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블라인드 채용 아직 미흡”
학벌없는 사회 광주시민모임, 14~25일 공고 16건 분석
16건 중 3건만 도입…“정부 안착 위해 관리·감독 필요”
정부의 블라인드 채용 추진 방침이 발표된 뒤에도 대부분의 공공기관들이 블라인드 채용 방식을 도입하고 있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학벌없는사회를 위한 광주시민모임은 정부의 블라인드 채용 가이드라인 배포 다음날인 14일부터 25일까지 알리오(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를 통해 공공기관(광주광역시 근무지 기준) 채용공고 현황을 조사한 결과, 공고 16건 중 3건만이 블라인드 채용을 도입했다고 27일 밝혔다.
한국토지주택공사(청년인턴 채용), 한국전력공사(장애인 인턴 채용), 한전KDN(일용직 근로직) 등 3곳은 입사지원서에 사진, 나이, 성별, 가족관계, 출신 지역, 출신 학교, 전공, 성적을 적지 못하게 하는 블라인든 채용 방식을 지켰다.
하지만 그 외 13건의 채용공고엔 응시자의 개인정보를 입사지원서에 작성하도록 요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이 요구한 인적사항은 학력으로 13건에 달했으며, 출신학교(12건), 학업성적(10건), 어학성적(9건), 사진(5건), 신체조건(1건), 종교(1건) 등의 순이었다. 이 단체는 “어학능력을 필요로 하는 직무인 경우 사전에 그 사유를 채용공고 또는 직무기술서에 명시해야하는데도 어학성적을 요구한 채용공고 9건 중 1건만 직무연관 사유를 명시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국전력 쪽은 “전기 작업 등을 위해 전기·기술직을 비정규직으로 채용해야 할 때가 있다. 정부의 블라인드 채용 방식이 정규직에 한해 도입하라는 것이지만, 앞으로 비정규직에도 블라인드 채용 방식을 도입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블라인드 채용 방식이 전 공공기관에 정착되려면 정부의 상시적인 관리·감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332개 공공기관은 정부가 지난 13일 블라인드 채용 가이드라인을 배포한 뒤부터는 블라인드 채용을 의무적으로 도입해야한다. 블라인든 채용 방식은 지역 공기업(8월 시행)과 지방자치단체 산하 출연·출자기관(9월 시행) 등으로 순차적으로 도입된다.
학벌없는사회를 위한 광주시민모임 박고형준 상임활동가는 “연구직을 채용할 때 논문이나 대학원 졸업 유무 등의 학위는 요구할 수 있지만, 출신학교는 묻지 않도록 돼 있는데 이를 모른 채 출신 학교를 묻는 경우도 있었다”며 “공공기관부터 지원자의 지연·혈연·학연을 따지지 않고 인성과 실력 위주로 채용될 수 있도록 정부가 관리·감독을 철저히 해야 초창기에 안착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한겨레 http://www.hani.co.kr/arti/society/area/804490.html#csidx117b6a3b051e6cba5e85e795a22d4d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