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노동감시 인정한 인권위
ㆍ‘인권침해 최소화’ 금기 깨 “인권위 가치 스스로 훼손”

 

교사들의 초과근무를 확인하기 위해 광주시교육청이 학교 측에 폐쇄회로(CC)TV 녹화자료를 요구한 것은 ‘정당한 업무’라는 국가인권위원회 결정이 교육 현장은 물론 노동계에 적지 않은 파장을 부를 것으로 예상된다. CCTV를 활용한 노동자들의 출퇴근 확인 등은 그동안 금기시돼 왔다. 민감한 개인정보를 담고 있는 만큼 종종 시간외 근무수당 부정수령이 문제가 되곤 하는 공공기관에서도 사용하지 않는다. 잠복근무 등으로 현장을 적발해 온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광주시청 감사관실 관계자는 “CCTV를 확인하면 편리하겠지만 영상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불법일 수 있고 인권침해 소지도 높아 사용하지 않는다”면서 “고생스럽지만 현장에서 잠복하는 방법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인권위가 ‘감사’를 이유로 CCTV 영상을 요구한 것을 “정당한 업무”라고 판단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감사팀을 운영하고 있는 공공기관이 본래 설치 목적과 상관없이 직원들의 근무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CCTV 영상을 요구하는 것만으로는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인권위는 이번 결정의 배경으로 “요구만 했을 뿐 CCTV로 실제 교사들의 출퇴근 확인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들었다.

 

그렇지만 설치 목적 외에는 열람과 활용이 엄격하게 제한된 CCTV 영상자료를 근로자 근태 확인을 위해 감사기관이 활용할 수 있는 길을 터준 것으로 노동계는 보고 있다. 또 자료 제출을 거부할 수 있는 명분도 약해졌다.

 

인권위가 과거 결정을 스스로 뒤집었다는 지적도 있다.

 

인권위는 2004년 ‘공공기관의 CCTV 설치·운영 정책권고’를 내고 “초상권과 사생활의 비밀 등을 침해할 소지가 다분한 만큼 운영 규정을 명확히 하고 교육을 철저히 해 인권침해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박고형준 ‘학벌없는 사회를 위한 광주시민모임’ 활동가는 “불특정 다수의 교사들을 잠재적 비리행위자로 보고 CCTV를 활용하려 한 시교육청의 행위는 교사들에게 모멸감을 주는 심각한 월권행위”라면서 “인권위가 스스로의 가치를 훼손한 결정을 했다”고 말했다.

 

강승환 광주시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은 “인권위의 판단은 보안 등을 목적으로 설치된 CCTV를 시간외 근무뿐 아니라 출장 등의 감시 도구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면서 “인권침해가 심각한데도 노동자들을 CCTV로 관리할 수 있도록 면죄부를 줬다”고 말했다.

 

이번 결정 과정에서 인권위가 진정을 낸 교사들은 제외하고 교육청과 학교 행정실 관계자들에게만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등 부실조사를 했다는 주장도 있다.

 

경향신문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503310600075&code=9407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