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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활동가 칼럼] 유령 시민단체 손놓고, 멀쩡한 단체 트집 12:05:38

 비영리민간단체는 공익활동을 통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민주주의의 기반으로, 이들 단체의 자율성과 지속가능한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제정된 비영리민간단체 지원법은 올해로 25년을 맞았다.

 이 법에 따라 비영리단체를 등록하거나 변경하려면 관할 시·도에 신청서를 제출하면 되는데, 2025년 1분기 기준 광주광역시에 등록된 단체는 무려 703개에 이른다.

 그런데 필자는 최근 광주시의 행정 절차에서 납득할 수 없는 일을 겪었다. 학벌없는사회를 위한 시민모임(필자의 근무 단체)이 사무소 이전에 따라 임대차계약서를 포함한 변경 신청서를 제출했지만, 광주시는 사무소 이전을 증명할 회칙과 회의록까지 요구한 것이다.

 이는 어떤 법령에도 근거하지 않은 요구였기에, 필자는 이에 응하지 않고 정당한 절차에 따라 행정 검토를 요청했다. 그러나 광주시는 마치 서류를 억지로 꾸며 내라는 듯한 태도로 일관하며 불쾌감을 주었다.

 ‘비영리단체 등록업무 편람’ 납득 불가

 문제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이후 현장 실사까지 받았지만, 별다른 지적 없이 돌아간 광주시는 갑자기 “정상적인 사무소로 보기 어렵다”며 신청을 반려했다.

 그 근거로 제시된 것은 2015년 광주시가 자체 제작한 ‘비영리민간단체 등록업무 편람’이다. 해당 문건에는 주거용 건물은 사무소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명시되어 있다. 이전한 사무소가 등기상 주거용으로 등록되어 있다는 이유로, 등록이 반려되면서 결과적으로 무허가 사무소를 운영하게 된 셈이다.

 그러나 이는 부당한 행정처분이다. 100여 쪽에 이르는 광주시 내부 지침을 일반 시민이 열람하거나 내용을 파악하기 어려울뿐더러, 비영리단체 관련 법령 및 변경 신청 안내서에도 사무소 조건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10년 전 문건을 근거로 행정 처분을 내리는 것은 도무지 납득하기 어렵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기준이 자의적으로 적용된다는 점이다. 법을 지키며 성실히 운영되는 단체에는 까다로운 잣대를 들이대면서, 공익 실적이 없거나 허위 등록이 의심되는 단체는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

 예를 들어, 광주의 대표적인 시민단체 A는 광주도시공사 소유의 전일빌딩에 사무소를 두면서도 정식 절차 없이 무상 임대를 받고, 현재는 다른 주소로 허위 등록돼 있다. 2024년에 등록된 단체 B는 간판도 없이 공인중개사 사무실에서 운영되고 있고, 단체 C는 교회 주소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이처럼 조금만 들여다봐도 위법 소지가 분명한 사례들이지만, 광주시는 이에 눈감고 있다.

 특히 가족이나 지인에게 부탁해 허위 회원명부를 꾸미거나, 창립 총회 없이 서류만으로 등록한 단체, 행정절차가 귀찮다는 이유로 변경 신청조차 하지 않은 단체들도 존재한다. 그 뿐만 아니라 이름만 남은 유령 단체는 더 많을 것이다.

 “광주시, 비영리단체와 공익 동반자 돼야”

 그런데도 광주시는 공익 실적이 없는 단체는 말소하지 않고, 오히려 멀쩡하게 운영되는 단체만 행정의 비상적인 잣대로 옥죈다. 회원들의 자발적 후원으로 어렵게 운영되는 사무소에 대한 공감은커녕, 다시 이사하여 재허가를 받으라는 태도는 비영리단체에 대한 뿌리 깊은 편견을 드러낸다.

 물론 모든 비영리단체가 정직하게 운영되는 것은 아니기에, 관할청의 지도감독은 필요하다. 그러나 이러한 불공정한 행정이 기본 전제가 된다면, 결국 권력과 자본을 가진 대형 단체만 살아남고, 풀뿌리 시민 조직은 설 자리를 잃게 된다.

 풀뿌리 단체는 많은 것을 바라지 않는다. 다만 스스로 설 수 있는 최소한의 자리를 허락해주길 바란다. 지금처럼 허위에는 눈감고 양심을 짓밟는다면, 비영리단체는 껍데기만 남고 뿌리는 마르게 될 것이다. 앞으로 광주시가 비영리단체의 감시자가 아닌, 공익의 길을 지키는 동반자가 되기를 바란다.

 박고형준 학벌없는사회를 위한 시민모임 상임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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