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학용품까지 성적ㆍ외모 지상주의

- 대학 가서 미팅할래? 공장 가서 미싱할래?

- 10분 더 공부하면 아내의 얼굴이 바뀐다

- 공부는 오로지 출세 수단인양

- 학교 서열ㆍ계급 사회 조장


'성적 지상주의'와 '외모 지상주의'를 부추기는 학용품까지 등장했다. 공부하도록 자극하기 위한 '아이디어 상품'이라지만, 청소년들에게 '성적'과 '외모'가 최고라는 잘못된 가치관을 심어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반8'이라는 업체가 공급하고 있는 노트(사진)가 대표적이다. 표지의 문구가 자극적이다. '대학가서 미팅할래? 공장가서 미싱할래?'. 대학가고 미팅하면 행복해지고, 공장가고 미싱하면 불행해진다는 1970년대 개발독재시절에나 어울릴 문구다. 직업 비하까지 연상시키고 있다. 


더 황당한 문구도 있다. '10분 더 공부하면 남편의 직업이 바뀐다'거나 '10분 더 공부하면 아내의 얼굴이 바뀐다'는 식이다. 문구대로라면 '성적'이 미래의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논리고 여성에게는 '남편의 직업'이, 남성에게는 '아내의 얼굴'이 이른바 공부의 유일한 목적인 셈이다. ' 성공하면 저남자가 내남자다''열공해서 성공하면 여자들이 매달린다' 등도 같은 맥락이다. 


성적지상주의도 상당하다. '공부안한 내성적표 대재앙을 일으킨다''성적이 떨어졌을땐 이빨 보이지 않습니다''공부할 땐 연애하지 않습니다''지금놀면 평생논다' 는 등이다. 


노트를 접한 학부모 등은 황당할 뿐이다.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전미래(45)씨는 "아이들 얼굴 보기가 민망할 정도다"라며 "우리 사회에 팽배한 성적지상주의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이다"고 안타까워했다. 


광주 동성고 윤영백 교사는 "사실 옛날부터 학교에서 떠돌던 학급 급훈들이다"며 "웃자고 만든 문장들이지만 학력지상주의와 외모지상주의에 찌들어 있는 문구들이다"고 말했다. 또 "여자고등학교 교실엔 10분만 공부하면 남편직업이 바뀐다는 급훈 또한 존재했던 기억이 난다"고도 했다. 


학벌없는 사회 광주시민모임 박고형준 활동가는 "보이지 않는 학교서열과 계급사회를 조장하며 결국 소위 명문대를 가기 위해 학교나 가정, 사회에서 심각한 학습경쟁을 하게 될 우려가 있다"며 "남성은 좋은 직업, 아내는 예쁜 얼굴이라는 성별 고정관념을 불러일으키며 학습의 목적을 단순히 결혼으로 귀결시킬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업체 관계자는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만 단순하게 생각했는데 그런 문제가 있을 줄은 몰랐다"며 "내부에서 현재 문구를 수정하는 것을 고민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학벌없는 사회 광주시민모임은 소비자법 위반으로 공정거래위원회에 문제를 제기할 방침이다. '소비자가 오해할 우려가 있는 특정용어 또는 특정표현의 사용을 제한할 필요가 있는 경우'라는 '광고기준' 조항을 어겼다는 판단에서다. 


글ㆍ사진=홍성장 기자 sjhong@jnilbo.com


전남일보 http://m.jnilbo.com/article.php?aid=142116120046047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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