱한 건 기분 탓만은 아니었다. 제도권 교육의 상징, 교육청과 그곳에 일침을 가해 온 학벌없는사회의 질긴 인연(?)이 여전히 진행형인 까닭이다. ‘걸어서 5분 거리’만큼 좁혀지지 않는 사이도 있다. 

형준씨는 학벌없는사회를 위한 투쟁이라면 늘 빠지지 않는다. 학벌없는사회의 지난 10년은 그가 없었다면,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란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학벌 타파의 역사는 단체가 구성되기 전부터 시작됐다. 

형준씨는 고등학생이던 2000년 ‘중·고등학생연합’ 광주지부 핵심 멤버로 참여해 교육문제로 토론하고 활동했다. 학생들의 두발자유화를 요구하며 집회에 참여하고, 자치기구인 학교운영위원회에 학생들을 참여시켜달라고 캠페인을 벌였다. 고3 겨울 수능 날엔 수험장 대신 교육청 앞에서 ‘대학 평준화’ 팻말을 들고 1인 시위를 했다. “‘대학’만 쫓으며 인생의 주인 되는 법은 가르치지 않는 제도권 교육”을 스스로 거부하고 문제제기 한 경험들이 축적된 시기다. 

2009년 학벌없는사회가 창립하면서 본격적인 시민운동으로 뛰어들게 됐다. 형준씨는 상근자로 활동하며 이슈를 만드는 데 그치는 시민운동이 아니라 관련 자료를 정보공개 청구하고, 안 되면 국가인권위·헌법기관에 문제제기 하는 방법으로 실질적인 변화를 일궈왔다. 


대학도서관 개방을 촉구하는 1인시위 모습.<‘학벌없는사회를위한시민모임’ 제공>
 
▲학벌 특권·불평등 문제 소송까지 간다
 
대표적인 사례가 ‘특정학교 합격 게시물 반대 운동’이다. 이른바 ‘SKY 대학 합격 현수막’이 “학벌주의를 부추기고 학생의 인권과 개인정보를 침해할 수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단체가 생기기 전인 2006년부터 2014년까지 약 200곳을 상대로 민원을 제기했고, 이는 특정학교 합격 게시물이 철거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2012년 3월 국가인권위에 낸 집단진정의 결과로 그해 10월 ‘차별시정위원회 결정문’을 받아냈다. “전국 시도교육감에 특정학교 합격 홍보 게시 행위를 자제하도록 각급학교 지도감독을 지시한다”는 내용이었다. 목표했던 ‘권고’를 이끌어내진 못했지만 교육계를 바꿀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게 됐다. 

“만약 기관에서 정보를 비공개 하면, 역으로 왜 정보를 감추는지 행정소송을 제기합니다. 이기면 하나의 판례를 만드는 거고, 아니더라도 문제를 공론화해서 얻는 시민적 이익이 있을 수 있으니까요.”

 학벌문제와 관련된 ‘불평등’ 문제도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2014년 대학도서관을 지역주민이 이용할 수 없는 것이 위헌이라는 소송을 제기했고, 결국 각하됐다. 하지만 대학도서관 개방에 대해 사회적 논의의 필요성을 환기하고 일부 도서관이 자발적으로 개방에 나서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밖에도 학벌없는사회가 이슈화한 문제는 문구업체 성차별·입시조장 상품 판매 중단 캠페인, 남도학숙 입사자 성적 차별, 예비군 훈련에서의 학력 차별, 차별 없는 인권친화적 이력서 운동, 외부강사료 차별지급 시정, 고등학교 기숙사 성적순 차별 선발 인권위 진정 등 셀 수 없다. 

‘차별·입시조장 상품 및 광고’관련 국가인권위 진정 기자회견.<‘학벌없는사회를위한시민모임’ 제공>

그러나 학벌없는사회의 한 걸음 한 걸음은 녹록지 않은 현실에서 길어 올린 힘겨운 성과들이다. 보조금을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운영하니 재정난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된지 오래고, 때문에 더 이상 활동가를 늘리거나 영역을 확장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회비를 내주는 250여 명 회원들 응원이 모두 단체 운영비, 사무실 임대료, 활동가 인건비에 투입돼도 역부족이다. 9개월 정도 단체를 떠나 생활협동조합에서 근무했던 형준 씨가 최근 복귀하면서 인건비 해소는 더욱 시급해졌다. 
 
▲“보조금 안받아” 선언…후원회원 확충 과제
 
“단체 살림위원회 제안으로 SNS상에서 회원 모집 캠페인을 시작했더라고요. 회원을 늘려서 재정 문제를 넘어 우리의 운동을 힘 있게 알려나가고 또 운동영역을 확장해보자는 시도에요. 저로서는 정말 감사한 일이죠.”


강제 야간 자율학습 금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학벌없는사회를위한시민모임’ 제공>

최근 SNS상에서 학벌없는사회 박고형준 활동가를 응원하는 글과 함께 회원 모집 홍보가 릴레이로 이뤄졌고, 덕분에 실제로 회원 수도 꽤 늘었다. 학벌없는사회가 광주를 변화시킨 동력임을 시민사회도 인정하고, 당면한 짐을 함께 나눠지려는 연대의 손길이었다. 

10주년을 기점으로 학벌없는사회는 또 다른 변화의 국면을 맞이했다. 좀 더 시민들 속으로 들어가는 시민운동을 위한 재정비 단계다. 시민대상 교육을 강화하고, SNS 등 시민소통도 늘릴 계획이다. 물론 학벌 타파 운동을 더욱 가열 차게 하기 위함이다.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단체 활동을 시작한 ‘반상근 활동가’ 황법량씨도 든든한 동료로 함께 하고 있다. 대학을 휴학한 법량씨는 학내에서 경험한 문제들을 토대로 대학 평준화, 조선대 공영화, 대학생 자치기구 정상화 등 고등교육 부분을 파고들 예정이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학벌 문제는 훨씬 복잡하고 어렵게 현실을 옭죄고 있는 것 같아요. 대학입시만 해도 예전엔 내신이냐 수능이냐 따졌는데 지금은 다양화된 입학제도 자체를 학생들이 따라가기 어려울 정도니까요. 사회적으론 불행한 전망이지만, 앞으로 단체가 해야 할 일이 더 많아질 것 같네요.”

학벌없는사회를 위한 시민모임이 존재하는 이유다.


김우리 기자 uri@gjdream.com

광주드림 http://www.gjdream.com/v2/news/view.html?news_type=201&code_M=2&mode=view&uid=495463

 

,

광주NGO센터 최선아 사업팀장
“지역사회 변화시키는 동력 
시민운동 불씨 꺼져선 안돼”

시민운동이 ‘위기’라고 말한다. 시민사회단체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시선과 지역사회에서의 영향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이다. 민주화운동과 궤를 같이한 광주 시민운동 역시 예외일 수 없다. “시민들에게서 멀어진 시민운동, 활동가들이 떠나는 시민단체”라는 우려가 직면해 있는 현실이다.

그러나 희망을 저버리기에 이른 것도 사실이다. 여전히 시민사회단체가 여러 분야의 사회문제 최선봉에 서서, 공권력이 미치지 않는 사회 저변에서 시민적 힘을 키워내고 있어서다. 

시민사회단체들과 밀접한 위치에 있는 광주NGO센터 최선아 사업팀장은 시민운동의 현주소를 애정 어린 비판으로 갈무리해줬다. 애정의 근원엔 시민단체가 태동부터 지켜온 가치와 방향이 있었다.

 “1987년 6월 항쟁을 도화선으로 직접 선거권을 쟁취하고, 국민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인식이 커졌어요. 참여자치21이나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굵직한 단체들이 만들어졌죠. 대정부 투쟁부터 지자체를 상대로 한 시위·집회 등 투쟁적 성향의 시민운동이 동력을 받았습니다.”
 
▲“민주화 일조했지만, 시민과는 멀어져”

지난 30여 간 민주화운동과 시민운동이 같은 흐름 속에서 성장할 수 있었다. 2000년대에 접어들기 전까지 노동·학생·시민사회운동을 축으로 하위분야가 세분화됐고, 서로 연대하며 연합구도를 형성해 힘을 키운 것이다. 하지만 시민운동은 그 이상 확장되지 못했다. 당장 “시민들에게서 멀어졌다”는 뼈아픈 진단이 나오는 까닭이다. 

“2년 전 촛불혁명 당시, 촛불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이 ‘어느 깃발에 속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말을 했다고 해요. 단체 깃발들이 일색인 집회 현장에서 시민들은 시민운동과의 괴리를 그렇게 표현했던 거예요. 시민단체가 시민들 속으로 들어가지 못했던 거죠.”

하지만 지자체 예산으로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마을단위 운동은 활기를 띠었다. NGO센터처럼 시민활동을 행정과 시민사회 중간에서 지원하는 중간지원조직도 많아졌다. 도시재생센터, 자원봉사센터, 청년센터 등이다. 그런데 이 같은 변화가 고군분투 중인 시민단체들을 압박하는 요인이 되고 말았다.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마을운동과 중간지원조직으로 자리를 옮기는 일이 잦아졌어요. 정체된 조직보다는 가치를 실현하면서도 안정적인 자리로 옮겨간 것이죠. 마을활동과 중간지원 조직은 보조금을 받는 위탁사업이 중심이 될 수밖에 없어서 다른 확장성을 갖긴 어려운 것 같아요. 시민운동이 다양화되고 전문화되고 있다고 볼 수도 있지만, 시민사회단체의 본래 목적과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판 자체는 축소되고 있다고 봐요.”
 
▲위탁사업·보조금의 딜레마

하지만 최근 시민단체들 역시 보조금 사업을 필수불가결한 선택지로 여긴다. 회원들의 회비와 후원금만으로는 재정난을 타개할 방법이 없어서다. 

광주지역에선 ‘학벌없는 사회를 위한 시민모임’ 정도가 ‘보조금을 받지 않는다’는 조항을 정관에 못 박았다. 단체의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고자 보조금과 선을 그었지만, 학벌없는사회 역시 재정문제를 안고 있다. 

재정난이 거듭될수록 현장을 떠나는 활동가들이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소수의 상근자들이 많은 짐을 짊어진 구조에선 중견 활동가들과 젊은 활동가들 사이 소통부재와 인식차이도 큰 난관이다. 

“단체를 초창기부터 이끌어온 중진급 임원들과 열정 가득히 첫 발을 디딘 초록활동가(신입활동가)들 사이에 괴리가 생각보다 커요. 모든 것을 희생해 단체를 지켜 온 선배들은 기존 관행을 유지한 채 젊은 활동가들에게 강요 아닌 강요를 하고 있죠. ‘직장인’이기보다 ‘활동가’의 역할을 요구하면서 후배들 권리에 무감각할수록 문제는 심각해요.”

젊은 활동가들은 가치를 위해서라면 업무 외적인 부분도 감수하라는 요구에 버거움을 느낀다는 것. 가치를 실현하고 얻는 보람 때문에 시민운동에 열의를 가졌지만, 제대로 된 임금과 처우 없이는 일을 지속해가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세대 간 관계에 대한 온도 차로 소통의 부재로 이어지기도 한다. 한‘식구’같은 시민운동 진영에서 막역하게 지내는 게 관행이라도 청년 세대에겐 인정과 존중을 기반으로 한 민주적인 소통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반말, 호칭, 하대 등은 소통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되고 있다. 

“그 무엇과 바꿀 수 없는 가치라 해도 그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선 조직이 굴러갈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해요. 우선 재원 마련을 위해 회원확보에 절박함을 가져야 합니다. 그리고 새로운 제안과 목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는 조직문화를 만들어야 하고요.”

광주드림 http://www.gjdream.com/v2/news/view.html?news_type=201&uid=495464

,

김선균기자 = 광주지역 초‧중‧고등학교에서 활동하고 있는 학교운영위원회 위원들이 이른바 '깜깜이'로 선출되고 있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학벌없는 사회를 위한 시민모임’과 ‘광주참교육학부모회’가 광주지역 주요 학교를 대상으로 홈페이지 모니터링과 설문, 제보 등을 토대로 분석한 결과 대부분의 학교가 학운위원을 사전에 내정한 뒤 형식적으로 선출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광주시학교운영위원회 설치‧운영에 관한 조례'에 따르면 학부모위원과 교원위원의 선출을 관리하기 위해 선출관리위원회를 구성하도록 돼 있지만, 대다수의 학교가 형식적으로 선출관리위원회를 운영하고 있고 더욱이 학부모와 교원의 명의를 빌려 위원회를 구성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학부모위원의 경우 입후보자를 공고한 뒤 학부모 전체 회의에서 투표로 선출하도록 돼 있지만 대부분의 학교에서 무투표 당선 공고를 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와 함께 지역위원도 학부모위원과 교원위원의 추천을 받아 투표로 선출하도록 돼 있지만 일부 학교에서는 전임 지역위원을 내정해 학교장이 선출하는 등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에 대해 두 단체는 일선 학교의 학교운영위원회를 지도, 감독하는 광주시교육청에 '학운위 선거 관련 전수조사'와 '관련 조례 및 규정 위반시 시정조치', '온라인 투표 시범학교 운영' 등을 요구했습니다.

한편 세종시교육청은 아름중학교를 온라인 투표를 통한 학운위원을 선출하는 시범학교로 지정하는 한편, 교육자치기구인 학운위와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의 학부모 위원 선거를 시행하고 있어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습니다.

광주카톨릭평화방송 http://www.kjpbc.com/xboard/nboard.php?mode=view&number=157818&tbnum=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