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가칼럼] '로보트 교육'을 거부한 18세 소년, 그리고 부끄러운 전남광주교육감 선거
'로보트 교육'을 거부한 18세 소년, 그리고 부끄러운 전남광주교육감 선거
1991년 5월 18일 전남 보성고에서 분신 항거한 김철수 열사가 6월 2일 숨을 거둔 지 35년이 됐다. "학생을 로보트로 만드는 교육"을 거부하며 목숨을 바친 18세 소년의 외침은 오늘날에도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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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오늘, 6월 2일은 '참교육의 불꽃' 김철수 열사가 보름간의 병상 투쟁 끝에 숨을 거둔 지 35년이 되는 날이다. 1991년 5월 18일, 전남 보성고 운동장에서 자신의 몸을 사른 고등학생은 검게 그을린 채 "이런 잘못된 교육을 계속 받을 거냐?"라며 절규했다.
생사의 기로에서 물 한 모금으로 버티며 그가 남긴 마지막 육성 유언은 오늘날 우리의 가슴을 여전히 후벼 판다.
"학교에서는 자기만을 위한 사회를 만들기를 강요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을 로보트로 만들고 있습니다. 저는 엄연한 학생입니다. 제가 왜 그런 로보트 교육을 받아야 합니까? 저는 더 이상 그런 취급을 받느니 지금의 교육을 회피하는 게 현명한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활자로 배운 민주주의, 그러나 외면할 수 없는 역사의 무게
그 뜨겁고 참혹했던 봄, 필자는 고작 여섯 살의 어린아이였다. 열사의 죽음과 그 시절의 절규를 직접 목격하거나 온몸으로 경험하지 못한 세대이다. 어른들이 만들어놓은 입시 환경에 순응하며 자랐고, 교정 가득했던 최루탄 가스 냄새와 치열했던 민주주의 투쟁은 활자로 배운 세대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 시절을 직접 겪지 않았다고 해서, 18세 소년의 죽음이 남긴 무게가 가벼워지는 것은 아니다. 당시 보성고 학생 1,200명과 전남·광주 지역 고등학생들이 시신 탈취를 막기 위해 사수대를 꾸려 전남대병원을 지켰던 역사, 폭우 속에서 치러진 국민장 행렬이 백운동 까치고개를 넘어 전남도청으로 향했던 기록은 시대를 넘어 우리 모두에게 거대한 정신적 유산으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세대를 넘어 이어지는 기억, 그러나 여전한 무한경쟁의 굴레
그 시절을 경험하지 못했지만, 세월이 흘러 한 아이의 부모가 되고 교육운동단체 활동가가 된 지금, 필자는 열사가 거부하고자 했던 '로보트 교육'의 실체를 누구보다 뼈저리게 마주하고 있다.
그렇게 김철수 열사가 떠난 지 어느덧 35년이라는 세월이 흘렀고, 기일 전후로 매년 추모제가 열린다. 하지만 매년 마주하는 추모제 자리는 쓸쓸하기만 하다. 평생 자식의 제사상을 챙기며 눈물 흘리시던 부모님들조차 이제는 참석이 어려워진 지금, 추모제는 몇몇 옛 친구들과 선후배들만이 외롭게 지키고 있어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직접 경험하지 못한 세대의 미안함과 안타까움이 더해지는 이유이다. 그 소중한 목숨을 내던지며 열사가 외쳤던 이야기는 결코 끝난 과거가 아님에도 말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여전히 기득권에 의해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 특히 '학벌사회'라는 거대한 괴물은 권력을 독점한 채, 세상의 주인이어야 할 시민들의 목을 죄어온다. 이 땅의 교육은 청소년들을 여전히 무한 경쟁의 벼랑 끝으로 내몰며 또 다른 비극을 양산하고 있다. 35년 전 소년이 거부했던 '로보트 교육'은 오늘날 한층 더 복잡해진 입시전형이라는 가면을 쓴 채, 학생들을 통제하거나 경쟁시킬 뿐이다.
참교육 실종, 비방만 남은 '초대 통합교육감 선거'
더욱 참담한 것은 바로 내일(6월 3일), 전남·광주의 역사적 행정통합에 따라 치러지는 '초대 통합특별시교육감 선거'의 풍경이다. 320만 시도민의 미래 교육을 책임지겠다는 거창한 포부들이 쏟아지지만, 정작 참교육의 정신과 교육 대전환에 대한 진지한 고민은 실종되었다. 오직 선심성 현금 공약 연발과 특정후보의 카지노 도박 의혹 관련 볼썽사나운 법적 고발, 네거티브만이 선거판을 가득 채우고 있다.
수조 원의 교육 행정을 이끌겠다고 나선 거물 후보들 중, 김철수 열사의 추모제 자리를 찾거나 그 정신을 기린 후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선거조직과의 연대에 목을 매고 표 계산에만 분주한 이들에게, 35년 전 고등학생이 목숨 바쳐 울부짖었던 '민주주의', '인간화 교육'의 가치는 그저 잊힌 과거이자 거추장스러운 유산일 뿐인 걸까?
로보트 교육을 부수고 인간의 등불을 밝히는 우리의 의무
'참교육 실현'을 염원하던 김철수 열사의 외침이 허공으로 흩어지는 바람이 되게 둘 수는 없다. 그 시절을 경험하지 못한 세대라 할지라도, 오늘 열사의 기일을 맞아, 그리고 내일의 중요한 선택을 앞두고 우리가 다시 힘과 의지를 모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거대해진 행정 권력과 기득권 중심의 학벌사회에 맞서, 학생들을 로보트로 만드는 입시 지옥을 깨부수고 인간다운 교육의 등불을 지켜내는 일. 그것은 직접 경험한 세대만의 몫이 아니다. 내일의 투표를 넘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끝까지 이어가야 할 진정한 시대적 연대이자, 세상을 떠난 열사 앞에 부끄럽지 않게 살아남은 자들의 의무일 것이다.
박고형준, 학벌없는사회를 위한 시민모임 상임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