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학분위기 저해, 학생들 반대 커
"시설, 시민의식 부족 등 문제 해결해야”

 

 

 

▲ 대학이 지역과 공존하는 취지에서 대학도서관을 개방하는 사례는 늘고 있지만 일부 몰지각한 외부이용자로 인한 학생 불편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2월 한국외대 도서관 앞에 주민이용을 알리는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사진 = 송보배 기자)

 

[한국대학신문 송보배 기자] 대학이 지역과 공존하는 취지에서 대학도서관을 개방하는 사례가 늘고 있지만 일부 몰지각한 주민들의  행동이 면학분위기를 저해하고 있어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대학도서관에서 빨랫감을 가져와 빨거나 런닝셔츠 차림으로 돌아다니는가 하면 심지어 음란동영상을 보는 사람까지 있어 학생들이 적극적인 문제제기에 나서고 있다.

대학으로서는 제재에도 한계가 있을뿐더러 지식정보격차를 해소하는 도서관의 책무를 도외시할 수도 없어 고민에 빠졌다.

 

■ 끊임없는 도서관 민원 왜? = 지난 1월 서울의 한 사립대 커뮤니티에는 도서관 열람실에서 식사를 하는 한 주민으로 인한 불편을 호소하는 게시글이 게재됐다. 같은 기간 이 커뮤니티에는 도서관 화장실에서 빨래를 하는 여성이 있다는 글도 게재됐다. 이 대학에서는 수년간 외부인 도서관 출입으로 인한 문제 제기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 대학 총학생회 관계자는 “도서관에서 야동을 보고 빨래를 하는 등 문제가 되는 분들이 몇 분 있다”며 “지난해 2학기부터 도서관 출입 규정이 강화됐지만 문제가 된 주민 분들이 늦은 밤 도서관 쪽문을 통해 들어와 규정 강화도 소용이 없는 상황”이라 밝혔다.

이 대학도서관 학술팀장에 따르면 이 대학은 학생위원회를 운영해 열람실 사석화와 문제행동을 제재하고 블랙리스트를 도입하는 등 조치를 취해 왔다. 특히 문제행동을 하는 한 여성의 경우 개별면담을 통해 출입을 금하는 등 최선을 다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학생들에 따르면 학교가 조치를 취해도 일시적인 제재에 그쳐 같은 일들이 다시 반복됐다.

문제는 지역 주민의 출입으로 인한 피해가 개별 대학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응봉 한국대학도서관연합회장은 “대학도서관마다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다”며 “실제 개방한 대학들을 보면 주민들이 정보 이용보다는 시험이나 고시공부를 목적으로 오는 경우가 많다. 근본적으로 대학도서관의 인프라가 주민과 공유할 정도로 충분하지 못하다. 열람실 좌석 수 부족으로 학생들도 줄을 서서 이용하는 상황”이라 말했다.

이용재 부산대 교수(문헌정보학과)도 “대학도서관 사서가 부족해 학생들도 제대로 지원을 못하는 상황인데 문제행동을 하는 주민들의 관리를 어떻게 할 수 있나. 정부나 언론이 이런 현실을 살피지 못하고 대학도서관 개방 문제를 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나라 전체의 공공도서관이 부족해 생기는 문제다. 동, 면 단위의 작은 공공도서관이 많이 설립돼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근본적인 원인은 국가 전체의 공공도서관 부족에 있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실제 대학도서관의 시설과 인력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사회 전반의 공공도서관 부족을 메우도록 대학도서관 개방을 압박하고 있다는 것이다. 도서관 개방에 따른 불편을 단순한 ‘불평’으로 일축하기 어려운 건 이 때문이다.

 

■ 학생 반대 vs 지역사회 요구 ‘팽팽’ = 학생 피해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다보니 대학의 도서관 개방 움직임이 학생 반대에 부딪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서울대도서관은 지난 1월 제1열람실 외부 개방을 일방적으로 통보하면서 학생들의 항의를 받았다. 도서관 개방을 앞둔 서울시립대의 경우 지난해 12월 총학생회가 학생 83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85%가 도서관개방에 반대했다.

이철규 서울시립대 총학생회 전 사무국장은 “학생들이 가장 반대했던 게 열람실 개방이었다. 면학분위기가 저해되거나 자리가 모자랄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고 말했다.

반면 대학도서관 개방에 관한 지자체의 요구는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학벌없는 사회를 위한 광주시민모임’은 대학도서관의 개방을 요구하며 일부 국립대를 피청구인으로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대학도서관의 폐쇄적 운영이 국민학습권과 공공성을 해친다는 주장이다.

실제 이들 주장처럼 도서관은 지식정보격차의 해소 의무가 있다. 도서관법 제43조 1항에는 “도서관은 모든 국민이 신체적·지역적·경제적·사회적 여건에 관계없이 공평한 도서관서비스를 제공받는 데에 필요한 모든 조치를 하여야 한다”는 책무가 명시돼 있다.

도서관의 사회적 책무와 학생 편의 혹은 학습환경의 질이라는 가치의 충돌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이 사이에서 대학도서관도 나름의 고육지책을 짜내고 있다.

2000년초 주민개방을 시작한 전남대의 경우 도서 미반납과 이용증 발급으로 인한 비용 증가로 인해 예치금 제도를 도입했다. 이용을 원하는 시민들에게 5만원을 받아 이용증을 발급해주고 탈퇴 시 돌려주는 방식이다.

심명섭 전남대 도서관과장은 “예치금 도입 후 도서관 반납 문제가 많이 개선됐다”고 말했다. 국립대를 중심으로 예치금 제도를 도입하는 대학들은 2000년대 이후 점차 확산되는 추세다.

성숙한 시민의식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충남의 한 대학도서관 관계자는 “예치금을 안 걷으면 통제가 안 된다. 시민의식이 아쉬운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한국대학신문 http://news.unn.net/news/articleView.html?idxno=144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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