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정시모집 발표가 잇따르자 각 고등학교 정문에는 현수막이 걸린다. ‘00대 00명’ 등 이른 바 명문대 합격 숫자와 ‘서울 4년제 000명’ 등 특정 학교 합격을 알리는 내용이다. 이에 질세라 중학교에도 같은 내용들의 현수막이 여지없이 걸린다. 과학고 외국어고 예술고 자율고 영재고 등의 합격자 이름이 게시된다. 급기야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2012년 ‘특정학교 합격 홍보물 게시에 의한 학벌 차별 관행 개선을 위한 의견표명’을 받아들여 각급 학교에 현수막 철거 및 홈페이지 공시를 하지 않도록 권고했다. 학벌차별을 유발한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인천시교육청은 지난달 29일 국가인권위의 이 같은 의견을 적극 수용해 관내 학교에 안내하며 게시 관행 자제를 당부했다. 학교 측이 남보다 열심히 가르친 결과를 재학생과 졸업생 그리고 주민들에게 홍보한다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것일지 모른다. 그러나 그렇지 않아도 입시위주의 교육을 부추기고 학력, 학벌에 의한 차별화를 조장한다는 측면에서는 다분히 부정적이다. 특히 청소년기는 각자가 가진 서로 다른 다양한 가능성을 검증받고, 진로를 탐색하는 시기여서 더욱 그렇다.

 

합격홍보 현수막 게시의 병폐를 조사한 시민단체도 있었다. 학벌 없는 사회를 위한 광주시민모임과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광주지부는 몇 년 전 전국 2천334곳의 고등학교 홈페이지를 모니터링 했다. 그 결과 제주(30.0%)가 전국에서 가장 높은 비율이었으며 광주 20곳(29.9%), 그 뒤로 세종시 28.6%, 전북 25.8%, 경북 22.4%, 충남 21.1%, 경기 21.0%, 대전 16.1% 순이었다. 전남은 110곳의 고등학교 중 17곳(15.5%)이 합격 게시물을 올린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전국적으로 사립 고등학교가 공립이나 국립보다 합격 게시물을 더 많이 올리며 입시경쟁을 부추기로 있다고 시민모임은 설명했다.

 

고등학교 입장에서는 학교홍보의 수단과 함께 고교지망을 앞둔 중학생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려는 1석2조의 효과를 노린다. 또 타 학교와 경쟁을 부추겨 학생들의 학구열이 뜨거워질 수 있다는 부수적인 효과도 노리고 있다. 하지만 명문대 진학이 고등학교 교육의 전부라는 인식을 학생들에게 심어 줄 수 있고, 대학에 불합격한 학생들에게는 민감한 시기에 소외감을 줄 수 있다. 학원도 예외는 아니다. 인천시교육청의 현수막 게시 자제요청이 어떤 성과를 거둘지 주목된다.

 

경기신문 http://www.kg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4073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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