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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광주드림_진도 세월호 참사 “어른들의 죄” 2014.04.18


진도 세월호 참사 “어른들의 죄”

피해자 대부분 학생들 `대기하라’ 따랐다 생존 기회 놓쳐

“탈출 본능 짓누른 어른들 통제” 우리사회 병폐 희생양


“분통이 터지고, 억장이 무너진다.” 진도 해상을 바라보는 국민의 가슴에 슬픔과 분노가 차오르고 있다. ‘어른’들의 무능함이 또다시 죄없는 아이와 청소년들을 사지로 내몰았다는 분노다.


 16일 오전 9시 인천을 출항해 제주도로 가던 여객선 세월호가 진도 인근 해상에서 침몰했다. 이 배에는 선원과 승객 475명이 타고 있었는데, 이 중엔 수학여행길에 나선 안산 단원고(2학년) 학생 325명이 탑승하고 있었다. 


 사고 발생 20시간여가 지난 17일 오후 5시 현재 179명이 구조됐고, 학생·선원 등 9명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나머지 289명은 실종 상태다. 생사 여부는 물론, 이들이 모두 배 안에 있는지도 확인되지 않고 있다.


 실종자 중 200명이 고등학생들이다. 배에 타고 있던 일반 승객은 대부분 구조됐는데, 학생은 75명만 탈출에 성공했다.


 세월호는 최초 사고 발생시점부터 바다에 가라앉기까지 2시간 가량이 걸렸다. 그때 학생들은 왜 탈출하지 못한 걸까? 대체 무엇이 그들을 가라앉는 배 속에 잡아뒀을까?


 구조된 생존자들에 따르면, 세월호에 이상이 생기고 침수가 시작됐을 때 선내 방송은 “움직이지 말고 기다리라”였다. “배가 침몰했으니 바다에 뛰어내릴 상황에 대비하라”는 방송이 나온 것은 1시간 뒤였다. 이때 배는 이미 수직으로 기운 상태였다. 갑판으로 기어 나갈 수 없어 갇혀버린 상황이었던 것.


 대부분 학생들이 선내 방송만 믿고 선실에서 대기하다 대피할 기회를 놓쳐버린 셈이 됐다. 선내 방송을 무시하고 초기에 대피한 일반 승객은 대부분 구조됐다.


 ‘학벌없는사회를 위한 광주 시민모임’의 상임활동가 박고형준 씨는 “어른들의 지시와 권고에 따랐을 뿐인데, 불행은 또다시 학생들의 몫이 됐다”고 지적했다.


 자신의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탈출해야 한다’는 학생들의 본능을 짓누른 것은 어른들의 ‘통제’였다. “가만 있어라.”


 박고형준 씨는 “가정이나 학교에서 반복되는 ‘선생님 말 잘들어라’, ‘부모님 말 잘 들어라’는 강요가 사고가 난 선상에서 ‘누적된 현상’으로 나타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사고가 일어났을 때도 학생들은 현장 자체를 ‘학교’로 인식하고, 통제받는 상황에 놓여있지 않았나 하는 추측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고를 “학생들을 통제하는 대상으로 여긴 한국 사회 어른들의 태도를 역설적으로 보여준 것”이라고 꼬집었다.


 세월호 사고를 보면서 국민들이 입을 모아 “어른들의 죄가 크다”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 말만 잘 들어라” 해놓고 `어른’들 스스로는 학생들을 보호할 충분한 준비가 돼 있지 않았던 것이다.


 수학여행, 수련회, 캠프 등 학생들이 대규모로 참여하는 행사에서 사고가 끊이지 않는데도 정부·지자체는 뒷수습에만 열을 올렸지 예방은 공염불이었다. 대형사고가 터질 때마다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다짐이 천금이었지만, 사고는 끊이질 않았다. 2008년 수학여행 버스 전복 사고, 지난해 7월 해병대 캠프 사고 등이 대표적이다.


 세월호 침몰도 마찬가지다. 배가 가라앉은 지 이틀이 다 돼가는데, 잠수요원, 해군 함정, 헬기 등 각종 장비는 빠른 조류와 어두운 바닷 속에서 생명을 탐지하는 데 무용지물인 상황이다.


 “먼 바다도 아니고 바로 코 앞에서 이렇게 무대책일 수 있을까. 어떻게. 이렇게 허술한 사회였단 말인가.” 광주 청소년 문화의집 이민철 관장이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남긴 심정이다.


 이민철 관장은 “기본적으로 사회는 아이들이 충분히 여행이나 모험을 즐길 수 있는 안전 시스템을 갖춰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아무 것도 준비된 게 없다”며 “세월호 사고를 지켜보면서 가장 속상했던 것은 아이들의 안전을 책임질 수 없는 우리사회의 무능함”이라고 심경을 밝혔다.


 “우리 애들은 내가 지킬 수밖에 없다. 국가도, 사회도, 학교도 절대 믿어선 안된다는 걸 또 다시 확인했다.” 이번 참사가 남의 일 같지 않다는 한 학부모의 통탄이다.


강경남 기자 kk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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