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마친 저녁... "대학입시 거부" 노래하는 이들

- 투명가방끈과 입시희생자 위한 희망콘서트




▲  대안학교 '교육공간 오름'의 학생들과 학벌없는사회를 위한 광주시민모임 활동가들이 수능시험이 치러진 13일 '투명가방끈과 입시희생자를 위한 희망콘서트'를 열었다. 이날 오후 7시 광주 동구 충장로 옛 학생회관 야외마당에서 열린 콘서트에는 2년째 대학입시를 거부하고 있는 문현철(20)를 비롯해 인디밴드 혼전순결, 거봉블루스가 출연해 공연을 선보였다. 한 관람객이 "우리의 꿈은 대학이 아니다"라고 적힌 유인물을 보고 있다.

ⓒ 소중한


수능시험이 끝난지 채 두 시간도 지나지 않은 13일 오후 6시 50분, 광주 동구 충장로 일대. 올 가을 들어 가장 추웠던 이날, 앳된 얼굴의 학생들이 입김으로 언 손을 녹이며 시내를 메우기 시작했다. 휴대폰 매장과 식당, 옷가게 등에는 '수험생 할인'이라고 적힌 안내문이 나붙었다.


'대학', '수능'이란 단어가 하루 종일 언론을 도배한 이날, 반대로 "우리의 꿈은 대학이 아니다"라며 작은 음악회를 연 이들이 있다. 대안학교 '교육공간 오름'의 학생들과 학벌없는사회를 위한 광주시민모임 활동가들이 '투명가방끈과 입시희생자를 위한 희망콘서트'를 연 것.


이날 오후 7시 광주 동구 충장로 옛 학생회관 야외마당에서 열린 콘서트에는 2년째 대학입시를 거부하고 있는 문현철(20)씨를 비롯해 인디밴드 혼전순결, 거봉블루스가 출연해 공연을 선보였다.


이들은 "자신의 삶을 위해 대학을 거부한 청춘을 응원하고 대학입시, 수능으로 인해 희생된 청춘을 추모하기 위해 모였다"며 이날 콘서트를 소개했다.




▲  대안학교 '교육공간 오름'의 학생들과 학벌없는사회를 위한 광주시민모임 활동가들이 수능시험이 치러진 13일 '투명가방끈과 입시희생자를 위한 희망콘서트'를 열었다. 이날 오후 7시 광주 동구 충장로 옛 학생회관 야외마당에서 열린 콘서트에는 2년째 대학입시를 거부하고 있는 문현철(20)를 비롯해 인디밴드 혼전순결, 거봉블루스가 출연해 공연을 선보였다. 문씨가 눈을 감은 채 노래를 부르고 있다.

ⓒ 소중한


무대에 오른 문현철씨는 "지난해 처음 대학입시를 거부하며 수능시험 날이 되자 '뭘 해야할지 모르겠다'는 불안감을 참 많이 느꼈다"며 "수능시험을 보든, 보지 않든 그런 걸로 차별받지 않는 사회가 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문씨는 이날 콘서트에서 가수 리쌍의 <광대>를 불렀다.


"세상을 넘어 시간을 멈추고/ 세상을 넘어 신나게 춤을 춰 봐/ 세상을 넘어 모두가 같은 높이에서/ 그래, 그래 그렇게." 


콘서트에는 이날 수능시험을 치르고 온 학생들도 참여했다. 수학교사가 꿈인 송희용(19)군는 노래하는 문현철씨 옆에서 직접 타악기 카혼을 연주하며 힘을 보탰다. 


"수능시험을 치른 소감"을 묻자 송군은 "수능시험을 치르는 내내 시간이 너무 빨리 가는 것 같아 허무했다"며 "초중고 12년 동안 공부한 것을 그 짧은 시간 동안 평가받는다고 생각하니 씁쓸한 마음이었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  대안학교 '교육공간 오름'의 학생들과 학벌없는사회를 위한 광주시민모임 활동가들이 수능시험이 치러진 13일 '투명가방끈과 입시희생자를 위한 희망콘서트'를 열었다. 이날 오후 7시 광주 동구 충장로 옛 학생회관 야외마당에서 열린 콘서트에는 2년째 대학입시를 거부하고 있는 문현철(20)를 비롯해 인디밴드 혼전순결, 거봉블루스가 출연해 공연을 선보였다. 관람객들 발 사이로 '수능은 감옥'이라고 적힌 플래카드가 놓여 있다.

ⓒ 소중한


콘서트 현장을 지나던 시민들은 "콘서트의 의도에 공감한다"며 추운 날씨에도 삼삼오오 모여 공연을 지켜봤다. 고등학생인 정연윤(17)양은 "수능시험을 떠올리기만 해도 힘들다"며 "대한민국은 공부를 너무 많이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양과 함께 공연을 보던 박세희(17)양은 수능시험 전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3 학생을 거론하며 "남 일 같지 않아 너무 슬프다"고 덧붙였다.


강경필 교육공간 오름 대표는 "19살이 되면 당연한 듯 '수능 잘봐라'라는 말을 듣는데, 이것이 대학입시를 거부한 학생들에겐 큰 스트레스가 된다는 걸 알았다"며 "고3이면 모두 수능시험을 본다는 인식을 한 번에 바꿀 순 없겠지만 이런 콘서트를 통해 누군가에겐 그것이 폭력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알리고 싶었다"고 이날 콘서트의 의도를 설명했다.


이어 "청소년 자살문제의 가장 큰 원인은 대학입시, 그리고 그에 따른 대학 서열화"라며 "어제 한 고3 학생이 유명을 달리한 것처럼 대학입시 때문에 죽음을 선택한 학생들을 추모하려는 의도도 콘서트에 담았다"고 덧붙였다. 


오마이뉴스 http://omn.kr/asy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