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조재호 님의 피해사례

1. 2013년 11월2일부터 3일까지 2013 전국스포츠클럽 티볼 대회가 열렸음. 전국 초중고 60개팀, 2500여명이 참여하는 전국규모의 큰 대회가 열렸음. 본인은 티볼 협회 심판자격으로 이 대회에 참여하여 심판을 보았음.

2. 11월3일, 진주 00여중에서 시합 전 선수확인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가져와야 할 아이디카드를 소지하지 않았음을 알게 되었음. 급하게 학생들 아이디카드를 출력해야만 하는 상황이었음. 대회본부도 출력할 수 있는 장치가 없어서 인근 조선대학교 중앙도서관에서 출력해야만 하는 상황이었음. 컬러프린트 장치가 대학도서관에는 있었고, 매우 시급한 상황이었음. 왜냐하면, 이 대회를 위해 오랫동안(1년 내내) 준비한 땀과 열정이 아이디카드 발급 문제로 몰수게임 패를 당할 상황이었기 때문. 물론 이는 팀 코치와 담당교사의 부주의가 문제이고, 그렇게 중요한 것을 철저하게 공지했음에도 불구하고 소홀히 하였음. 시합은 9시에 시작해야 하고, 30분 내에 시합에 들어오지 않을 경우 몰수게임이 선언된다는 것이 룰에 나와 있기에 심판 측과 대회운영 측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음.

3. 조선대학교 중앙도서관은 운동장에서 10분 내외에 위치해있음. 빠르게 움직이면 몰수게임이 불가능한 상황도 아님. 그렇지만, 중앙도서관은 학생들만 입장이 가능함. 진주 00여중 코치와 심판진인 내가 빠르게 움직였지만, 어쩔 수 없이 입장가능한 조선대 학생을 찾아야 했고, 다행히 조선대학생중에 대회자원봉사자(조선이공대학교 대학생)가 있어 시급하게 프린트를 하려고 했으나, 조선대학교 학생을 찾는 과정에서 귀중한 시간이 많이 흘렀음. 결국, 대학도서관에서 일을 처리할 수 없었음. 시각이 다가오자 진주 00여중 교사는 울분에 차서 "여기 인근 PC방이 어디에 있느냐"고 외치기도 했음.

4. 비정상의 상황임. 모든 사람이 자유스럽게 이용하고, 지성을 생산하는 공간이 자기들만의 '아이디'가 있는 자들로 한정되는 것은 정상이 아님. 더구나, 광주의 자랑스러운 명문, 조선대학이 이런 비정상적인 상황에 직면한다는 것은 조선대의 명예와 권위에도 흠이 되는 일임.


나. 조재호 님의 의견서

· 대학 수업시간, 선생님이 우리에게 물었습니다. “서울에서 제일 좋은 대학교는 어디인가요?” 대답에 쭈뼛하는 우리를 대신해 선생님은 “서울대학교, 맞죠?”라고 합니다. 그리고 “그러면, 충북에서 제일 좋은 대학은?” “충북대학” “전북에서 제일 좋은 대학은?” “전북대학”. “좋습니다. 그러면, 조선시대 이래로 이 땅에서 제일 좋은 대학은?” 의아해하던 우리에게 선생님은 말씀하십니다. “조선 대학”

· 그럴 수 있겠습니다. 모든 대학이 그 나름의 가치로 가장 좋은 대학이라고 여기면 거기에 대학의 품위가 스며드는 것입니다. 조선대학교는 우리 광주시민들이 자부심을 느껴도 괜찮은 대학입니다. 건립자체가 시민들 손에 의해 이루어졌고, 민주화투쟁과 더불어 시민 품으로 돌아온 대학이기 때문이죠.

· 그러나 더 이상 조선대학교가 우리들 시민의 품의 역할을 한다고 여기기 힘들게 된 듯합니다. 87년, 뜨거운 민주화항쟁 후에 찾아온 민주화 당시 광장 역할을 했던 조선대학교 교정은 이제 시민자격으로 공유하고 사랑하기에는 너무나 이국적인 모습이 되었습니다.

오랫동안 연금 상태에 있던 김대중 후보가 광주를 찾았을 때 광주시민 100만을 수용했던 운동장은 어느새 답답하기만 한 인조잔디로 덮여버립니다. 이것은 특정 운동선수들의 공간이 되어 버렸습니다. 캠퍼스는 오로지 ‘조선대학교 학생’들만 소비하는 ‘공간’이 된 듯합니다.

· 오래전, 108계단을 올라가 하얀 건물에 드나들 수 있는 사람은 ‘조선대학교 학생’만은 아니었습니다. 지금처럼 화려하지는 않지만, 조선대학교 도서관은 누구나에게 개방되어 있었습니다. 중졸 검정고시를 준비했던 1990년 내게도 언덕위의 하얀 집은 내게 ‘학생증’을 요구하지 않았습니다. 성당에서 알았던 누나이자 무료과외 선생님인 조선대 약대학생은 내게 “도서관에서 이 문제를 모두 풀고 있어. 수업 듣고 와서 검사해줄게. 잘하면 ‘끌채’에서 돈까스 사주마” 조선대학교 도서관은 내게 푸근하고 한없이 좋은 공간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믿기지 않을 만큼 싸고 고소한 그 돈까스 맛처럼.

· 그러나 이제 그 도서관은 사라졌습니다. 크고 화려한 넓은 도서관이 구내식당이 있던 공간 근처에 지어진 것은 이미 알았습니다만, 그 공간을 들어갈 수 없더군요. 조선대학교 학생이 아니란 이유에서였습니다. 도서관 건물은 있지만, 진짜 도서관은 사라진 이유가 뭘까요? 20살이 넘은 성당 동생에게 아무런 돈도 받지 않고 중학교 수학을 가르친 약대학생도 이젠 이 캠퍼스에서 보기 힘들겠지요? 

· 조선대는 시민의 것이었을 때 ‘조선시대 이래 이 땅 한반도에서 가장 좋은 대학’이 되는 것이 아닐까요? 그 첫걸음은 누구나에게 대학 도서관을 개방하는 것입니다. 빛나는 지성과 뜨거운 열정을 ‘광주’시민들과 더불어 포용하는 공간이 되어야만 조선대학이 가장 자랑스러운 대학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 본 글은 2014년1월9일 국가인권위원회 진정자료로 활용되었음을 명시합니다. 참고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