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드림 딱꼬집기] 자율이란 미명의 교육

 방학 중 진행되는 자율학습 문제가 인권침해 논란으로 지역사회의 이슈로 떠오르는가 싶더니, 며칠 지나지도 않았는데 뜨거웠던 논쟁의 분위기가 금세 수면 아래로 잦아들고 있다. 아마 새 학기가 시작돼 이슈의 흐름을 놓친 탓일 수도 있고, 그간 대수롭지 않게 대해왔던 우리의 인권감수성 문제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자율학습 문제는 지난 수십 년 간 쌓여온 한국교육 문제의 단면이고, 그 인권침해 정도의 수위가 심각해지고 있어,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되는 과제로 여겨진다.

광주시교육청 강제학습 사실상 방치

 특히 학교 측에서 자율학습을 편법으로 운영하는 방식이 날로 교묘해지면서 그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학생의 동의서 없이 강제로 시키는 건 다반사이고, 신청서를 나눠주고 강제로 참여하게끔 겁박하는 교사도 있으며, 부모님의 서명까지 요구하는 학교도 있다. 또한, 이번 시민단체의 조사에서도 드러났지만 명절연휴에 등교해 학습하는 경우, 예체능 진로를 두고 있는데 내신 성적의 불이익을 준다며 겁박하는 경우도 있으며, 기숙사생은 취침하기 전까지 무조건 학습해야 하는 등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 이상의 강제학습을 통한 부당함을 겪고 있었다.

 물론 이러한 강제학습의 피해를 줄이기 위한 지도감독기관의 지침이 없는 것은 아니다. 광주시교육청의 경우, 학생들의 인권을 중시하며 각급 학교에게 선택권을 보장하라고 매년 지침을 내리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지침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학교장들이 다수 있고, 이를 동조하는 일부 학부모나 교사들의 의견으로 인해 자율학습이 버젓이 강제학습으로 행해지고 있는 것이다. 결국 교육청의 지침은 허사로 돌아가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식의 해명만 되풀이 되고 있다.

 이렇듯 선택권의 보장이 안됨에도 불구하고 광주시교육청이 강제학습을 사실상 방치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위 사례와 학교의 현실을 토대로 본다면 광주시교육청이 자율학습을 개선할 의지가 없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 같다. 왜냐면 의지가 있다면 여러 가지 방법을 강구하고 개선해 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광주시교육청이 이렇게 자율학습을 방치하며 지속하고자 하는 진짜 속셈은 무엇일까.

“사교육비 절감·불안 해소위해서”라고…

 지난 2월27일 자율학습 금지를 촉구하는 시민단체 관계자와 광주시교육청 자율학습 담당 공무원과의 면담 자리에서 그 속셈을 엿볼 수 있었다. 이 자리에서 담당공무원은 학습공간이 필요한 소수 학생들의 배려를 위해 혹은 학부모들의 사교육비 문제나 불안을 최소하기 위해 자율학습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주장에는 상당한 모순이 담겨있다. 학생들의 건강권을 위해 9시 등교를 추진하고 있으면서, 자율학습 추진은 건강권 뿐만 아니라 학생자치활동의 확장이나 자유의 신장에 대한 논의를 배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광주시교육청이 일부 학생들과 학부모들을 만족할 수 있는 최선의 교육을 제공할 의무와 노력은 필요하다. 하지만 모든 학생에게 최선의 교육을 제공할 유일한 기관인지는 의문이 든다. 교육활동 제공에 있어 가장 중요한 전제는 학생들이 다양한 것들을 경험하고 싶은 욕망을 존중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런 의미에서 자율학습을 선택할 자유를 주는 것보다, 다른 무언가를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마련해주는 것이 필요하고, 이것이 진정한 자율의 의미라고 여겨진다.

 이제껏 자율학습은 학생이 아닌 기성인들의 욕구에 부합하는 학교 문화로 인식되어 왔으며, 결국 지금처럼 자율이란 미명 하에 자유를 통제해왔다. 지금이라도 학생들에게 온전히 시간을 돌려주는 것이 필요하다.

박고형준<학벌없는사회를 위한 광주시민모임 상임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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