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10분만 더 공부하면 아내의 얼굴이 바뀐다''10분만 더 공부하면 남편의 직업이 바뀐다''열공해서 성공하면 여자들이 매달린다''대학가서 미팅할래? 공장가서 미싱할래?'. 


입시경쟁, 차별을 조장하는 모 업체 노트 표지 문구다. 본보 1월14일자 1면에 보도된 바 있다. 


그런데 지역의 한 교육단체가 한발(?) 더 나아가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학벌없는 사회를 위한 광주시민모임'이 '해당 상품표지 패러디 문구 모집'에 나섰다. 그저 재미있자고 하는 일은 아니다. "교육의 본래 목적을 알리고, 상품과 관련한 당사자들의 인권문제를 알리기 위해 '해당 상품표지의 패러디 문구를 공모'하고자 합니다." 시민모임이 패러디 문구 모집에 나선 이유다. 


시민모임은 공모에 선정된 패러디 문구를 SNS는 물론 언론 등을 통해 홍보할 예정이다. 또 인권ㆍ광고관련 법 위반을 근거로 해당 상품을 국가인권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로 시정조치를 요구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패러디 문구 공모는 오는 11일까지. 이메일(antihakbul@gmail.com)이나 페이스북(facebook.com/antihakbul) 댓글, 트위터(twitter.com/gjantihakbul) 댓글 등으로 참여하면 된다는 게 시민모임의 설명이다. 


벌써부터 재미있는 문구가 쏟아진다. 


접수된 몇 가지 패러디 문구를 소개하면 이렇다. '대학가서 미팅할래? 공장가서 미싱할래?'의 패러디 문구들이다. '대학가서 손벌릴래? 노동해서 효도할래?', '대학가서 용돈탈래? 공장가서 용돈줄래', '공부하다 sick sick할래? 일하면서 씩씩씩할래' 등이다. '열공해서 성공하면 여자들이 매달린다'는 문구에 대한 패러디도 가지가지다. '열공해서 실패하면 너의 청춘 날아간다'거나 '열공해서 성공하나? 현실은 배달이다'는 등이다. 


문득 얼마 전 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의 이야기가 떠오른다. 광주시교육청에서 있었던 특강 자리였는데, 교육의 혁신을 위해서는 '대학입시제도'와 '대학체계 개편'이 우선돼야 한다는 그의 이야기다. 우리의 고용 시장은 학벌주의에, 그 결과 대학은 서열주의에 물들여 있는 탓에 대학입시가 초중등교육을 속박하고 규정하고 있다는 게 그의 논리였다. 


고개가 끄덕여지는 우리의 슬픈 현실이다는 생각이다. 모 업체가 성적제일주의를 부추기는 '자극적인 문구'로 노트를 만드는 것도 이런 이유일 터. "경쟁과 불안감을 부추기고, 성적과 학교 등으로 차별하는 광고를 찾아내어 의식과 제도를 바꾸어내는 일들을 여러분과 함께 펼쳐갈 예정입니다"는 시민모임의 '다짐'에 박수를 보내는 이유다. 


홍성장 사회부 기자 sjhong@jnilbo.com


전남일보 http://www.jnilbo.com/read.php3?aid=14234076004622810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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