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도서관 시민이용 제한으로 인한 두번째 피해사례(진정)입니다.


가. 박고형준 님의 피해사례

1. 2013년12월4일 경, 본인은 도서를 대출받고 열람실을 출입하고자 조선대학교 중앙도서관을 방문한 바 있음. 그러나 본인은 이용증이 없기 때문에 대학도서관 이용이 불가능하다는 관계자의 설명을 받음. 

2. 결국 광주지역에 소재한 여러 대학(광신대학교, 광주과학기술원, 광주기독간호대학교, 광주대학교, 광주보건대학교, 광주여자대학교, 남부대학교, 서영대학교, 송원대학교, 전남대학교, 조선대학교, 한국폴리텍5대학교, 호남대학교, 호남신학대학교)을 방문하려고 했으나, 대학도서관 이용이 불가능하거나 제한적임을 확인하였음. 결과적으로 본인은 원하는 자료를 구하지 못해 직접 도서를 구입하게 됨.

3. 현재 본인은 직장을 다니기 때문에 직장 사무실과 가까운 도서관인 조선대학교 중앙도서관을 방문하게 되었음. 그리고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도서관보다, 대학도서관이 도서 보유량이 많고 도서종류가 다양하기 때문에 대학도서관을 자주 활용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음.

4. 그러나 대학도서관 이용은 대학구성원만 가능하거나 소위 ‘신분이 보장된 특정인’만 가능하였고, 본인처럼 인근 지역에 거주한 직장인이나 주민들은 접근조차도 할 수 없었음. 참고로 본인이 접근하지 못한 특별한 사유는 최종학력이 고등학교 졸업이기 때문임. 본인은 이 상황이 사회적 차별이자, 학력·학벌차별이라고 생각함.

5.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이 있음. 이미 많은 시민들이 대학을 오가거나, 대학시설을 이용하고 있다는 것임. 대표적인 사례로 대학운동장을 들 수 있음. 본인이 자주 오가는 전남대학교 운동장을 보더라도, 출근 전이나 퇴근 이후에 많은 사람들이 운동을 하거나 휴식을 취함. 그리고 한적한 대학캠퍼스에서 산책을 하는 사람들도 꽤 많이 있음. 또한 본인이 원하면 대학부설기관인 언어교육원에서 학습도 받을 수 있고, 행사개최를 위한 강의실 대관도 가능함. 이렇듯 이미 대학은 시민들에게 개방되어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님.

6. 대학의 개방적인 분위기는 시대적 흐름이며, 대학도서관을 개방하지 않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규칙이라고 생각함. 지금이라도 모든 시민이 스스로의 당연한 권리인 ‘교육’을 누릴 수 있도록, 대학도서관이 조건 없이 개방되어주길 바람. 그리고 이를 위해 차별적인 대학도서관 이용규칙을 수정하고, 국가인권위원회의 현명한 판단 즉 권고와 의견표명을 바라는 바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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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조재호 님의 피해사례

1. 2013년 11월2일부터 3일까지 2013 전국스포츠클럽 티볼 대회가 열렸음. 전국 초중고 60개팀, 2500여명이 참여하는 전국규모의 큰 대회가 열렸음. 본인은 티볼 협회 심판자격으로 이 대회에 참여하여 심판을 보았음.

2. 11월3일, 진주 00여중에서 시합 전 선수확인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가져와야 할 아이디카드를 소지하지 않았음을 알게 되었음. 급하게 학생들 아이디카드를 출력해야만 하는 상황이었음. 대회본부도 출력할 수 있는 장치가 없어서 인근 조선대학교 중앙도서관에서 출력해야만 하는 상황이었음. 컬러프린트 장치가 대학도서관에는 있었고, 매우 시급한 상황이었음. 왜냐하면, 이 대회를 위해 오랫동안(1년 내내) 준비한 땀과 열정이 아이디카드 발급 문제로 몰수게임 패를 당할 상황이었기 때문. 물론 이는 팀 코치와 담당교사의 부주의가 문제이고, 그렇게 중요한 것을 철저하게 공지했음에도 불구하고 소홀히 하였음. 시합은 9시에 시작해야 하고, 30분 내에 시합에 들어오지 않을 경우 몰수게임이 선언된다는 것이 룰에 나와 있기에 심판 측과 대회운영 측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음.

3. 조선대학교 중앙도서관은 운동장에서 10분 내외에 위치해있음. 빠르게 움직이면 몰수게임이 불가능한 상황도 아님. 그렇지만, 중앙도서관은 학생들만 입장이 가능함. 진주 00여중 코치와 심판진인 내가 빠르게 움직였지만, 어쩔 수 없이 입장가능한 조선대 학생을 찾아야 했고, 다행히 조선대학생중에 대회자원봉사자(조선이공대학교 대학생)가 있어 시급하게 프린트를 하려고 했으나, 조선대학교 학생을 찾는 과정에서 귀중한 시간이 많이 흘렀음. 결국, 대학도서관에서 일을 처리할 수 없었음. 시각이 다가오자 진주 00여중 교사는 울분에 차서 "여기 인근 PC방이 어디에 있느냐"고 외치기도 했음.

4. 비정상의 상황임. 모든 사람이 자유스럽게 이용하고, 지성을 생산하는 공간이 자기들만의 '아이디'가 있는 자들로 한정되는 것은 정상이 아님. 더구나, 광주의 자랑스러운 명문, 조선대학이 이런 비정상적인 상황에 직면한다는 것은 조선대의 명예와 권위에도 흠이 되는 일임.


나. 조재호 님의 의견서

· 대학 수업시간, 선생님이 우리에게 물었습니다. “서울에서 제일 좋은 대학교는 어디인가요?” 대답에 쭈뼛하는 우리를 대신해 선생님은 “서울대학교, 맞죠?”라고 합니다. 그리고 “그러면, 충북에서 제일 좋은 대학은?” “충북대학” “전북에서 제일 좋은 대학은?” “전북대학”. “좋습니다. 그러면, 조선시대 이래로 이 땅에서 제일 좋은 대학은?” 의아해하던 우리에게 선생님은 말씀하십니다. “조선 대학”

· 그럴 수 있겠습니다. 모든 대학이 그 나름의 가치로 가장 좋은 대학이라고 여기면 거기에 대학의 품위가 스며드는 것입니다. 조선대학교는 우리 광주시민들이 자부심을 느껴도 괜찮은 대학입니다. 건립자체가 시민들 손에 의해 이루어졌고, 민주화투쟁과 더불어 시민 품으로 돌아온 대학이기 때문이죠.

· 그러나 더 이상 조선대학교가 우리들 시민의 품의 역할을 한다고 여기기 힘들게 된 듯합니다. 87년, 뜨거운 민주화항쟁 후에 찾아온 민주화 당시 광장 역할을 했던 조선대학교 교정은 이제 시민자격으로 공유하고 사랑하기에는 너무나 이국적인 모습이 되었습니다.

오랫동안 연금 상태에 있던 김대중 후보가 광주를 찾았을 때 광주시민 100만을 수용했던 운동장은 어느새 답답하기만 한 인조잔디로 덮여버립니다. 이것은 특정 운동선수들의 공간이 되어 버렸습니다. 캠퍼스는 오로지 ‘조선대학교 학생’들만 소비하는 ‘공간’이 된 듯합니다.

· 오래전, 108계단을 올라가 하얀 건물에 드나들 수 있는 사람은 ‘조선대학교 학생’만은 아니었습니다. 지금처럼 화려하지는 않지만, 조선대학교 도서관은 누구나에게 개방되어 있었습니다. 중졸 검정고시를 준비했던 1990년 내게도 언덕위의 하얀 집은 내게 ‘학생증’을 요구하지 않았습니다. 성당에서 알았던 누나이자 무료과외 선생님인 조선대 약대학생은 내게 “도서관에서 이 문제를 모두 풀고 있어. 수업 듣고 와서 검사해줄게. 잘하면 ‘끌채’에서 돈까스 사주마” 조선대학교 도서관은 내게 푸근하고 한없이 좋은 공간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믿기지 않을 만큼 싸고 고소한 그 돈까스 맛처럼.

· 그러나 이제 그 도서관은 사라졌습니다. 크고 화려한 넓은 도서관이 구내식당이 있던 공간 근처에 지어진 것은 이미 알았습니다만, 그 공간을 들어갈 수 없더군요. 조선대학교 학생이 아니란 이유에서였습니다. 도서관 건물은 있지만, 진짜 도서관은 사라진 이유가 뭘까요? 20살이 넘은 성당 동생에게 아무런 돈도 받지 않고 중학교 수학을 가르친 약대학생도 이젠 이 캠퍼스에서 보기 힘들겠지요? 

· 조선대는 시민의 것이었을 때 ‘조선시대 이래 이 땅 한반도에서 가장 좋은 대학’이 되는 것이 아닐까요? 그 첫걸음은 누구나에게 대학 도서관을 개방하는 것입니다. 빛나는 지성과 뜨거운 열정을 ‘광주’시민들과 더불어 포용하는 공간이 되어야만 조선대학이 가장 자랑스러운 대학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 본 글은 2014년1월9일 국가인권위원회 진정자료로 활용되었음을 명시합니다.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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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도서관을 이용하려고 했으나, 대학구성원이 아니라는 이유로 접근 및 이용하지 못한 사례가 있나요? 만약 그런 사례가 있다면 학벌없는사회를 위한 광주시민모임으로 제보해주세요. 제보한 내용은 추후 국가인권위원회 진정서의 근거로서 사용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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