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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소위 `고졸’은 안녕하지 못합니다 2013.12.20


 고려대학교 학생들이 학교 외벽게시판에 올린 대자보가 학교 안팎으로 이슈를 일으키고 있다. 바로 `안녕들하십니까’라는 제목의 대자보. 정치와 사회문제에 무관심한 청년들의 뒤늦은 반성과 고통스런 현실, 연대의 목소리를 담은 한 편의 고백이다. 대부분 당당히 실명을 넣었고, 덧붙여 출신학교명과 학번을 밝혔다.


 그런데 `고려대학교 학생’이라는 단어가 가지는 특별한 함의는 단순히 비수도권 대학교를 다니는 학생과는 조금 다른 어감을 지닌다. 대부분 고대생은 고려대학교를 사랑하고, 어려운 입시를 뚫고 명문 사립대학교에 다닌다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타짜 명대사인 `이대 나온 여자야’라고 밝히는 것도 그런 특별한 함의가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대자보에 당당한 출신학교 학력


 그런데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를 보면 고려대가 사랑받을 구석은 별로 없다는 건 캠퍼스 안의 학생들로선 쉽게 공감하곤 할 것이다. 누구나 자유롭고 평등하게 원하는 교육을 받을 권리와 사회적 담론들이 자유롭게 오고 갈 수 있는 최소한의 민주적 체계마저 박탈당한 채, 학점과 취업경쟁으로 대학 생활에 얽매여 살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아무리 명문 사립대학을 나와도 잘못된 사회구조 속에서 학생들이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게 현실이지만, 대자보에는 당당히 출신학교명을 소개하고 있다. 사실 출신학교명을 밝히는 것은 한국사회에서 익숙해진 문화라고 본다. 그래서인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순수한 의도로 그러한 질문과 답변을 한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이면에는 우리 내면의 학벌주의와 대학중심주의가 숨겨져 있으며, 이로 인해 소외받는 소수자들이 존재한다. 이를 증명할 고졸학력의 한 시민이 작성한 `안녕들합시니까’ 대자보의 일부분이다. “저는 대학에 가지 않고, 가지 못한 무명 민중가수입니다. `안녕들하십니까’와 수많은 대자보들은 저에게 감동을 주었고, 대학가에는 그것들이 붙습니다. 저 역시 대자보를 써보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어디다 붙일 곳이 없더군요. 한마디 구시렁 구시렁 툭 튀어나오더이다.”


 이 대자보 문구가 고대 학생들의 단순한 비아냥 혹은 라이센스를 취득하지 못한 자의 부러움처럼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당사자 시선에서 보면 상대적인 박탈감이 섞인 하소연이다. 한 사람이 출신학교를 밝힘으로써 다른 주체의 가치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이처럼 소수자에 대한 배려가 없는 사회 역시, 안녕하지 못한 사회임은 분명하다.


 타인과 나를 배척하는 기준 없애야 


 날이 갈수록 고졸이하 학력자들이 늘어만 간다. 경쟁교육의 문제점 때문에 대학을 거부한 사람, 학력에 의존하지 않고 자신의 삶을 재밌게 개척하는 사람, 다양각색한 고졸이하 학력자들이 우리사회에 여럿 존재한다. 이들이 당당하다고 여길지 모르지만, 소위 고졸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 않다는 건 누구나 아는 현실이다. 이런 현실 속에서 장애인 주차장처럼 이들을 위한 자보공간을 만들어주지 못할망정, 우선적으로 이들에 대한 사회적 배려와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것이 필요하고 본다.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에게 바라는 것은 간단하다. 안녕하지 못한 이유, 부당함을 말하는 것이 제한되어선 안 된다는 것! 그렇기에 학벌과 재력, 성별 등은 그것이 무엇이든지 타인을 나와 배척시키는 모든 절대적 기준들을 없애는 것부터 출발해주는 것이다. 우리 모두가 안녕을 외칠 수 있는 사회를 위해!


박고형준<학벌없는사회를 위한 광주시민모임 상임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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