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부모에 사실상 서명 강요
 일방 실시하거나 입시때 불이익
 시민단체 “교육청 방관 말고 금지를”

광주지역 일부 고교가 학생들의 의사를 아예 묻지 않거나 불참하면 입시 때 불이익을 주겠다는 등 방법으로 야간자율학습을 시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벌 없는 사회를 위한 광주시민모임’은 4일 “광주시교육청은 고교의 경우 학기 중 희망자에 한해 밤 10시까지 자율학습을 시행할 수 있다는 지침을 통보했다. 하지만 일부 고교에서 학생들한테 참여 의사를 묻지도 않은 채 입학하자마자 야간자율학습을 강제적으로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학생의 권리를 명시한 학생인권조례에 어긋나고, 학습선택권과 행복추구권 등 인권을 침해하는 조처”라며 “자율이란 미명으로 지속되는 강제 야간자율학습을 전면 금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단체가 새 학기 들어 페이스북·카카오톡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제보를 받아 보니, 남고 2곳과 여고 2곳에서는 참석 여부에 대한 의사를 아예 묻지 않고 동의서조차 받지 않은 채 1학년 전체를 대상으로 야간자율학습을 강행했다. 일부 학교는 2주 동안은 야간자율학습을 의무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전통이라며 학생들을 휘어잡고 있다.


특히 ㅅ고는 학생이 가정학습을 원하면 “교내에서 실시하는 자기주도적 학습시간을 충분히 확보하지 않을 경우, 수시 원서 접수 때 담임의 추천서를 써줄 수 없고, 추후에도 모든 교사에게 추천서를 요구하지 않아야 한다”는 약속을 강요하고 있다. 이 학교는 사실상 야간자율학습을 빠질 수 없도록 압박하는 문구에 학생과 부모가 함께 서명한 신청서를 받고 있다.


이 단체는 “이런 강제학습이 상당수 인문고에서 해마다 되풀이되고 있다. 학교들은 형식적으로 선택 여부를 물어볼 뿐 희망하지 않더라도 암묵적으로 강요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이어 “학기 초에 분위기를 다잡겠다며 강제로 두세달 야간자율학습을 시행한 뒤에야 참여 여부를 묻고 있다. 시교육청이 형식적으로 감독하고 방관하기 때문에 이런 상황에 이르렀다. 더는 강제학습을 묵인하지 말고 자율학습을 전면 금지하는 강력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고형준 활동가는 “‘희망’이나 ‘자율’이라는 명분을 내걸고 강제학습을 한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런 실태를 잘 알고 있는 장휘국 시교육감이 책임있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학생인권조례 제정으로 모든 일이 해결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한겨레 http://www.hani.co.kr/arti/society/schooling/68082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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