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공동체 벗에서 출판한 <도서_대학거부 그 후>를 소개합니다. 학벌없는사회를 위한 광주시민모임 박고형준 상임활동가 이야기도 담겨 있답니다. 따끈따끈한 책이니 많이들 구독해주시고 주변에 권해주세요.



<책 소개>

이 책은 공고한 학벌사회에서 정상의 위치와 자격을 가지지 못한 여덟 사람들의 에세이로 구성돼 있다. 이들의 이야기는 ‘대학에는 못 갔지만 이렇게 성공했다’라는 식의 성공스토리와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성공하지 못한 사람들의 흔들리는 자기 기록에 가깝다. 위태롭게 흔들릴 수밖에 없었던 이들의 삶은, 대학 졸업장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보이지 않지만 엄연히 존재하는, 학력 차별이 만연한 한국 사회의 모습을 오롯이 되비춘다.


<저자소개>

한지혜* 고등학교 2학년이던 2008년 어느 날, 시험 성적에 따라 ‘내 자리’가 정해지던 교실을 뒤로한 채 도망쳐 나왔다. 10대의 후반을 뚱땅뚱땅 노래도 하면서, 틈틈이 알바도 하면서 보냈고, 그 와중에 청소년인권운동에 빠져 활동하다 보니 어느덧 빼도 박도 못하는 20대 중반이 되었다. 끈기가 없는 편인데 인생을 통틀어 그나마 끈덕지게 붙잡고 있는 일이 청소년운동이라는 사실에 왠지 모를 뿌듯함을 느끼곤 한다.


정열음* 어쩌다 보니 중학교도 그만두고, 어쩌다 보니 대학도 안 가고 2011년 대학거부선언에 이름을 올렸다. 사람 만나는 거 좋아하고, 노는 거 좋아한다. 놀 사람을 찾아 헤매다 10대 중반에 만난 교육공동체 나다에서 20대를 맞이했다. 주로 여덟 살 친구들에게 그림책을 읽어 주며 놀거나 친구들과 《아무나 볼 수 있는 인문학 잡지 “나다wom”》을 만들고 있다.


박고형준* 2002년 수능 날 아침, 갈팡질팡하다 시험장으로 가는 대신 광주시교육청 앞에서 1인시위를 했다. 현재 학벌없는사회를위한광주시민모임에서 일하고 있다. 돈을 많이 벌고 싶지도 않고, 장래희망이 없을 정도로 지금 하는 일에 만족하며 산다. 내 직업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과 최근 결혼해 출산을 앞두고 있으며, 곧 태어날 아이와 아내랑 함께 제 2의 인생을 어떻게 만들어 나갈지 고민하는 걸음마 중이다.


민다영* 밥보다 밀가루 음식을 주식으로 삼는 밀덕. 2011년 대학거부를 선언하고 살길이 요원하여 알바를 전전하고 있다. 소소하게 나의 삶을 잘 살아 나가는 것이 작은 꿈이자 목표이다.


김해솔*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에서 활동하고 있다. 편하게 살려고 2011년 대학입시를 거부했다. 나 혼자 편한 거 말고, 다 같이 편하게 살 수 있으면 좋겠다. 게으르고 느긋한 성격 탓에 주변 사람들을 겁내 고생시킨다는 건 안비밀.


김남미* 2008년, 대학거부를 하고 수능을 안 봤다. 10대 때 청소년인권운동을 했던 게 연이 되어 지금도 아동, 청소년 만나는 일을 하고 있다. 하고 싶은 말이 많을 때 사는 게 좀 재밌다고 느낀다. 하나부터 열까지 궁금한 게 넘칠 때 사람 만나는 게 좋다고 느낀다. 요즘은 세상 돌아가는 모양에 대해 궁금한 것도 많고,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에 한해서는 하고픈 말도 조금 있다. 상태 좋을 때 사방팔방 열심히 두리번거려서 많은 걸 보고 싶다. 그래야 오래오래 살맛 날 테니까.


공기* 2011년 대학거부선언에 참여했다. 만나 보면 재밌는 사람이라는 얘기를 많이 듣지만 생각하는 건 우울하기 짝이 없는 사람이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이야기 말고, 나만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해 보려고 노력하지만 그것도 녹록치 않다. 세상이 드러내지 않는 많은 삶들을 기록하고 싶었는데 정작 내 얘기만 주야장천 만화로 기록하고 있다. ‘공기’라는 나의 애칭은 그래서 각별하다. 있는 듯 없는 듯 존재하고 있는 ‘나’와 같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지지고 볶으며 살고 싶다.


고예솔* 맘에 안 드는 것을 참지 못하는 성격을 가지고 한국 땅에 태어나서 세상에게 핀잔먹으면서 살아가는 중이다. 2011년 대학거부선언을 했다. 초년 운이 사나운 사주라기에 ‘착하게 굴어도 사나울 팔자라면 할 말 다 하고 사납게 사는 게 이득’이라 생각하고 부러 더 사납게 굴고 있다.


<출판사 리뷰> 대학거부 선언 이후, 대학 없는 삶을 버텨 내기

한국 사회에서 대학은 계급상승의 욕망을 등에 업고 거대한 권력이자 문화자본으로 기능해 왔다. 그만큼 대학과 관련한 문제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잘사는 사람들이 대학까지 잘 간다며 개천에서 용 안 나는 현실을 우려하기도 하고, 이제 대학을 나와도 먹고살기 어렵다며 ‘학력 인플레’를 지적하기도 한다. 대학입시가 초중등 교육을 왜곡한다는 것은 누구도 부정하기 어려운 한국 교육의 고질적 병폐이다.


하지만 이런 현상들에 대해 거론되는 대안이라곤 대졸자들의 취업률을 높이기 위한 산업적 지원이거나 대학 구조조정, 대학 평준화 같은 대학 개혁안 정도이다. 함께 대학을 가지 말고 잘 살아 보자는 이야기는 누구도 섣불리 하지 못한다. 모두가 누군가의 설움과 차별로 작동하는 ‘학벌사회’의 단면을 어렴풋이 경험하고 있기 때문일까.


놀랍게도 대학을 거부하자는 이야기를 먼저 꺼낸 사람들은 청소년 당사자들이다. 많은 수는 아니지만 2000년대 초반부터 지금의 교육 현실에 파열구를 내고자 대학거부를 선언하고 대학을 가지 않은 청소년들이 있어 왔다. 이들은 자유로운 배움과 존엄하고 인간적인 삶을 내일로 유예하지 않겠다고 선언함으로써 대다수 사람들과는 다른 삶을 택했다. 이러한 청소년들의 대학거부선언은 수능철 쏟아지는 입시 관련 기사 한편에 작게 보도되기도 했지만 그 작은 관심마저 시간이 지나면 깨끗이 지워졌다. 하지만 대학을 거부한 사람들의 삶은 이후로도 계속, 지속됐다.


이 책은 대학거부를 선언했던 여덟 명의 청년들이 각자의 삶에서 흔들리며, 자기 선택을 지키고 버텨 온 지금까지의 과정을 기록하고 있다. 다들 초졸에서 고졸까지 어디 내놔도 빠지지 않는 허름한 학력의 소유자들이다. 이들은 짧게는 3년에서 길게는 12년까지 대학 없이 자기 삶을 꾸려 왔다. 


다른 선택에 대한 사람들의 달갑지 않은 시선, 또는 의구심 어린 시선에 잘 먹고 잘사는 것으로 화답할 수 있으면 좋았겠지만 싱겁게도 그런 이변은 없었다. 세상은 몇몇의 선언만으로 바뀌지 않았고, 학벌의 벽은 생각보다 공고했으며, 이들의 세상살이는 정해진 수순대로 팍팍했다. 


가족이나 주위 친인척의 압박, 앞으로의 생존에 대한 두려움, 노동시장에서의 오갈 데 없는 처지(비정규직, 서비스직 외에는 허용되지 않는 일자리), 지금도 앞으로도 여전할 경제적 어려움, 80%의 대학생 청년들 사이에서 20%의 비대학생으로 남아 있는 소수자로서의 고립감, 사람들의 은근하고 때로는 노골적인 차별……. 


이들은 그동안 겪어 왔고, 지금도 겪고 있으며, 앞으로도 겪어야만 할 ‘학벌 없는 20%’로서의 삶을 증언한다. 그리고 한 번의 ‘대학거부’보다 어려운 것은 대학에 가지 않은 상태를 유지하면서 20대, 30대를 버텨 내는 일이라고 말한다. 차별사회의 오늘을 적나라하게 보여 주는 이들의 이야기는, 학력 차별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조건들을 고민하게 만든다.


<책의 내용과 구성>

이 책은 공고한 학벌사회에서 정상의 위치와 자격을 가지지 못한 여덟 사람들의 에세이로 구성돼 있다. 이들의 이야기는 ‘대학에는 못 갔지만 이렇게 성공했다’라는 식의 성공스토리와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성공하지 못한 사람들의 흔들리는 자기 기록에 가깝다. 위태롭게 흔들릴 수밖에 없었던 이들의 삶은, 대학 졸업장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보이지 않지만 엄연히 존재하는, 학력 차별이 만연한 한국 사회의 모습을 오롯이 되비춘다.


책은 총 3부로 이루어져 있다. 1부 ‘우리는 어쩌다 20%가 되었나’에는 대학 진학률 80%가 넘는 시대에 20%의 삶을 택한 사연이 담겨 있다.

한지혜는 고2 때 고등학교를 중퇴했다. 그 뒤로도 악기를 연주하는 게 좋아 음대를 갈 생각을 했지만 그마저 그만뒀다. 그 또한 내용만 다를 뿐 경쟁과 시험, 평가 속에서 이루어지는 일임을 절감했기 때문이다. 

민다영은 입시 성공담에 나와 있지 않은 삶을 알고 싶었지만 끝내 찾지 못하고 대학거부의 길로 들어섰다. 생각보다 고졸자의 삶은 막막했고, 그래서 그는 여전히 대학에 갈까 말까를 고민하고 있다. 그는 대학거부가 하루하루 용기를 내야 지속할 수 있는 것임을 일깨운다. 


2부 ‘횡설수설한 나날들’은 학력 차별의 벽을 절감하고 그 앞에서 여전히 갈피를 잡지 못한 채 흔들리는 이들의 삶을 그대로 보여 준다.

화장품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고예솔은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대학을 안 간 이유에 대해 설명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고 남들과 다른 생각을 꺼내 놓는 것에 부담을 느낀다. 그는 남들과 다른 선택을 했다는 이유로 행복해야만, 성공해야만 할 것 같은 강요 섞인 시선에서 이제 자유롭고 싶다고 말한다.


공기는 ‘대학 가서 미팅할래 공장 가서 미싱할래’라는 말로 협박하는 사회에서 대학을 거부하고 공장 노동자가 되었다. 공장에서도 생산직과 관리직 사이의 학력 차별을 경험하지만, 그는 자신의 삶, 주변의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이런 일 해야 하는 사람’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 준다.


둠코는 청소년운동가이다. 하지만 운동만으로는 생계를 유지할 수 없어 알바 생활자를 겸하고 있다. 하고 싶은 일이 있기에 일상을 알바에 점령당하고 싶지 않다. 그에게, 먹고살 만큼 돈을 버는 데 시간을 할애하는 것과 활동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는 것은 아슬아슬한 줄타기 같다. 


3부 ‘살아남기 위해서’에서는 차별이 일상인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이들이 취하고 있는 전략들을 엿볼 수 있다. 


정열음은 학력을 중요시하지 않고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주는 인문학 단체를 만나 안정감을 찾았다. 그러자 대학에 가야 할 필요가 없어졌다. 이런 경험을 통해 그는 대학을 안 가도 먹고살 수 있는 환경을 서로, 함께 만들어 주는 것이야말로 불안을 강요하는 사회에 필요한 생존법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고백한다. 


박고형준은 자신처럼 가방끈 짧은 사람들이 겪는 어려움들이 많을 것 같아 학벌없는사회를위한광주시민모임이라는 단체를 만들었다. 여기서 그는 사회에 뿌리박힌 학벌 문제를 파헤치고 사회에 고발하는 일을 하고 있다. 또 자기 삶의 대안을 만들기 위해 자급 자립의 공동체를 일구는 실험도 하고 있다. 


김남미는 대학거부 이후의 팍팍한 삶이 단지 대학 또는 교육만의 문제가 아니며, 노동, 주거, 등 이 사회 전체가 총체적으로 얽혀 있는 문제라고 지적한다. 때문에 대학거부자들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입시 교육에 대한 비판뿐만 아니라 한 인간의 삶의 전 영역을 다루는 다양한 문제제기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유스리포트 시리즈 소개>

청(소)년 담론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오던 시기가 있었다. 1990년대 중반, 이른바 ‘신세대’ 담론의 등장과 함께 원조 교제, 가출, 일진, 왕따 문제 등이 사회적 문제가 되었고 이해할 수 없는 ‘요즘 아이들’을 이해하기 위해 많은 언어들이 쏟아졌다. 하지만 그것들 중 대다수는 지나친 리얼함으로 오히려 현실을 과장하거나 현학적 접근들로 현실에서 미끄러지고 말았다.


그로부터 20여 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청(소)년은 어떤 존재인가. 10대들은 여전히 미래의 희망(“우리 아이들을 지켜 주세요”)이지만 말 걸기도 무서운 병증의 환자(중2병 현상)이기도 하다. 20대들은 미래에 대한 불안 속에 현재를 살아가는 안타까운 청춘(88만원 세대론)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주의자들(20대 개새끼론)이다. 기성세대들의 필요에 따라 마치 정신분열증 환자처럼 다양한 모습으로 호출되는 그들은 20년 전 그때나 지금이나 청(소)년 담론 안에 없다.


한편 세대론에서조차 배제된 자들이 있다. 청(소)년 세대를 특정한 ‘세대론’이라는 틀에 가두려 할수록 이들의 목소리는 소외된다. 대학 반값 등록금 정책이 정치적 이슈가 될수록 대학을 다니지 않는 청년들의 목소리는 작아지고, 학생인권조례가 학교 밖 청소년들의 다양한 삶의 결까지 담아내지는 못하는 것처럼 말이다. 


유스리포트는 미래를 위해 현재를 유예해야 하는 존재로서 청(소)년이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청(소)년들의 삶을 증언하고자 한다. 청(소)년들의 구체적인 삶의 모습과 고민을 교육, 노동, 성, 사랑, 폭력, 가난, 소외, 관계 등 다양한 범주에서 조명할 것이다. 기존의 청(소)년 담론의 주제가 되지 못했던 비주류, 소수자의 이야기도 담을 것이다. 또한 삶의 한 단면만을 놓고 평가하는 손쉬움을 포기하고 그들의 삶을 둘러싼 사회경제적 배경을 함께 읽고자 한다. 그것은 문화적 다양성의 관점에서 청(소)년 문화가 사회적으로 소통되고 의미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때로는 누군가가 대신해 그들의 목소리를 전할 것이며, 때로는 그들 스스로 자신의 이야기를 할 것이다. 섣부른 진단이나 분석은 하지 않으려 한다. ‘혐오론’이든 ‘희망론’이든 청(소)년을 특정한 프레임에 가두려는 욕망에서 벗어날 때 우리는 비로소 그들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그리고 들을 수 있는 출발선에 설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의 삶을 읽는 것은 곧 우리 시대, 우리 사회를 읽는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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