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아!

6월도 아직 다 지나지 않았는데도 날은 벌써 뜨겁구나. 올해 들어 유난히 많았던 너희 친구들의 안타까운 소식을 들을 때마다 우리는 억장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그래서 이 자리에 섰다.

애들아! 힘들지?

우리는 미래를 위해 너희들에게 모든 것을 다 참으라고 했다. 친구들과 노는 것도, 책을 보는 것도, 머리를 기르는 것도 심지어 잠자는 시간 밥 먹는 시간까지도 몽땅 빼앗고 오로지 공부만 하라고 했다. “엄마, 밤 열시 집에 올 때 도로가 젖어 있으면 아~, 오늘 비가 왔나보구나해. 우리는 하루 종일 비가 오는지 바람이 부는지 몰라. 정말 이렇게 살아야 해?” 우린 그렇게 너희들에게 사계절을 느낄 여유조차 빼앗은 채 책상 앞에 앉혀놓았지. 그래서 너희들은 학교가 감옥과 다르지 않다고 했지. 진로는 수능점수로 결정되고 꿈을 꾸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생활, 그래서 너희 친구들은 삶의 벼랑 끝으로 몸을 던졌나보다.

애들아! 미안하다.

친구도 경쟁자라고 부추겼다. 학교는 입시지옥으로, 교사는 감시자로 전락하고 말았지. 이상과 현실은 다르다고 너희들의 현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라고 강요했지. 너희들이 따돌림을 당하던지 따돌림을 하던지 그저 내 자식만 당하지 않으면 하는 마음으로 모를 채 했다. 폭력과 다름없는 체벌과 인격모독을 당해도 우리는 그러면서 크는 거라고 외면했다. 그러면서 성적표가 날아들면 ‘이게 성적이냐’며 너희들을 다그쳤지. 미안해! 정말 미안해 너희들이 숨 막히게 힘든 이유, 다 알면서 바꾸지 못해 미안해. 너희 친구들이 이 세상을 저버리고서 발을 구르고 가슴을 친들 무슨 소용이겠냐만은 미안하다. 너희들의 힘이 되어 주지 못해 미안하고, 너희들을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 너희들에게 희망을 주지 못해 미안하다.

애들아! 그래도 살자. 우리 같이 세상을 바꿔보자.

세상은 점점 험악해지고 이성과 상식보다는 돈과 권력이 앞서고 말았다. 인간의 존엄성마저 상품가치로 대체되어 인간이 폐건전지와 같은 소모품 취급을 당하고 있어. 그래서 때론 우리도 절망에 갇혀 무너져 내릴 때가 많단다.

그래도 우리 서로 손 꼭 잡고 살아보자.

입시지옥을 진정한 배움터로 바꾸고, 삶을 꿈과 희망으로 채워보자.

일등이 모든 것을 갖는 세상이 아닌 꼴찌가 없는 세상으로, 모두에게 공정한 세상으로 만들어 보자.

못난 어른들은 비겁함과 욕망에 사로잡혀 물질만능주의라는 몹쓸 병에 걸리고 말았지만 너희들의 생명력으로 희망의 바이러스를 세상 곳곳에 퍼트려보자.

정의가 아닌 것에 저항하고 상식이 아닌 것은 거부하자.

혹여 너무나 힘들고 외로워 삶이 아닌 다른 것을 선택하고 싶을 땐 어른들과 세상에 소리치렴. 살고 싶다고, 사람 사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고. 이건 아니지 않냐고, 이제 그만들 하라고 소리치렴.

우리도 싸울게. 너희들의 생명을 지키고 희망을 빼앗아 가지 못하도록 지금보다 열배 백배 더 열심히 싸울게. 그래서 너희들의 맑은 기운이 세상에 가득하도록 온몸으로 노력할게.

애들아! 사랑한다! 너희들에게 줄 것은 이것밖에 없다. 너희들에게 꼭 전해주고 싶은 것도 이것뿐이란다. 사랑해. 그러니 너희들도 너희들을 아끼고 가꾸어 건강한 한 인간이 되어주렴. 서로를 소중히 여기며 너희들의 꿈을 향해 나아가렴. 세상은 너희들의 것이란다. 결국 미래는 올 것이기 때문이지.

우리 힘내서 세상을 꿈꾸는 자의 것으로 만들어보자. 오늘밤에는 세상을 멋지게 만드는 꿈을 꿔보자. 모두가 꿈꾸면 그것은 더 이상 꿈이 아니라 현실이라잖니. 너희들이 가슴 설레는 꿈을 안고 멋진 삶을 살기를 희망하며 이글을 너희들에게 바친다. 다시 한 번, 미안하고 사랑한다는 말 전하마.

2009년 6월 27일 너희들을 많이 사랑하는 어른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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