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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등학교 3학년인 황법량(19)군은 17일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를 자신이 다니는 광주 금호고등학교 내에 붙이려다가 학교 측의 제지로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황군이 미처 붙지 못한 자신의 대자보를 가리키며 인터뷰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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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도 시민이잖아요. 시민 대우를 못받고 있다는 느낌이었어요."


고등학교 3학년인 황법량(19)군은 차분한 어조로 자신의 권리를 주장했다. 황군은 17일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를 자신이 다니는 광주 금호고등학교 내에 붙이려다가 학교 측의 제지로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당시 황군은 A4 용지 4장에 적은 손글씨 대자보를 들고 학생부에 게시 허락을 받으러 갔다. 하지만 담당 교사는 게시를 불허했고, 황군은 주변에 있는 다른 교사들로부터 면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황군은 교감, 교장 등과 면담을 했고, 그때마다 '정치적'이란 이유로 대자보 게시를 불허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황군은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매우 불쾌했다"며 "'버릇없다', '짝다리 짚지 마라', '시끄럽게 해 우리의 휴식권을 침해했다'는 등 선생님들의 반응에 기분이 나빴다"고 말했다.


18일 광주 광산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황군은 "학교에서 좋아하지 않을텐데 인터뷰를 해도 괜찮겠냐"라고 기자가 묻자 흔쾌히 "내가 잘못한 것도 아닌데, (인터뷰를 해도) 상관 없다"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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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등학교 3학년인 황법량(19)군은 17일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를 자신이 다니는 광주 금호고등학교 내에 붙이려다가 학교 측의 제지로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황군이 붙이려고 했던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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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가 매번 말하는 게 '현실' 뿐... 기득권에 복종하란 소리"


황군은 지난 7월에도 '시국선언' 대자보를 학교에 붙였다가 학교 측에 의해 철거된 바 있다. 때문에 황군은 이번 대자보의 경우 시국선언 대자보와 같이 철거되지 않기 위해 학교 측의 허락을 구하러 갔다가 거절을 당했다.


"(학교가)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하다는 걸 많이 느끼죠. 교육부는 두려워하면서 학생들에겐 함부로 하잖아요. 교육자라고 하면 학생이 다소 손해를 입더라도 옳은 길을 가라고 하는 게 맞잖아요. '지식만 가르치는 교사가 되지 말자'고 말하는 '진정한 교사상'에도 맞지 않고요. 그런데 매번 말하는 게 '현실' 뿐이에요."


황군은 학교 측이 대자보 게시를 불허하기 전날인 16일 대자보를 쓰기로 결심하고 5시간을 들여 손글씨 대자보를 완성했다. 그가 적은 대자보엔 "학문하는 학생으로서, 주권을 가진 시민으로서 당당히 발언합시다"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인터뷰 중에도 황군은 '고등학생의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말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학교에서 말하는 '현실'이란 게 기득권에 복종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며 "고등학생에게 정치적 이야기를 하지 말라고 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특히 그는 고등학생을 향한 '미성숙'의 이미지에 날을 세워 반대했다.


"물론 어리기 때문에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경향은 있지만 합리적인 생각을 못하는 건 아니에요. 어버이연합 어르신들 보세요. 충분히 감정적이잖아요. 과연 그분들이 합리적일까요, 고등학생들이 더 합리적일까요. 누가 더 낫다고 할 수 없는 거에요. 보호를 하는 건 좋지만 표현의 자유를 고등학생에게 뺏는 건 기득권 세력이 청소년의 소망을 짓밟는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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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등학교 3학년인 황법량(19)군은 17일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를 자신이 다니는 광주 금호고등학교 내에 붙이려다가 학교 측의 제지로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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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너무 겁내지 마세요"


학벌없는사회 광주시민모임은 18일 "학교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기는커녕 이를 짓밟은 조치를 한 것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는 내용의 대자보를 광주 서구에 있는 시교육청에 게시했다. 이를 통해 황군의 사정이 언론을 타기 시작했고 18일 등교한 황군은 교직원과 몇차례 더 면담을 해야했다. 


현재 학교 측은 "(대자보 게시) 불허가 아니라 논의를 해보자고 한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학내 게시물은 학교장의 최종 허락을 받아야 하므로 현재 사회적 이슈인 대자보와 관련해 검토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황군은 "처음 게시물 게시 허락을 구하러 갔을 때 학생부 선생님으로부터 붙일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이제와서 논의를 하고 있다고 말하는 건…"이라고 말끝을 흐렸다. 이어 그는 "친구들은 (이번 사건을 두고) 전폭적으로 지지해 준다"며 "여러 선생님들도 '수고했다'고 말해 주는 등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고 주변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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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등학교 3학년인 황법량(19)군은 17일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를 자신이 다니는 광주 금호고등학교 내에 붙이려다가 학교 측의 제지로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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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전날인 17일 황군은 내년 입학이 예정된 전남대를 찾아 입학요건인 신체검사를 받았다. 이날 전남대에 걸린 여러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를 보고 황군은 "느끼는 게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은 (대자보를 붙이는 게) 되는데 고등학교는 안 된다는 게 이해가 안 된다"면서도 "대학에 입학하면 이런 자유로운 분위기를 만끽할 생각에 매우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그는 "입학하면 무얼 제일 먼저 하고 싶나"라고 기자가 묻자 "연애"라고 답했다.


끝으로 황군에게 "학교 측에 하고 싶은 말이 있나"라고 물었다. 황군이 웃으며 답했다.


"너무 겁내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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