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드림 딱꼬집기] 갈수록 아찔한 CCTV 공화국


엎치락뒤치락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경기로 국민들이 열광하고 있는 지금, 롯데자이언츠의 CCTV 감시 문제가 프로야구계의 또 다른 이슈로 자리 잡고 있다. 구단 측이 원정숙소 CCTV로 선수들의 사생활을 침해한 소문이 사실로 드러나며 논란이 된 것이다. 특히 사장이 직접 지시를 내려 ‘어느 선수가 누구와 함께 나가고 언제 들어왔는지’ 등 일거수일투족을 확인했다는 데, 그 수준이 아주 국정원 못지않아 충격적이다.


개인정보 수집 필요한 최소한에 그쳐야

갈수록 문제가 불거지자 불법사찰이라는 오명 하에 롯데자이언츠 구단은 사장과 단장의 사퇴를 단행했다. 하지만 야구팬들의 분노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프런트(전 직원)의 사퇴를 요구하며, 집단행동을 이어가고 있다. 게다가 국가인권위원회까지 구단을 상대로 직권조사에 들어갔다. 개인정보침해 시정명령이 내려질 것으로 보여 구단에서 자체적인 해결점을 찾지 않는 이상 쉽게 문제가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롯데자이언츠 사건은 개인정보수집 문제에 대한 높은 파장을 만들어냈지만, 사실 이런 사례는 어제 오늘만의 일은 아니다. 올해 초 주요 카드사의 1억4000만 건의 개인정보 유출로 인해 국민들이 큰 피해 겪어 집단적으로 카드사를 탈퇴했고, 대형메신저인 카카오톡도 검찰·경찰이 감청한 사실이 드러나자 외국계메신저인 텔레그램으로 망명하는 등 일상적으로 개인정보가 침해당하고 있거나 새나가고 있다는 것은 국민 대다수가 경험하거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특히 개인정보 중 필요 최소한의 범위에서 정보수집 및 활용돼야 할 CCTV마저 이번 사건처럼 일상적으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는 게 현실로 확인됐는데, 이는 탈퇴나 망명 등 도피할 방법이 없어 더 막막하다.


2014년 6월 안전행정부의 자료에 따르면, 시·도 자치단체가 공개된 장소에 직접 설치한 CCTV 대수는 2013년 무려 56만5723대(광주 5165대)라고 한다. 민간의 영역에서 설치한 CCTV 대수를 포함한다면 수백만 대의 CCTV가 국민들을 감시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한국에 거주한 국민들은 CCTV의 감시망에 갇혀 있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탈퇴·망명이 능사 아냐…경각심 키우자

물론 국가와 민간을 막론하고, 국민의 안전을 도모하기 위해 CCTV 설치 자체를 부정하기 어렵다. 하지만 법률에 제시된 범죄 및 근로자의 안전사고 예방 등 제한된 요건이 아닌, 권력이 자의적으로 판단해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활용을 일삼는다면 CCTV 설치는 재론의 여지가 필요하다고 본다.


최근 광주시교육청 감사실에서 벌어진 CCTV 정보 수집 횡포 역시 이같은 관점에서 되새겨볼 일이다. 광주시교육청 감사실은 모 고등학교를 대상으로 한 감사에서 교직원들의 시간외 근무실태를 대대적으로 점검했다. 그런데 실태조사 방편으로 교직원들의 동의도 없이 학교 측에 CCTV 자료를 요구한 게 문제가 됐다. 다행이 문제제기를 통해, 향후 감사실에서 교사들의 근무 감시를 위해 CCTV 정보 수집을 하지 않기로 했고, 광주시교육청은 지금까지 없었던 CCTV 운영지침을 별도로 만들기로 하고 사태가 일단락 됐다.


개인정보의 수집과 활용이 난무한 시대에서 내 개인정보가 어떠한 피해를 보았는지 살펴보고 탈퇴·망명 등과 같은 방식으로 대응할 필요도 있지만, CCTV처럼 아무렇지도 않고 내 개인정보의 노출을 허락한다면 그 침해는 사회 곳곳에서 이뤄질 것이다. 내 집, 회사 앞에 설치된 CCTV에 대한 경각심을 높여야 겠다.


박고형준<학벌없는사회를 위한 광주시민모임 상임활동가>


광주드림 http://gjdream.com/v2/column/view.html?code_M=5&news_type=502&uid=46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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