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교육연구소 부소장 '교육 대변화' 광주 강연
“13곳 진보교육감 당선, 이미 새로운 시작점에 섰어”
 “교육개혁 열망, 총선·대선 사회적 의제로 키워야”

 
“자연법처럼 자리 잡아버린 대학서열체제를 변화시킨다는 게 가능할까? 이미 변화의 징후들은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세월호 참사가 우리 사회에 던진 무거운 고민중 하나가 ‘교육이란 무엇이냐’다. 오로지 좋은 대학, 좋은 직장을 목표로 철저한 내신관리, 높은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에 목매는 지금의 교육이 과연 진정한 교육인지, 물음을 던진 것이다.

허나 분명한 건 아이들은 꿈꾸지 못하고, 행복하지 않다는 것, 이것만으로도 지금의 교육을 바꿔야 할 이유는 충분하고, 이미 변화에 대한 국민적 요구도 커지고 있다.

 

지난 6월 지방선거를 통해 13곳에서 ‘진보교육감’이 당선된 것은 이를 상징하는 결과다.

 

그럼에도 우리는 의문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정말 입시위주의 교육이란 것을 바꾸는 게 가능한 것인가? 변화를 가로막는 기득권을 무너뜨릴 수 있을 것인가?”

 

지난 10월31일 광주시청자미디어센터에서 이를 고민해 볼 수 있는 강연이 열렸다.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광주지부’와 ‘학벌없는 사회를 위한 광주시민모임’이 공동주최한 이날 강연에선 김학한 진보교육연구소 부소장이 강연자로 나서 ‘교육대변화’의 가능성과 방향, 이를 위한 우리들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짚었다.

 

김 부소장은 “세계화시대에 걸맞는 교육개혁을 이유로 김영상 정부 시절 도입한 ‘신자유주의교육체제’는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고질적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고 교육불평등을 한층 심화시켰다”고 지적했다.

 

경쟁·서열을 강조하고 교육을 시장화하는 ‘신자유주의교육체제’의 부작용은 자연스레 ‘다른 교육’에 대한 요구와 ‘진보적 교육개편’ 시도로 이어졌다.

 

“2010년 무상교육·혁신학교를 기치로 내건 진보교육감이 6개 지역에서 당선됐고, 올해는 전체 시·도의 3분의 2를 넘는 13곳에서 진보교육감이 탄생했죠. 이 의미가 곧 ‘새로운 변화로 가는 징후’인 것이죠. 지금 우리는 ‘낡은 체제’와 새로운 교육의 공방이 치열하게 벌어지는 시기를 살고 있습니다.”

 

이러한 가운데, 특목고·자사고(자율형사립고등학교) 등으로 대표되는 특권·귀족학교 폐지, 경쟁·입시교육 개혁에 대한 요구는 점점 커져가고 있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시도도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장휘국 광주시교육감이 재선에 성공한 광주를 보면 새로운 학교문화를 만들어내기 위해 초·중학교에서 유치원, 고등학교까지 ‘혁신학교’ 확대가 추진중이고, 희망교실 확대, 고교무상급식 추진 등 교육복지 정책도 다양하게 시도되고 있다.

 

그런데 김 부소장은 “더 큰 변화를 위해선 이것만으론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초·중학교에서 경쟁교육을 해소하기 위한 시도와 성과들이 나오고 있지만, 이것이 항상 좌초되는 곳이 있죠. 고등학교. 초·중에서 새로운 창조·혁신교육을 받은 아이도 고등학교에서 가면 ‘이걸 바탕으로 좋은 대학에 가야 한다’고 해버리는 게 현실입니다.”

 

 ‘혁신학교 실험’이 항상 부딪치는 지점은 ‘고등학교’지만,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대학서열화와 복잡한 대입제도를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고 그는 강조했다.

 

“특목고, 자사고 등 고교 서열화는 대학서열화에서 비롯된 것”이란 진단이다.

 

“현재 자사고 폐지 문제가 사회적으로 대두됐고, 진보교육감의 대거 당선으로 이것이 현실화될 것이란 기대가 있지만, 아직은 폐지가 아닌 정비 수준에 불과하죠. 그렇지만 고교평준화 체제에 대한 요구가 계속되면서 정치권에서도 자사고·특목고 폐지와 관련한 법안이 3개나 발의된 상태입니다. 그런데 보다 근본적으로 교육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대학서열체제 개편이 이뤄져야 합니다. 세계적으로 대학이 서열화된 곳은 하나같이 고등학교가 서열화 돼 있어요.”

 

그는 ‘대학서열체제’의 원인을 지나치게 높은 사립대학교 비중에서 찾고, ‘공공적 대학체제’로의 전환을 주장했다.

“유럽의 경우 국립대 비중이 높다 보니 ‘어디가 더 좋다’ ‘명문대’의 개념이 없는데, 우리는 사립대 비율이 높다 보니 ‘우리가 우수하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대학들이 서로 경쟁하면서 서열이 만들어지고 갈수록 견고해졌죠.”

 

이걸 어떻게 깰 수 있을까? “사립대에 대한 정부 재정지원을 강화해 ‘정부책임형대학’을 확대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현재 사립중학교처럼 국립대 수준의 재정지원을 해주고 교육과정, 대학운영 등에 대한 정부의 감독권한을 강화하면서 공성을 높이는 것이죠.”

 

이를 바탕으로 국립대를 비롯해 ‘정부책임형사립대’를 모두 ‘대학통합네트워크’에 편입시켜 학생을 공동 선발하고, 학점을 교류하며, 공동(통합)학위를 수여하는 체제로 개편하면 “상당부분 대학 평준화를 이룰 수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예전엔 먼 얘기였는데, 이 변화가 제작년에 시작됐습니다.”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반값 등록금’ 요구로 정부가 도입한 ‘국가장학금’이 바로 그 것. 물론 제도 자체가 안고 있는 ‘한계’는 크지만, “사립대에 정부 재정이 투입되고 있다는 변화만큼은 눈 여겨 봐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중요한 건 이 ‘작은 변화’를 사회적 의제로 확대하고, 정부와 정치권이 이를 실현하기 위해 움직이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에 김 부소장은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이 지금보다 훨씬 진전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미 대학통합네트워크는 2012년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공약으로 제시되기도 했고, 이번 지방선거에선 진보교육감들이 공통 공약으로 ‘대학서열체제 및 학벌구조’ 해소를 제시했죠. 과거에는 대학서열체제 해소가 먼 미래의 일로만 여겨 졌는데, 우리 당대에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시점이 오고 있습니다. 하나하나 여건들이 갖춰지고 있고, 요구하는 주체들이 넓어지고 있습니다. 이것들을 모아 다음 총선과 대선의 ‘키워드’로 만들고, 이를 현실화할 세력을 발굴하고 키우는 것이 대변화의 시작이 될 겁니다”


강경남 기자 kkn@gjdream.com

 

광주드림 http://www.gjdream.com/v2/news/view.html?news_type=202&code_M=2&mode=view&uid=46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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