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모집전형 발표 학교측 '성적제한 50% 유지' 고수
-학부모들 “조건부 철회” 집회, 교육청은 “조건 따라야”
-‘학생 면섭선발’ 주장 숭덕고도 시교육청과 갈등

광주시교육청이 자율형사립고등학교(자사고) ‘조건부 지정 연장’을 결정한 송원고가 신입생 모집전형을 공고일이 얼마 남지 않았음에도 학생 선발 시 성적제한을 폐지하라는 조건을 이행하지 않는 ‘버티기 모드’다.

자칫 신입생 모집 과정에 차질이 우려되는 상황인데, 송원고 학부모들까지 “조건부 재지정 철회”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시교육청과 장휘국 광주시교육감을 압박하고 나섰다.

여기에 내년 재지정 평가를 앞둔 또 다른 자사고인 숭덕고도 ‘면접선발권’을 주장하고 나서면서 상황은 광주지역 자사고와 시교육청간 신경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막판까지 학교 측과의 입장차를 좁히기 쉽지 않은 상황, “학교 측이 지정 연장 조건을 따라야 한다”는 ‘강경 모드’를 유지하고 있는 장 교육감이 실제 ‘강제권’을 발동하게 될지 주목된다.

장 교육감은 11일 오전 주간 확대간부회의에서 광주 자사고 문제와 관련해 “한 쪽에선 자사고를 찬성하는 집회를 열고, 다른 한 쪽에선 폐지하라고 집회를 하고 있는데, 그럴수록 우리(시교육청)는 균형을 잘 잡아야 한다”면서 “(송원고 자사고 지정 연장에 대한)조건부 승인은 여러 가지 면을 잘 검토하고 고려한 상황에서 내려진 결정이다”며 “지정 연장의 조건 중 ‘성적제한 폐지후 추첨 선발’도 교육적인 면을 고려한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몇 가지 보완할 점을 제시했으니 이제 학교에서 판단해야 한다”고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날 장 교육감은 “시교육청도 일치된 논리로 대응해야 한다”며 “부서마다 다른 얘기가 나오지 않도록 해달라”고 ‘내부 단속’도 당부했다.

시교육청에 따르면, 광주지역 고등학교별 신입생 모집전형을 14일 공고할 예정인 가운데, 광주의 두 자사고인 송원고와 숭덕고가 아직까지 모집전형을 확정하지 못했다.

시교육청은 지난달 29일 송원고에 ‘광주시 자율학교 등 지정·운영위원회’가 의결한대로 재단 전입금 확충, 학생 선발 시 중학교 내신 상위 30% 성적 제한 폐지 및 추첨 방식을 통한 선발, 국영수 위주의 교과 운영 개선 등의 조건을 전제로 재지정을 통보했다.

송원고는 이중 성적제한 폐지와 관련해 “학비가 일반고의 3배 비싼 상황에서 성적 제한을 없앤다면 사실상 자사고를 하지 말라는 얘기와 같다”며 ‘수용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실제 이달 초 지정 연장 조건을 무시한 채 ‘중학교 내신 30% 성적제한’을 50%로 완화한 모집전형을 시교육청에 제출했다.

시교육청은 이를 반려하고, ‘수정통보’를 보냈지만 송원고는 아직까지 수정안을 내지 않고 있다.

사실상 “우리도 이 이상 물러서지 않겠다”는 ‘침묵 시위’다.

송원고 학부모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8일부터 시교육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조건부 재지정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18일까지 집회를 열 예정인 학부모들은 이날엔 조건부 지정과 관련해 시교육청에 청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미래교육발전포럼, 공교육살리기 광주지부 등 보수·중도성향의 단체들도 성명을 내고 “‘성적제한 폐지’ 등 조건부 재지정은 사실상 취소 결정이나 다름 없다”며 “송원고를 비롯해 숭덕고를 자사고로 재지정하라”고 주장했다.

시교육청에 대한 ‘조건 철회’ 압박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송원고는 조만간 기존 모집전형을 다시 제출하는 것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자사고 재지정 평가를 앞두고 있는 숭덕고도 모집전형을 확정하는 데 시교육청과 갈등을 빚고 있다.

숭덕고는 중학교 내신 30% 내 학생 중 추첨으로 1.5배수를 선발한 뒤 면접으로 최종 합격자를 선발하는 ‘자기주도형 전형’을 원하고 있지만, 시교육청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이는 교육부가 지난해 처음으로 도입한 방식인데, 교육계에선 “자사고에 면접 선발권을 부여할 경우 ‘우수 학생 빼가기’ ‘학교 입맛대로 선발’ 등의 부작용이 심화될 수 있다”며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시교육청 미래인재교육과 관계자는 “숭덕고의 자사고 지정 조건에는 학생 성적 제한은 명시돼 있으나 면접선발권은 부여하지 않았다”며 “추첨을 통해 학생을 선발해야 한다”고 밝혔다.

송원고와 관련해선 “모집전형 발표일이 얼마 남지 않아 결정을 서둘러야 하지만, 모집전형 수정 통보에 대해 학교 측에서 아무런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면서도 “모집전형을 공고하지 못해 신입생 모집에 차질이 발생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학교 측도 쉽게 물러서진 않을 것으로 보이는 게 문제인데, 이 경우 장휘국 교육감이 ‘조건부 재지정’을 결정하기 앞서 밝힌 ‘강제권’을 발동하게 될 것인지가 관건이다.

지난달 28일 장 교육감은 시교육청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운영위가 제시한 조건들을 송원고가 따르지 않을 경우 강제할 수 있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이는 교육과정·입학전형 등 교육감의 권한을 이행토록 강제하는 것은 물론, 끝까지 이에 따르지 않을 경우 직권으로 자사고 지정을 취소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내포하고 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끝까지 송원고가 성적제한 폐지를 하지 않겠다고 버틴다면 강제하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학벌없는사회를위한광주시민모임’ 등으로 구성된 ‘자율형사립고등학교를 반대하는 광주시민모임’은 12일 오전 시교육청에서 “신입생 모집전형과 관련해 성적제한 폐지라는 자사고 지정 조건을 불이행한 송원고의 자사고 지정을 취소하라”고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다.


강경남 기자 kkn@gjdrea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