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CCTV설치 의무화 법에 관한 임시국회 안건 재상정을 즉각 중단하라!

- 국회, 정부 대책은 국민 분노를 잠재우기 위한 일시적, 형식적 대책에 불과.
- 폭력의 원인을 해결하기는커녕 폭력의 원인을 구조적으로 은폐할 뿐.
- 교육적, 인권적, 합리적 해결책이 아니며, 실효성도 없음.
- 보육의 공공성 강화와 개방형 어린이집 모델로 근본적 치료가 필요.

 

○ 우리는 어린이집 아동학대사건에 분노하고 있으며, 아이들은 우리 사회의 미래이기에 어떤 종류의 학대와 방임에서도 보호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CCTV설치를 의무화하려는 정부의 대책은 근본적 해결책이 아닐 뿐만 아니라, 보육현장을 더욱 병들게 할 대책이어서  강력한 반대의사를 밝혀왔다. 과거에도 이런 정책을 추진했던 정부가 매번 스스로 그 한계를 깨닫고 포기해 왔던 터라 이번만큼은 근본적 대책을 마련해 되리라 기대했다. 

 

○ 그런데, 최근 보건복지 상임위 내 법안소위에서는 어린이집에 CCTV설치를 의무화하는 정책을 덜컥 본회의 안건으로 상정해버렸고, 본회의에서 본 안건이 부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4월 임시국회에서 안건 처리를 시도하려하고 있다. 이 안건은 ‘모든 부모가 반대할 경우는 CCTV설치를 하지 않는다’는 단서를 달았을 뿐, 한 명만 어린이집 CCTV설치에 찬성하면 나머지 모든 사람이 반대해도 설치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 그간 열악한 보육현실을 조장하고, 방치해 온 것은 정부이다. 국가가 책임져야 할 보육 공공성을 시장에 맡겨왔고(국공립 어린이집 10년째 5%대, 사립유치원 원아비율 80% 등), 민간의 열악한 보육현실을 방관해 왔다.(영유아 보육료 4년째 동결하다 영아보육료만 3% 인상) 대부분 어린이집은 영세한 상태로 운영되고 있으며, 정도를 벗어난 방법으로 수익을 창출하도록 내몰리고 있다.

 

○ 열악한 보육 현실을 버텨내면서도 사랑으로 아이를 안아주려면 더욱 전문적이고, 사명감이 투철한 교사가 필요할 텐데, 인터넷으로만 1년간 연수를 받아도 누구나 보육교사 자격증을 딸 수 있도록 한 것도 바로 정부다. 10년째 변하지 않는 교사 대 아동비율, 휴식은커녕 마음 편히 화장실 갈 시간도 없는 현실, 아이들 밥 먹이느라 자기 밥 먹을 시간도 부족한 점심시간. 보육 이외 서류더미 처리, 교재교구 제작, 화장실 청소, 설거지, 2년마다 몇날 며칠 밤샘을 하게 만드는 평가인증. 보육교사들은 장시간 고강도 노동, 저임금,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 이와 같이 원래 좋은 교사도 좋은 교사로 살기 힘든 환경을 만들어 놓고, 아무나 보육교사가 될 수 있도록 보장해주기까지 했다면,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을 아동학대의 주범으로 봐도 무방할 것이다. 그렇다면 가장 비판받고 책임을 느껴야할 주체가 정부일텐데 정부는 오히려 ‘아직 범죄를 저지르지 않은’ 어린이집 교사들을 ‘곧 범죄를 저지르게 될’ 마녀로 떠밀어 놓고 인민재판을 주도하며 국민들 앞에서 심판자 행세를 하고 있다. 이것은 가장 비열하게 국가의 책임을 통째로 현장 보육교사들에게 떠넘기는 짓이다.

 

○ 국회와 정부, 지자체는 우리의 다음과 같은 호소를 직시하라.
   - 감시 장비를 설치한 수만큼 안전이 확보될 수 있다는 망상을 버리라. 설치 당시 일시적 억제효과가 있을지 모르나, 감시장비는 기록의 도구일 뿐 본질적 해결방안이 될 수 없다. 이미 CCTV가 설치된 상황에서 일어난 범죄를 과거형으로 접하고 있는 현실이 이를 반증하며, 설치된 CCTV로 인해 오히려 CCTV밖 범죄는 없는 것처럼 가정되기 쉽다. CCTV가 기하급수적으로 설치되고 있지만, 더욱 악랄하면서도, 교묘해지는 범죄들을 보라. 

   - ‘안전’이라는 이름의 감시로 ‘교육’의 본질이 훼손되어선 안 된다. 교육은 인간과 인간의 만남이다. 이 만남이 폭력으로 변질되는 원인을 반성하고 고칠 생각을 하기는커녕, 만남 자체를 감시의 눈길로 억압하는 것은 교사와 아이 모두에게 감금이지, 교육이 될 수 없다. 보육장소는 부모가 데려가기 전까지 아이를 감금하는 장소가 아니라, 교사, 동료와의  뒤섞임을 통해 만나고 성장하는 교육공간이다.

   - 사건의 원인을 치유하는 해결책이어야 한다. 연달아 일어나는 아동학대사고는 병든  보육구조를 되돌아보라는 일종의 통증이다. 통증은 건강을 지키라고 경고하는 신호인데, 진통제로 통증만 없애 놓고, 건강해졌다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 사건의 원인이 존속되는 한 폭력은 CCTV안과 밖에서 아이들을 찌르는 바늘처럼 은밀해지고 날카로워질 뿐이다.

   - 행복한 교사가 행복한 아이를 기를 수 있다는 기본적 원칙과 상식에서 출발해야 한다.  교사가 자존감을 갖기 힘든 상황을 개선하지 않으면서 이들이 더 스트레스를 받도록 일상을 감시하겠다는 발상을 버리고, 교사가 아이들에게 행복한 공간이 되기 위한 노력과 투자를 시작해야 한다.

   - 어린이집은 교사와 아이 모두의 기본권에 가장 민감해야 할 장소이다. 어린이집에 CCTV를 설치하는 것은 교사를 잠재적 범죄자 취급하는 것이다. 아이들 또한 한 인간으로서 기본권을 존중받는 경험을 통해 예민한 인권감성을 배우기보다 CCTV에 의한 기본권 침해에 아예 둔감해지거나, CCTV 안에서만 도덕적으로 구는 인간으로 인격이 왜곡되기 쉽다. 교육현장이 자정 능력울 상실하게 되는 바, 이는 곧 교육 능력을 상실하는 것이다.  

 

○ 우리는 다시 다음과 같이 주장하는 바이다.
   - 첫째, 졸속적 대책 통과를 즉시 중단하라! 국회와 정부는 졸속적으로 발표, 입안하려는 ‘통제와 감시 일변도의 정책’을 즉각 중지하고, 시민사회의 건강한 목소리를 경청해야 한다. 특히, 일사천리로 CCTV관련 예산편성 및 집행을 궁리하고 있는 지자체는 자중하라!

   - 둘째. 근본적 대책을 시행하라! 현 정권은 무상보육, 맞춤형 보육을 공약으로 내건 바 있다. 매년 50개씩 국가가 직접 책임지는 국공립 어린이집을 늘리고, 양육수당을 충분히 지원하겠다고 한 약속에 걸맞게 건강한 보육환경을 위한 지원과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보육의 공공성 강화를 위한 부문)
   (1) 국가가 직영으로 운영하는 국공립 어린이집을 늘려나가야 한다.
   (2) 교사가 담당하는 어린이수를 OECD평균 수준으로 맞추어야 한다.
   (3) 행정인력과 재정지원으로 교사들이 보육(교육)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4) 사립 유치원, 민간어린이집 교사 처우를 국공립과 동일한 수준으로 개선해야 한다.

   (보육교사의 전문성)
   (5) 어린이집 교사의 자격을 국가 수준에서 관리하라.

   (보육시설의 투명성 강화)
   (6) 부모의 참여와 소통, 투명한 운영이 보장되도록 ‘개방형 어린이집 모델’로 신뢰를 쌓아야 한다. 
   - 셋째. 학부모들의 냉정한 평가와 참여가 필요하다. 갈수록 쉼과 여유를 허락하지 않는 사회적 여건 속에서 학부모는 전적으로 보육시설에 기대기 쉽고, 보육시설을 일상적으로 감시해서라도 안심하고자하는 유혹을 떨치기 쉽지 않다. 하지만, 정부와 국회의 현 대책이 문제의 원인을 희석하고, 보육현장을 더 병들게 할 수 밖에 없음을 직시해야 한다. 또한, 현 보육현실에 대한 적극적인 문제제기와 어린이집에 대한 참여를 통해서만 근원적으로 불안을 해결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끝.

 

2015. 3. 12


광주지역공동육아협동조합 어깨동무, 광주인권회의 (광주 여성의 전화,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광주지부, 실로암 사람들, 광주인권운동센터, 진보연대 민주인권위원회, 광주비정규직센터, 광주장애인부모연대, 복지공감+, 광주여성민우회, 광주외국인노동센터, 광주NCC 인권위원회, 광주전남추모연대, 학벌없는사회를 위한 광주시민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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