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철거민 참사, 줄 세우기식 일제고사…. 연초부터 무차별적인 공권력 집행 등으로 인권침해와 인권유린이 더욱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요즘은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의 역할이 더욱 절실한 때이다.

이러한 때 인권위를 축소하겠다며 인권에 찬물을 끼얹는 이들이 있으니, 이제는 얼어붙은 인권의 현실을 녹이기 위해 국민들이 다시 촛불을 들게 될 지도 모르겠다.

“인권위 축소라니?” 지난 2월 11일 행정안전부는 국가인권위원회를 30% 조직 축소한다는 내용의 개편안을 최종 통보했다. 이 개편안 중에는 광주지역을 포함한 3개 지역사무소 폐지한다는 내용이 있고, 이에 인권단체들은 긴급히 지난 2월13일 기자회견을 가지며 인권위 존속을 주장하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어지러운 시국 속에서 이 문제를 접하는 사람은 많진 않을 거다. 알고 있더라도 사람들은 용산참사와 같은 국민을 위해 싸워야지, 국가의 견제와 비판을 일삼는 인권활동가들이 왜 이렇게까지 발 벗고 나서는지 의문을 갖는 사람이 더러 있을 것이다.

맞는 말일 수도 있다. 인권위를 위해 뭐가 좋다고 나서겠는가? 그동안 인권위가 보여준 폐쇄적이고 관료적인 모습, ‘인권’보다는 ‘법’이라는 잣대로 중심적으로 판단하며, 인간을 후자로 미루며 판단하는 모습들은 정말 실망스러웠다. 그래도 지난 기간 동안 인권위가 있었기에 한국사회의 인권상황이 미흡하기는 하지만 어느 정도 보장될 수 있었고, 힘없고 빽 없어 억울한 일을 당해도 숨죽여 울어야 했던 사람들이 달려가 진정을 넣을 수 있는 인권보장으로의 통로가 있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인권위가 축소되었을 때, 예상되는 후과를 생각하면 이젠 앞뒤를 생각할 틈이 없다.

인권위가 축소되면 어떤 일이 생길까? 차별, 인권침해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 인권위는 제대로된 수사도 못할 것이다. 허수아비처럼 참새가 와도 제대로 쫓지도 못하는 꼴이 되는 것이다. 특히 작년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시행되면서 진정이 늘어나고 인권위의 사무인력증대가 필요한 시점에서 조직을 축소하겠다는 것은 인권위의 업무를 마비시키겠다는 뜻으로 밖에 볼 수 없다.

청소년인권활동을 하는 입장으로서 필자는 불안하다.

3월10일, 실시되는 일제고사를 비롯해 입시경쟁으로 성적과 학교의 노예가 돼야 하는 학생들, 그리고 일제고사를 치른 뒤면 또 다시 부당 해임교사가 생길 거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과연 이들은 누구로부터 보호받으며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을까? 물론 국가 인권기구에 많은 걸 기대해서도 안 되지만, 허수아비보단 할 말 하는 뻐꾸기가 낳지 않을까.

박고형준 <학벌없는사회 광주모임(준)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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