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수능성적 공개를 재고하라!
- 무미건조한 통계는 서열화 조장해서 학생들 쥐어짜라는 명령으로 종결될 뿐 -
○ 지난해 말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하, 평가원)은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이후, 광주지역 언론은 광주와 전남의 수능 1·2등급 서열이 평균 밑이라고 일제히 보도하며 ‘실력 광주’를 책임지라고 압박하는 중이다.
○ 평가원은 매년 관행적으로 수능성적 분석 결과를 발표하고 있지만, 교육 주체들에게 이 자료는 어떠한 교육적 의미도 갖지 못할 뿐 아니라, 입시 과열을 부추기는 명분으로 이용될 위험만 크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 첫째, 지역, 성별, 졸업·재학 여부, 학교유형 등에 따라 수능 성적의 통계만 드러낼 뿐, 각각의 수능성적 차이 원인이 무엇이고 교육과정 재구성을 위해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등 아무런 부연 설명조차 하지 않고 있다.
- 둘째, 지역별 수능성적 차이가 의미 있는 자료가 되려면, 지역 학업성취도를 면밀히 진단하고 기초학력 보장을 위한 개선책 등이 제시되어야 한다. 그런데 평가원은 지역별 성적결과만 단순 비교하며 서열 경쟁만 부추기고 있다.
- 셋째, 수능 성적결과는 교육적 동기를 새롭게 부여하기보다, 학교·교육청 단위의 책임자에게 성적을 쥐어짜서 수치로 증명하도록 강요할 명분으로 작용해왔음을 모르는 이가 없다. 만약 이를 증명하지 못해 공부 못하는 동네로 낙인이 찍히면, 지역 간 차이는 더 단단하게 굳어질 것이다.
○ 물론, 2010년 대법원은 수능 정보 공개여부 판결에서 "학교 간 서열화 등 부작용이 우려되지만 시험정보를 공개해 현실개선에 활용하라."고 판시한 바 있다. 이 판결의 핵심은 ‘공개하라’가 아니라 ‘현실개선에 활용하라’임이 분명하지만, 입시 결과를 유일한 능력의 결과로 숭상하는 보수 정치인들과 이에 기반해 수익을 얻는 사교육 업계는 서열화의 부작용에도 불구, 수능 성적결과를 정치적·경제적으로 악용해 왔다.
- 특히 지난 광주시교육감 선거에서는 몇몇 후보들이 수능 성적결과를 ‘학생들의 실력을 떨어트렸다.’는 근거로 선거 전략에 악용한 바 있다. 올해 지방자치 선거를 앞두고 발표된 이번 평가원의 자료 역시, ‘수능등급 = 학력 = 교육의 성과’라는 조잡한 틀 안에서 지방자치 교육이 논의되도록 내몰게 될 게 불 보듯 뻔하다.
○ 교육의 성과를 소위 명문대에 보낸 학생 숫자, 수능 상위 등급 비율 등 수치로 확인하려 들 때 교육이 타락할 수밖에 없음을 우리 사회는 충분히 경험해 왔다.
- 이에 우리단체는 이번 발표의 후폭풍에 대해 책임지고 수능성적 공개를 재고할 것을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촉구하는 바이며, 학력 프레임에 흔들리지 말고 굳건히 진보교육을 이어갈 것을 광주시교육청에 요구하는 바이다.
- 더불어, 광주시교육감 후보들도 ‘수능 최고 등급 달성으로 실력 광주를 만들겠다.’는 식의 값싼 언어로 표를 얻으려 하기보다, 백년지대계를 다져갈 꼼꼼한 언어로 광주교육의 비전을 보여주기를 당부하는 바이다.
2022. 1. 28. 학벌없는사회를 위한 시민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