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책임한 교육행정통합 - 진정성 없는 광주·전남 교육행정통합, 숙의 민주주의는 실종된 상태
최근 광주·전남 교육행정통합을 둘러싸고 간담회와 토론회가 잇따라 열리고 있다. 외형만 놓고 보면 '소통'의 장이 확대된 듯 보이지만, 실상은 숙의의 과정이라기보다 형식만 갖춘 행사에 가깝다.
특히 1월 23일 광주광역시교육청 본청 주관으로 열린 대토론회는 질문자가 사전에 내정된 채 진행되었고, 시민의 다양한 문제 제기와 대안을 담아내기보다는 이미 정해진 결론을 만들어내는 절차에 머물렀다. 공론화를 가장한 이러한 방식은 교육행정통합 논의 전반에 대한 불신만 키우고 있다.
행정통합 공론화의 핵심은 '효율'이나 '속도'가 아니다. 예산과 권한을 누구를 위해, 어떤 원칙 아래 사용할 것인지에 대한 충분한 숙의다. 그러나 현재의 논의 과정에서는 통합 이후 교육자치가 어떻게 보장될 것인지, 교육 불평등을 완화할 실질적 장치는 무엇인지에 대한 답을 찾기 어렵다.
현재 준비 중이라고 언론 보도되는 광주·전남 교육행정통합 특별법안(아래 특별법안) 어디에도 이에 대한 명확한 내용은 보이지 않는다. 공청회와 토론회에서는 원론적 설명만 반복될 뿐, 이미 설정된 시나리오를 점검하는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충분한 정보 제공, 다양한 대안 제시, 시민 의견에 대한 책임 있는 피드백이라는 숙의 민주주의의 기본 요소는 실종된 상태다.
이러한 졸속 추진 방식이 특히 우려되는 이유는, 타지역 특별법을 답습하며 특권교육을 확대하는 통로로 작동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현재 논의 중인 특별법안에는 타지역 특별법에서 제시한 각종 특례 조항이 그대로 반영돼 있는데, 이는 영재학교·특목고·자사고·국제고 등 이른바 특권학교 설립과 관련한 교육부 장관의 권한을 통합교육감이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우리는 이미 경쟁과 다양성이라는 명분 아래 학교 간 서열화가 강화되고, 그 비용이 학생들의 과도한 학습노동과 가정의 사교육비 부담으로 전가돼 온 과정을 경험해 왔다. 통합이 일반학교 중심의 교육체계를 강화하지 못한 채 특정 계층을 위한 특례를 늘리는 방향으로 작동한다면, 그 피해는 되돌릴 수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광주광역시교육청은 '특권학교 특례 조항 폐지'에 대해 사실상 검토 의사가 없다는 입장을 반복하고 있다. 해당 특례가 전남교육청의 요구라는 설명으로 책임을 돌리지만, 이는 공동으로 추진되는 특별법의 합의 정신과도 어울리지 않을뿐더러, 광주교육청 스스로 책임을 회피하는 태도에 불과하다.
더욱 문제적인 것은 광주시교육청이 내세우는 논리다. 부교육감과 미래교육기획과장은 특례 조항을 유지해야 오히려 특권학교 설립을 통제할 권한이 생긴다고 주장한다. 이른바 '착한' 통합교육감이 권한을 쥐고 이를 막을 수 있다는 논리다. 그러나 그 '착한 교육감'의 등장을 누가 보장하는가.
모든 책임을 선거 결과와 이를 선택한 유권자에게 떠넘기는 이 주장은 무책임하다. 만약 이 논리에 진정성이 있다면, 교육부의 부당한 정책 전반을 제어할 수 있는 권한을 특별법에 명시하려는 시도라도 있어야 한다. 그러나 그런 노력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필자는 특권학교 문제에 있어 어느 교육감도 쉽게 신뢰하지 못한다. 과거 진보교육감(장휘국) 시기에도 자사고 재지정 취소 요구는 거셌지만, 교육청은 그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았고 끝내 방어적 태도를 벗어나지 못했다. 시민사회의 강한 압력 속에서 자사고 두 곳이 지정 취소되었지만, 특권교육 반대를 표방하던 진보교육감조차 단호한 행정을 보여주지 못했던 기억은 여전히 남아 있다.
현 광주시교육감(이정선) 또한 다르지 않다. 지난해 광주광역시교육청은 광주외국인학교의 내국인 입학 자격과 비율 제한을 완화하는 연구개발특구법 특례를 활용해, 내국인 누구나 입학할 수 있도록 하는 의원 발의 조례에 원안 동의했다. 이는 전문 연구인력 확보와 학교 선택권이라는 명분 아래, 사실상 연간 2천만 원의 학비를 감당할 수 있는 가정을 위한 '귀족학교'의 영향력을 확대한 조치였다. 이처럼 제도와 권한이 주어질 때, 특례는 언제나 가장 손쉬운 방식으로 특권을 확대해 왔다.
광주시교육청은 특권학교 특례 조항을 살리고 싶은 이유만큼, 공식적으로는 교육행정통합에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비공식적으로는 통합 반대 여론을 조성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간 논란이 되었던 교원 및 교육청 행정직 인사 문제에 대해 특별법을 통해 일정 부분 보장이 이뤄지자, 최근에는 학군제 개편과 지역 간 예산 배분에 따른 학부모들의 불안과 우려를 새로운 반대 논리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러한 앞뒤가 다른 태도의 배경에는 현 광주시교육감의 낮은 여론조사 지지율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정치적 계산은 결국 시간만 낭비할 뿐이다. 2월 내 특별법이 마련되고 곧바로 6월 교육감을 포함한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국면에 들어서면, 특목고·자사고·국제고·영재학교 설립 공약이 다시 쏟아질 가능성은 충분하다. 실제로 현 광주시교육감은 '수능 만점', '실력 광주'를 강조하는 현수막을 광주 전역에 게시하고 있는데, '지역 경쟁력'이라는 포장 아래 선별교육 강화 공약이 재등장하는 것은 전혀 낯선 일이 아니다. 특권학교 특례 조항 삭제 없는 교육행정통합은 미래 세대를 볼모로 한 위험한 실험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지금 필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교육행정통합 논의다. 요식행위에 그치는 공청회나 형식적인 토론이 아니라, 충분한 정보 공개를 전제로 한 실질적 숙의 과정이 보장돼야 한다. 통합의 효과와 위험, 대안에 대한 명확한 설명과 함께, 제기된 시민 의견에 대해 책임 있게 답변하고 반영하는 구조가 선행돼야 한다. 나아가 주민투표를 포함해 주권자인 시민이 최종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절차 역시 배제돼서는 안 된다. 이러한 조건을 외면한 채 추진되는 통합은 결국 '행정통합 쇼'에 불과하다.
교육은 행정의 하위 수단이 아니며, 선거 전략의 도구는 더더욱 아니다. 지금과 같은 방식이 지속된다면 우리는 또다시 "나중에 고치면 된다"는 말로 불평등의 씨앗을 제도 속에 심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대가는 언제나 학생과 학부모에게 전가돼 왔다. 교육행정통합이 진정 미래 세대를 위한 선택이 되기 위해서는, 지금 이 순간부터라도 원칙과 책임, 그리고 민주적 절차에 기반한 논의로 전환돼야 한다. 이제라도 그 악순환을 멈춰야 할 때다.
- 박고형준, 학벌없는사회를 위한 시민모임 상임활동가
'착한 교육감'이 막아줄 것이라고...? 무책임한 교육행정통합
광주·전남 교육행정통합 논의가 형식적 공론화 과정으로 진행되고 있다. 현재 추진 중인 특별법안에는 특목고·자사고·국제고·영재학교 등 특권학교 설립 관련 특례 조항이 그대로 포함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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