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1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에서 배재고등학교 야구부는 광주제일고 야구부를 향해 5·18 민주화운동을 조롱하는 응원 구호를 외쳤다. 이는 국가폭력의 아픔을 가진 공동체에 깊은 상처를 준 행동이다. 절대 실수로 볼 수 없다.
배재고의 초기 대응은 책임 회피였다. 첫 사과문은 “일부 학생 선수의 부적절한 응원 구호”라는 식으로 사안을 축소했고, 생성형 인공지능 워터마크가 포함된 사과문으로 무성의한 대응으로 비판받았다. 이후 2차 사과문에서 “윤리의식과 역사인식의 총체적 붕괴”라고 말을 바꿨지만, 이미 사과문의 진정성에 대한 의문은 커진 상태다.
고교 운동부는 승패만을 겨루는 공간이 아니라, 공정한 경쟁과 더불어 상대팀을 존중하는 시민의식을 배우는 교육 현장이어야 한다. 경기 중 부적절한 구호가 나왔다면 현장에서 즉시 바로잡고, 학생들이 그 표현이 왜 잘못되었는지 이해하도록 감독과 코치, 학교 관리자가 지도해야 했다. 하지만 학교 측은 혐오 구호를 외치는 상황에 어떠한 현장 관리도 하지 않았고 형식적인 사과문으로 다시 드러난 것처럼 이는 배재고등학교의 총체적인 교육의 실패이다. 배재고등학교는 교육기관으로서의 책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
진정한 사과는 문장 몇 줄로 끝날 수 없다. 교육의 일환으로 학교를 대표한 학생들이 참여한 야구 경기에서 일어난 일이다. 국민이 납득할 수 있을 만큼, 교육을 본업으로 하는 학교에서 책임 있는 조치가 뒤따를 때만 사과의 진정성이 인정될 수 있다. 아울러 이번 사태는 단순히 한 학교의 응원 문화만을 되돌아볼 문제가 아니다. 5·18 민주화운동은 광주만의 기억이 아니라, 국가폭력과 독재에 맞서 민주주의와 인간의 존엄을 지켜낸 대한민국 시민 모두의 역사이다.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발전을 이끈 역사적 전환점이자 세계사적으로도 그 가치를 인정받는 민주주의의 유산이다.
이러한 역사가 조롱과 혐오의 대상으로 소비되는 현실은 우리 사회의 역사교육과 민주시민교육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학교는 학생들이 민주주의와 인권, 역사적 진실의 의미를 올바르게 이해하고, 타인의 존엄과 공동체의 가치를 존중하는 민주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한다. 스포츠 경기 역시 승패를 넘어 상대를 존중하고 민주적 가치를 실천하는 교육의 장이 되어야 한다.
우리 사회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5·18 민주화운동의 역사적 의미가 광주라는 특정 지역의 기억을 넘어 대한민국 전체가 함께 계승해야 할 민주주의의 역사임을 되새겨야 해야 한다. 이를 위해 5·18 민주화운동의 헌법 전문 수록을 비롯한 제도적 기반 마련과 역사·인권·민주시민교육의 강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러한 노력이 뒷받침될 때만이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혐오 표현 방지와 역사 왜곡이 반복되지 않는 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다.
마지막으로 광주시민사회는 배재고 야구부 학생들에게 이 모든 책임이 떠넘겨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이 사태에 진정으로 책임져야 할 사람들은 어른이고 우리 사회를 혐오와 경쟁으로 내몬 잘못된 정치이다. 우리는 배재고 야구부 학생들에게 과도한 처벌이 내려지는 것도 또 다른 형태의 집단혐오가 가해지는 것도 원하지 않는다. 이번 사태가 그들의 꿈과 희망을 짓누르는 것으로 흐르는 것도 원하지 않는다. 이것은 광주 시민사회가 진정으로 바라는 것이 아니다. 다만 배재고 야구부원들에게도 간곡히 요청한다. 이번 사태를 사회적 연대와 책임을 배우는 시간으로 삼아달라. 혐오를 부추기고 소중히 지켜나가야 할 역사의 가치를 폄훼하는 행동을 일삼는 부끄러운 선수가 되지 말아 달라.
우리는 이번 사태를 올바로 해결하기 위해 배재고등학교에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하나, 배재고등학교는 이번 사안을 학생 개인의 일탈로만 처리하지 말고 학교 문화와 야구부 지도 체계 전반의 문제로 인식하고 대처해 달라.
둘, 학교법인은 관련 책임에 대해 엄중한 조사와 조치를 시행하고, 향후 유사한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학교 문화 개선을 위한 방안을 공개하라.
2026년 7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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