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도서관 시민에 개방하라”…등록금보다 국고 등 더 투입


“대학은 자신이 생산한 것을 사회와 공유함으로써 사회에 기여해야 할 의무가 있다. 기존의 대학이 누리고 있는 혜택들은 바로 이러한 대학의 공공성을 기반으로 사회가 허락해준 것이다. 그러하기에 대학은 각 개인의 통과의례적인 공간으로서만 기능해선 안된다. 오히려 대학은 사회의 각 주체들과 어떻게 소통할 것인지 고민해야 할 의무를 지닌 공간이다.”

2003년 고려대 학내 자치단체들이 ‘대학도서관의 장벽을 허물 것을 요구한다’라는 제목으로 이런 성명서를 발표한 지 10년이 지났다. 대학의 공공성 논리에 기반해 지역 주민, 장애인 등에게도 도서관을 개방해야 한다는 이들의 문제의식에 많은 이들이 지지를 표했지만 당시만 해도 울림이 크지는 않았다. ‘학벌 없는 사회를 위한 광주시민모임’(시민모임)은 10년 만에 다시 이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대학도서관의 기득권 벽을 허무는 것 자체가 학벌 없는 사회로 가는 작은 발걸음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시민모임은 10일 광주지역 17개 대학을 대상으로 한 ‘2013년도 전체 예산과 도서관 일반현황’에 관한 정보공개 청구 결과를 바탕으로 시민들에게 대학도서관을 개방하라고 이들 대학에 촉구했다. 시민모임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정보를 공개한 8개 대학 기준으로 대학도서관 운영비 가운데 등록금이 차지한 비중은 평균 47%에 불과했다. 나머지 53%는 국고, 전입 및 기부수입, 기성회비 등 외부 비용이 차지했다. 대학도서관 대부분이 등록금보다는 사회적 비용이 더 투입돼 있는 셈이다. 이를 바탕으로 시민모임은 “대학도서관들이 개방을 반대하는 이유로 ‘대학도서관이 등록금으로 운영된다’는 터무니없는 주장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학 쪽이 ‘대학도서관이 아니라 지자체 도서관을 확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시민모임은 반박하고 있다. 시민의 돈으로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장서를 보유하고 있는 대학도서관들이 지자체 공공도서관을 확충해야 한다는 식으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것이다.

‘열람실이 적다’며 도서관 개방에 소극적인 대학들에 대해서도 시민모임은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실제 이번 조사에서 광주과학기술원 중앙도서관 관계자는 “열람실 좌석이 68석밖에 없어 일반에 개방하면 학생들의 이용이 어렵다. 또한 도서관 서가 정보를 활용하는 게 아니라 일반 독서실처럼 사용할 가능성이 있어서 외부 출입을 제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박고형준 시민모임 상임활동가는 “공간 부족으로 일반인들의 출입이 불가능하다고 선언하는 건 지역사회와 소통할 마음이 없다고 보인다. 지역사회에 도서관을 개방한 전남대의 경우엔 찾아가는 지역 주민들이 점점 늘어나자 열람실 수를 늘린다든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도난사고를 염려하는 의견도 있는데 이는 일반 시민들을 잠재적 범죄자 취급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민모임이 공개한 자료엔 광주지역 관내 17개 대학 중 일반인 열람실 이용 가능 대학은 전남대·광주교육대 등 6곳에 그쳤고, 스터디실이 있는 12개 대학 중 동신대 등 3개 대학만이 이를 시민에게 개방했다. 자료실은 광주대·동강대 등 8개 대학만 도서열람과 대출이 가능했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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