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광역시교육청의 무분별한 CCTV활용에 면죄부를 준 국가인권위원회를 규탄한다.

 

1. 광주광역시교육청, 초과근무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당사자들의 동의 없이 CCTV영상 열람요구
○ 광주에 소재한 ㄷ고등학교는 2014년 9월23일부터 26일까지 광주광역시교육청 감사관실에 의해 퇴직감사를 받은 바 있으며, 감사관실에서 초과근무수당 장부를 확인하던 중 ‘실제 이 시간에 교사들이 등·하교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CCTV영상 열람을 학교 측에게 요구했다. 이는 광주광역시교육청이 교사들의 일상적 근무 감시를 위해 언제든 CCTV영상을 요구할 수 있음을 공공연하게 과시한 셈이다.

 

○ 타교에서도 이와 비슷한 사례가 다수 있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으며, 당시 감사실 핵심관계자 발언에 따르면 CCTV자료 요구는 감사팀에서 그간 효율적인 감사방식으로 사용되어 왔으며, 기본권 침해에 비해 공익이 크다는 입장을 노골적으로 밝힌 바 있다. 게다가 이 같은 감사방식은 광주시내 각 급 학교들이 생체정보를 요구하는 지문인식기를 설치하도록 내몰고 있으며, 시민단체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광주 관내 89개 학교, 특히 고등학교의 90%이상이 설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 이 뿐 아니라 공공장소인 학교현장에 광범위하게 설치되는 CCTV 등 무인장비가 설치과정 및 운영 면에서 소홀하게 관리되어 구성원들의 기본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음을 발견했다. 이에 대해 광주인권단체들과 관련 노동조합에서는 인권적 차원에서 문제점을 환기시킬 필요가 있다고 판단이 되어 2014년 11월11일 국가인권위원회로 인권침해 진정서를 제출했다.

 

2. 국가인권위원회, CCTV관련 권고 판례를 깨고 광주광역시교육청의 정당한 업무로 간주
○ 2015년 3월25일, 진정인에게 도착한 국가인권위원회의 진정사건 처리결과통지서는 황당하기 짝이 없다. “CCTV영상 열람 문제에 관해 감사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감사관이 관련 규정 등에 따라 초과근무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목적이나 수단으로 피감사기관 직원을 상대로 CCTV영상 확인요구를 한 조치는 정당한 업무행위”라고 판단하고, 인권침해행위에 해당하지 않음을 규정하며 기각을 결정내린 것이다.

 

○ 하지만 이번 결정은 그간 국가인권위원회가 판단해왔던 CCTV 관련 정책권고 및 각종 사안의 판례를 깨트리는 몰지각한 결정이다. 참고로 국가인권위원회에서는 “공공기관의 CCTV 등 무인단속장비의 설치․운영 관련 정책 권고(2004.04.19)”에서 밝힌 바와 같이 학교 내 CCTV 설치가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인 초상권,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에 대한 침해 소지가 다분한 만큼, CCTV 설치와 운영에 관한 규정을 명확히 하고 관계된 모든 종사자에게 철저한 교육을 실시하여 CCTV 설치에 따른 인권침해 등 부작용을 최소화 하여야 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 ㄷ고등학교 뿐 만 아니라, 많은 학교현장에서 범죄 예방 및 학교안전을 명분으로 CCTV 설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지만, 위 국가인권위원회 권고에 따라 학교 구성원들에 대한 설치 동의과정, 설치 여부 및 설치목적 고지, 촬영된 자료에 대한 열람 및 운영 등을 지키고 관리되고 있는 교육기관은 거의 없다. 그런데 상급기관인 광주광역시교육청이 학교의 허술한 CCTV관리체계를 지도 감독하기는커녕 상급기관의 권위를 이용해 감사의 효율성을 높인다는 구실로 CCTV영상 열람을 요구하는 것은 명백한 월권행위이다.

 

○ 특히, 시간외근무수당 수령 사실여부 확인 등 범죄로 확정되지 않고, 중대한 사유라고 보기 힘든 사유임에도 불구하고 불특정 다수의 교사들을 잠재적 비리행위자로 보고 CCTV를 활용하려하고 있어, 교사들에게 모멸감을 주고 있으며, 이와 같은 감사 행태는 생체정보를 제공해야 하는 지문인식기 설치 보급을 조장하고 있다. 무력한 교사들이 생체정보를 담보로 자신의 윤리성을 증명하도록 내몰고 있는 것이다.

 

3. 진정인과 피해자의 조사 없이, 피진정인과 참고인 조사만으로 판단하는 것은 구제절차에 어긋나
○ 국가인권위원회 진정처리 절차에 따르면 사건조사는 반드시 우선적으로 진정인, 피해자에 대하여 진술 및 자료제출을 요구하고, 필요할 경우 조사사항과 관련이 있는 자료를 조사관이 별도로 관련기관에 요청할 수 있다. 그런데 이번 사건에 있어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과정은 엉뚱하게도 갑(피진정인, 인권침해 가해자)을 중심으로 한 조사와 의견을 청취하였고, 을(진정인, 인권침해 피해자)에 대한 목소리는 전혀 귀담아 듣지도 담지도 않았다.

 

○ 구체적으로, 지난해 11월 진정서 제출 당시 ㄷ고등학교의 노동조합 조합원인 교사가 공동 진정인으로 참여하였고, 진정서 내용 상 피해자가 ㄷ고등학교의 교사라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며, 규정에 따라 우선적으로 진정인 내지 피해자들에 대해 조사를 해야 마땅하다. 그런데 해당 조사관은 피진정기관인 광주광역시교육청 감사관실 관계자와 진정 건과 직접 관련이 없는 ㄷ고등학교 행정실 직원을 참고인으로만 조사하였고, 구제에 대한 노력 없이 자의적 조사내용을 심의기구인 차별구제위원회로 보고하였다.

 

○ 만약 이 사안이 인권침해·차별행위라고 볼 상당한 근거가 있고, 그 내용이 중대하다고 인정되어 심의기구의 결론을 맡겼다면, 충분한 시간을 두고 구제절차에 따라 진행했어야 맞고, 최소한 피해자나 진정인에게 전화 한 통이라도 걸어 사실관계를 확인해야 함이 마땅하다. 특히 법원과 달리, 국가인권위원회의 사건은 조사종결 내지 의결이 되면 다시는 조정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사건에 대한 판단은 신중해야 하고 조사는 명확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조사과정의 몰상식과 불충분에 대해 뼈저린 반성이 필요하다.

 

4, 감사기관 협조요청을 위해 개인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의무사항이 아니며, 개인정보 제공여부 판단은 매우 상세해
○ 국가인권위원회의 이번 통지문에는 교육부가 마련하여 일선학교에 시달한 ‘학교 내 영상장비 처리기기 설치 운영 표준 가이드라인이 있기 때문에 인권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기각하였지만, 광주광역시교육청이나 ㄷ고등학교에서는 정보제공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별도의 세부적인 기준이나 지침을 마련하지 않았다.

 

○ 개인정보보호법 제18조 제2항에 따르면 ‘범죄의 수사와 공소의 제기 및 유지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할 수 있지만, 이 경우에 ‘정보주체 또는 제3자의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을 때’는 개인정보를 제공할 수 없도록 규정되어 있으며, 경찰이나 검찰과 같은 수시기관에서나 적용이 가능하다. 즉, 광주광역시교육청이 ㄷ고등학교에게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것은 의무사항이 아닌 공공기관 간의 업무협조사항이므로 광주광역시교육청의 판단만으로 개인정보제공을 당연시할 수 없다.

 

○ 따라서 광주광역시교육청이 감사차원에서 ㄷ고등학교의 CCTV 열람을 요구할지라도, 개인정보여부를 반드시 판단해야 하고, 수사의 범죄혐의가 중대범죄인지 경미범죄인지(수사대상 범죄의 경중), 요청된 정보제공의 범위가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광범위한 범위인지 한정된 범위인지(요청된 정보의 범위), 정보제공을 통해 정보주체 또는 제3자의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는지 등을 고려하여야 한다.

 

요컨대, 이번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은 인권위가 추구해야 할 인권적 가치를 스스로 심각하게 훼손했을 뿐 아니라, 최소한의 절차적 정당성마저 외면해 버린 판단이다. 특히 국가인권위원회의 모든 결정은 법원 판결과 다르게, 한 번 결정한 사안에 대해 재심의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고려했을 때 이번 사건에 대한 판단은 신중하지 못하였다. 이에 제 인권단체와 교원단체는 정부기관에 의한 인권침해 갑질을 변론하기에 이른 국가인권위원회 결정에 유감을 표명하는 바이며, 이번 결정에 굴하지 않고, 광주광역시교육청 뿐 아니라 공공기관 전체의 정보인권 문제에 대해 하나하나 문제제기하며 해결해 나갈 것을 다짐하는 바이다.

 

2015.3.31
학벌없는사회를 위한 광주시민모임, 광주인권운동센터, 진보네트워크, 광주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광주NCC,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광주지부,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광주지부, 광주장애인부모연대

 

■ 향후일정
국가인권위원회 광주인권사무소장 면담 : 2015.4.2.
이번 결정 규탄 일인시위 : 2015.3.31~4.1 12:00~13:00 국가인권위원회 광주인권사무소 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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