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드림_ 정치인 아닌, 진보교육감의 책무 다하길


 이번 광주지역 지방선거는 이 지역이 민주당의 변함없는 독식체제임을 다시 확인해줬다. 시장을 포함해 구청장, 시의원까지 모조리 민주당 후보들이 선거에 당선됐기 때문이다. 그나마 시의회를 통해 권력을 감시해왔던 정의당과 통합진보당마저 이번 선거에서 참패하면서, 지방자치의 근간인 견제와 균형이 완전히 사라진 셈이 되어버렸다. 물론 이런 현상이 온전히 잘못되었다고 단정지을 수 없고, 지역민들의 잘못된 선택이라고 탓을 돌리긴 힘들지만, 수 년 간 광주의 선거판도가 변하지 않고 있다는 게 뭔가 허탈한 건 사실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민선1기 광주광역시교육감에게 국회의원까지 지낸 민주당 유명인사가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승리했다는 점. 이번 민선2기 광주교육감 선거에서 장휘국 교육감은 양형일 후보와 접전을 벌린 끝에 재선에 성공했고, 광주를 포함해 13개 지역의 진보성향 인사들이 교육감에 선출된 등 이례적인 일이 발생했다. 민선1기 진보교육의 성과 때문인지, 박근혜 정권의 심판론 때문인지, 수십 년간 입시경쟁체제를 이제 한 번 바꿔보겠다는 것인지 유권자들의 선택의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그동안 철옹성같이 지켜왔던 보수 교육감들의 독식을 끊었다는 것이 무엇보다 이번 지방선거의 허탈감을 다소 해소해 준다.


 하지만 진보든 보수-중도든 권력에 들어서게 되면 쉽게 움직이지 못하는 법. 막상 당선자들이 시정-의정활동에 들어가면 선거공약처럼 자기 존재성을 드러내기보다는 현 자기조직을 우선시 바라보며 판단하게 된다. 그리고 아무리 상급기관에서 잘못된 정책이 내려와도 유착관계에 있는 사람들의 눈치를 봐야 한다. 이건 엄연한 정치인들의 현실이다. 최근 광주시교육청에서 실시하고 있는 ‘송원고등학교의 자율형사립고등학교 재심의’ 절차를 보아도 그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는 듯하다.


 자사고 폐지를 공약에 넣었음에도 불구하고 장휘국 교육감 본인이 이번 송원고의 자사고 재지정과 관련해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절차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다. 여러 이유 중 자사고 재심사 결과에 의해 탈락하는 학교가 반발할 것이라는 의식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절차는 중요하다. 하지만 무엇을 위한 절차인지 따져봐야 하는데, 이번 경우처럼 관공서의 명분 쌓기에 그치는 경우가 허다하며 그러한 절차 역시 시교육청 자체적으로 수행한다.


 참고로 이번 자사고 운영평가 자료를 시교육청이 비공개했다. 지난 6월 한 시민단체가 시교육청에게 자사고 운영평가 자료를 정보공개를 요청했지만, 시교육청이 이를 거부한 것이다. 물론 시교육청 입장처럼 의사결정과정을 침해할 여지가 있다는 이유로 정보를 비공개할 수 있다. 하지만, 자사고 평가를 할 수 있는 다양한 수단과 시민들의 의견수렴을 고려해야 함에도 이를 무시하고 보이지 않는 절차에 따라 재지정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모자라, 광주시교육청은 최근 자사고 자료를 정보공개심의를 하는 과정에 있어서도 회의자체를 비공개했고, 직원들을 대동해 청구인의 회의장 이동경로를 가로 막았다. 이는 과거 보수 교육감 시절에나 있었을 만한 일이다. 


 이처럼 왜 광주시교육청은 진보교육감이 있어도 보수적이고 관료적인 것일까? 정말 유착관계로부터 벗어나지 못해서인지, 장휘국 교육감의 의지와 리더십의 문제인지, 시교육청 조직의 보수성이 문제인지. 아니면 애초부터 진보교육감에 대한 우리의 기대가 잘못된 것인지 지금이라도 제대로 따져보지 않으면 민선-진보교육감의 역할이 올곧게 자리매김하기 힘들어 보인다.


 이번 광주시교육청의 광주교육에 대한 새로운 슬로건은 ‘질문이 있는 교실, 행복한 학교’이다. 더 이상 주어진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능동적인 삶을 살아가자는 뜻으로 해석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를 주도하고 있는 시교육청의 모습은 ‘질문을 기피하는 태도’, ‘질문에 불응하는 태도’인데 학교현장에서 무얼 기대해야 할 수 있을까? 지금이라도 장휘국 교육감의 본연의 생각과 진보적 철학을 자기조직에게 관철시키고, 보수적 유착관계를 넘어 폭넓은 교육가족들을 위한 교육감이 되길 바란다. 그렇지 않으면 수 년 간 호남에서 권력을 세습하는 기존 정당 정치인들처럼 교육감 독식을 위한 ‘유지행위’로 밖에 비춰지지 않을 것이다.


박고형준<학벌없는사회를 위한 광주시민모임 상임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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