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도 아닌데 칼 주름 잡힌 제복을 입게 하고 오후 9시20분까지 반드시 야간자율학습을 강제하는 것은 ‘악습’을 뿐입니다.” 순천 청암대 응급구조과 재학생 ㄱ씨는 8일 “‘학과 전통’ 이라는 명목으로 지속되고 있는 강압적인 통제가 힘들다”고 했다.
ㄱ씨는 이 학교 응급구조과에 입학한 이후 매일 제복을 입고 있다. 청암대 응급구조과 학생들은 입학하자마자 소방서 119구급대원 복장과 비슷한 제복을 구입한다고 한다. 제복은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 1학년들은 제복과 함께 구두를 신도록 강요받기도 한다.
무엇보다 제복 상의 뒷면에 다림질로 빳빳하게 ‘칼 주름’이라 불리는 선 3개를 잡아야 한다. ㄱ씨는 “요즘은 군대에서도 이렇게 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선배들의 강요에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청암대 응급구조과는 전체 학생들을 대상으로 야간자율학습도 하고 있다. 이 학과 학생 120여명은 매일 오후 9시20분까지 학교에서 자율학습을 해야 한다. 자율학습에 빠질 경우 3000원의 벌금도 내야 한다는 게 ㄱ씨 설명이다. 졸업반인 3학년이 되면 토요일과 일요일에도 학교에 나와 자율학습을 해야 한다.
야간자율학습을 하지않겠다고 하면 ‘자퇴 압박’ 등에 시달린다고 한다. ㄱ씨는 “자율학습을 하지 않겠다고 하면 교수님이랑 상담을 해야 하는데 선배들이 먼저 찾아온다”면서 “‘학과 분위기 망치지 말고 자퇴하라’고 압박해 실제 자퇴한 친구들도 있다”고 전했다.
ㄱ씨는 “교수님들도 응급구조사 합격률을 높이기 위해 이같은 분위기를 조장하거나 모른 척 한다”면서 “누구라도 나서지 않으면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학벌없는 사회를 위한 시민모임은 이같은 행위가 ‘인권침해’ 라고 판단하고 지난 7일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교육부에는 전국 대학을 대상으로 점검을 요청하기도 했다.
황법량 시민모임 상임활동가는 “지난해 광주의 한 대학에서도 강제로 야간자율학습을 실시해 문제가 된 적이 있다”면서 “강제야간학습과 군기 문화 등 인권침해에 대해 점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학벌 없는 사회를 위한 시민모임은 전남 모 대학에서 학생을 상대로 야간 자율학습을 강요한다는 제보를 접수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했다고 8일 밝혔다.
시민모임은 전문대학, 예체능계 대학 등을 대상으로 전국적인 점검을 요청하는 내용의 민원을 교육부에 제기했다.
해당 대학 한 학과에서는 오후 9시까지 자율학습, 3학년 졸업반은 일주일 내내 오후 10시까지 야간 학습을 하도록 하고 "학과 규칙을 지키지 못한다면 자퇴하라"는 강요도 한다고 제보자는 주장했다.
학생은 이른바 '강제 야자' 외에도 주름과 각을 잡은 제복 착용, 학습 중 휴대전화 수거 등 인권 침해 소지를 들춰냈다.
시민모임은 광주 모 대학의 강제 야자와 관련해서도 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한 바 있다.
이 대학은 인권위 조사 과정에서 야간 자율학습을 중단해 사건은 종료됐다.
시민모임은 선후배 사이의 부당한 위계 문화, 재학생들이 돈을 모아 졸업생에게 금반지를 선물하는 등 악습 시정도 촉구했다.
최근 목포 모 대학에서는 반지값 납부를 요구하는 학생회와 이를 거부하는 학생들 사이의 갈등이 노출되기도 했다.
대학가의 졸업 반지 선물 관행은 점차 사라지고 있지만 일부 대학에서는 반지나 현금을 주는 형태로 아직 남은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모임 관계자는 "SNS상에서의 반응과 반복적인 사례 확인을 고려했을 때 전국 전문 대학, 예체능계 대학을 중심대상으로 강제 야간학습, 군기 문화 등 점검이 필요해 보인다"며 "민주 시민으로 교육받아야 할 학생들이 일제강점기, 군부독재 시절의 불합리한 질서를 학교에서 배우는 현실을 교육부는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