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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팅을 주선해 주려고 했는데...  

며칠 전 집사람과 함께 제 친구를 만났습니다. 이 놈은 저와 같은 30대 중반의 나이지만 아직 여자친구가 없습니다. 정말 착하고 나름대로 큰 회사는 아니지만 안정된 직장을 가지고 있는 놈입니다.

나이는 한살한살 차오는데, 아무래도 아직까지 여친이 없는 것이 마음에 걸리는 것 같았습니다.

어찌어찌 얘기가 잘 되어서 집사람의 친구를 소개시켜 주기로 했습니다. 마눌님이 바로 그 자리에서 전화 통화를 하였고, 서로 만나기로 약속까지 하였고, 전화번호를 서로 교환하여 주었습니다.

상대방 여자도 나이가 있는지라, 그리 싫지는 않은 분위기였습니다. 속으로 잘 되어서 양복하나 얻어입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그렇게 친구와 저녁을 먹고 헤어져서 집에 와서 집사람이 다시 그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서 확인 전화를 했는데, 그녀의 마음이 바뀌었습니다.

전문대 졸업이라 싫다는 그녀...  

집에와서 다시 전화 통화를 한 마눌님이 미안하다고 합니다. 이유는 생각해보니 제 친구가 전문대 졸업이라 소개팅을 하고싶지 않다는 겁니다 . 순간 기분이 팍~~ 나뻐졌습니다. 저도 홧김에 알았다고 하였지만, 기분이 너무 불쾌하였습니다. 사람을 만나 보지도 않고 전문대 졸업이라 싫다니... 전문대 나온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과 뭐 다른 거라도 있는건가? 그 여자를 몇 번 본 적이 있지만, 그렇게 안 봤는데, 너무 실망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얘기하는 그녀도 역시 전문대 졸업입니다. 굳이 따지자면 서로 대놓고 그렇게 말할 처지는 아닌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냥 참고 소개팅은 없는 것으로 하였습니다. 괜히 제 친구에게 미안했습니다. 멀쩡한 놈 괜히 부축여서 소개팅 해준다고 했다가 다시 취소 했으니, 친구가 얼마나 기분이 언짢았을지 상상이 됩니다. 물론 학력때문이라는 말안 하지 않았지만, 마음이 무거워서 혼났습니다.

사람이 먼저냐? 조건이 먼저냐?  

우리나라의 학력 선호는 유별납니다. 명문대 나오지 못한 사람은 면접조차 볼 수 없는 회사가 수두룩하고, 설사 입사했다 하더라도 알게 모르게 차별 받는 것이 굉장히 심한 사회입니다. 물론 지금은 많이 좋아졌다고 할 수 있으나, 아직 많이 남아있습니다. 저 역시 회사에서 당했던 기억이 있는데, 지금은 초월하고 삽니다. ㅠ.ㅠ

물론 학력이 높고, 안정된 직장이 있으면 더 좋지만, 그것이 인간의 됨됨이를 평가하는 기준이 될 수는 없습니다. 요즘 삼성 이재용 상무의 이혼처럼, 배움의 양과 교양이 절대적인 행복의 기준이 될 수는 없습니다. 전문대 졸업이라는 딱지 때문에 만남의 기회조차 갖지 못하는 친구가 안스러울 뿐 입니다.

상대방을 먼저 보고 괜찮은 사람인가 판단해 보고, 이사람이다 싶으면, 눈에 차지 않았던 조건도 눈에 차는 법인데, 조건을 먼저 맞추고 그 조건에 맞는 배우자를 찾는 집사람의 친구를 보니 안스럽기도 하고, 실망스럽기도 하고... 그런 복잡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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