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원고 학부모 집회 이어 교육부 청원

 장 교육감, 시의회 지적에도 입장 불변

 내년도 신입생 모집 중단 현실화 우려

 

 광주 자율형사립고등학교(자사고)인 송원고에 대한 조건부 재지정으로 촉발된 '자사고 사태'가 내년도 신입생 모집전형 공고일이 3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여전히 합의점을 찾지 못한채 갈등의 골만 깊어지고 있다.

 

송원고 학부모들이 항의 집회에 이어 교육부에 청원서를 제출하고 광주시의회도 나서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지만 장휘국 광주시교육감은 여전히 기존 입장만을 고수하고 있어 자칫 내년도 신입생 모집 중단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현실화되는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송원고 학부모회와 학교운영위원회는 11일 교육부에 자사고 말살정책 철회와 학생선발권 보장 등의 내용을 담은 청원서를 제출했다.

 

지난 8일부터 시교육청에서 자사고 조건부 승인 결정에 항의하는 집회를 매일 열고 있는 이들은 "시교육청이 성적제한 폐지와 같은 학교가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을 내걸어 송원고를 고사시키고 있다"며 "자사고 지정 연장 시 내걸었던 조건을 모두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지역 교육단체들도 광주시교육청의 '조건부 재지정'을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미래교육발전포럼, 공교육살리기 광주지부 등 이 지역 일부 교육단체도 이날 시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시교육청의 조건부 승인은 자사고 폐지의 책임을 학교나 학부모에게 전가시키려는 술책이다"고 비난했다.

 

하영철 미래교육발전포럼 대표는 "자사고 재지정 논란의 책임은 5년간 그렇게 되도록 놓아 둔 교육감과 교육청에도 있다"며 "교육감이 바뀌면 학교가 생기거나 문을 닫는 교육정책은 사라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광주시의회 교육위원회 상임위에서도 시교육청의 교육행정에 대한 지적이 이어졌다.

 

문상필 의원은 "송원고에 대해 자사고 폐지가 아니다고 말씀하시는데 솔직하지 못하다"며 "성적 제한 규제를 풀라는 것은 자사고를 하지 말란 것이나 같은데 조건부 승인은 광주 전체를 기만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시교육청의 태도를 강도 높게 질책했다.

 

이은방 의원도 "지금 상황은 교육당국만 있지 학생이나 학부모는 보이지 않는다"며 "성적제한 규정을 점진적으로 없애는 절충안에 대한 고려도 있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같은 반발과 지적에도 장휘국 광주시교육감은 조건부 승인 결정을 바꿀 뜻이 없음을 명확히 해 자칫 '제2의 보문고' 사태가 촉발되지 않을까 우려를 낳고 있다.

 

장 교육감은 11일 오전 시교육청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자사고 논란을 언급하며 "자사고를 찬성하는 쪽과 반대하는 쪽에서 연일 집회를 하고 있는데 그럴수록 우리는 균형을 잘 잡아야 한다"며 "논란이 된 신입생 전형방식도 교육적인 면을 고려해 학교에 요구한 것이며 이제는 학교에서 판단해야 한다"고 기존 입장을 변경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하지만 사실상 '자사고 폐지'를 유도하는 '조건부 재지정'은 책임을 피해가려는 '꼼수'로 지역 사회 갈등을 확산시키고 있다는 비난도 있다.

 

앞서 지역 시민사회단체는 송원고 자사고 재지정 심의와 승인을 앞두고 반발해 왔으며 이 날도 자사고에 반대하는 학벌없는 사회를 위한 광주 시민모임 등이 시교육청 청사 앞에서 집회를 갖고 시교육청의 조건부 승인에 항의하며 즉각 지정연장을 취소할 것을 시교육청에 요구했다.

 

이들은 "자사고로 인해 일반고가 황폐화되고 있다"며 "자사고 정책은 실패한 만큼 시교육청이 조건부 승인이 아닌 지정 취소 조치를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광주시교육청은 12일까지 송원고와 숭덕고에 반려된 신입생 모집 요강을 수정해 제출할 것으로 통보했으나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 오는 14일 신입생 모집 요강 발표에 차질이 우려된다.

 

이윤주기자 zmd@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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