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광주드림에 강제학습 논란과 관련 찬·반 입장의 기고가 이어지면서 이 문제에 대한 지역민의 관심이 한층 뜨거워졌다. 이번 기고 릴레이서 보듯 지역에서 진보와 보수, 중도 등 정치적 경계를 두지 않고, 지역민들이 다양한 의견을 접할 수 있도록 지면을 운용하는 열린 언론이 있다는 게 참 다행스럽게 여겨졌다. 특히, 갈등과 논란이 생기면 기관의 입장은 수그러들거나 피해가기 마련인데, 개인적인 글이지만 기관 종사자의 생각을 엿볼 수 있어 좋았다는 게 필자의 주변 평이다.

 하지만, 김옥희 광주시교육청 연구원의 기고는 독자들이 오해할 만한 점을 몇 가지 던졌다. 이에 반박하는 이민철 님이 기고에서 지적했다시피, 시민단체는 광주시교육청에게 강제학습을 하지 않도록 대책을 요구한 것이지, 자율학습을 폐지하라고 주장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김옥희 님은 마치 시민단체가 자율학습을 폐지하라는 무리한 요구를 던진 것처럼 기고했고, 자율학습 폐지론을 두고 교육주체들의 갈등을 조장했다.

 

“강제학습 반대지 자율학습 폐지 아냐”

 물론 강제학습 반대를 주장하는 사람들 중에는 자율학습이 폐지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진 사람들도 일부 있다. 청소년인권단체인 아수나로에서도 학습시간에 대해 사회적 규제가 필요하다며 하루 6시간을 기준으로 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이와 같은 주장을 하는 이유는 학생들이 부담스러운 학습량에 허덕이거나, 무의미하게 학교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 현실을 개선해보자는 것이다. 아침·오후·저녁시간을 돌려받고 충분한 여가 시간이 있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은 학생뿐 만 아니라, 기성세대들에게도 주워져야 할 너무 당연한 권리이다.

 한편 이민철 님은 기고 제목으로 ‘강제학습이 강제노동과 같다’는 비유를 했다. 이는 학습이나 노동이 강제적으로 ‘장시간 동안 한다’는 함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아무리 열악한 한국의 노동시장도 한국의 교육환경처럼 하루 반나절 동안 노동을 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근로기준법상으로도 1일 근로시간은 8시간, 1주일 근로시간은 40시간 이상을 못하게 되어 있는데, 이러한 법적 배경에는 노동자 개개인의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시간을 최소한으로 보장이 자리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번 여름방학 중 학생들의 행복지수는 어떠할까? 광주시교육청의 정규수업 이외 교육활동 지침을 살펴보면, 고 1·2·3학년의 경우 보충수업은 하루 5교시 제한, 고 3학년의 경우 밤 10시(고1·2학년의 경우 6시)까지 자율학습을 할 수 있게 여지를 마련했다. 사교육비를 낮추기 위한 공익형 대체 학습의 성격이 강한 만큼 학생들의 자율적인 선택에 의해서 이뤄져야 하지만, 실제로 대다수의 학생들이 자신의 선택과는 상관없이 방학 중 학교에 머무르고 있다. 실상 보충수업 형태도 학기 중처럼 교과중심 시간표대로 운영되는 것인데, 이렇게 되면 학생들에게 돌아가는 방학일수는 고작 3~4일 정도뿐이라는 것이다.

 이런 식의 방학 운영은 그 자체로 교육청 지침 위반일뿐 아니라, 학생의 자율적 선택권이 무시된 채 교사의 강압 또는 관리자 지시에 의해 방학 중 자율학습이 강행되고 있지 않은지 의심을 키우고 있다. 이른바 진보교육감 체제 안에서 조차 학력지상주의에 편승해 노골적으로 장시간 정규수업 이외의 교육활동 지침을 내리고, 강제·불법마저도 방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의 눈초리를 거둘 수 없다.

 정녕, 학생들 건강을 지키자며 9시 등교를 추진하던 광주시교육청의 태도는 방학 중 강제학습 시행과 별개란 말인가?

 

“찬성이든, 반대든 표출이 생산적”

 올해 초부터 시민단체는 학기 중 강제야간학습 뿐만 아니라, 주말 강제학습이나 동아리 형태의 심화반 운영 등 학교들의 파행적인 학습사례들을 광주시교육청에게 고발한 바 있다. 그런데, 현재 시교육청이 파행사례를 조사하거나 대책을 마련하는 수준을 보면 손을 놓고 있는 정도가 아니라, 명문대 입학 성과를 자랑으로 삼는 왜곡된 학력주의를 위해 파행사례들을 암묵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는 인상마저 들 지경이다.

 다행이도 광주드림 기고 릴레이 이후, 광주시교육청이 이에 대응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교육청 관리자들이 강제학습 반대 캠페인 현장에 찾아오기도 하고, 관계부서와 시민단체 간의 허심탄회한 간담회도 가졌다. 설령 시교육청의 최근 움직임이 언론을 의식한 반응이더라도 이는 환영할 만한 일이다. 논란과 참여, 갈등이 있을수록, 강제학습 반대 운동이 갖고 있는 의미와 실천력은 더욱 값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말인데 김옥희 님의 글처럼 강제학습 반대운동에 대해 방관자로 있기보다, 강제학습 반대(학습권 보장) 운동을 비판하거나 협력해주면 좋겠다.

 인권의 무지는 ‘인권을 반대하는 사람’이 아니라, ‘인권을 방기하는 사람’이다.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강제학습 반대운동의 반응을 보여주길 바란다.

 

박고형준<학벌없는사회를 위한 광주시민모임 상임활동가>

 

광주드림 http://www.gjdream.com/v2/column/view.html?news_type=502&mode=view&uid=4670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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