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적으로 학생들 평가하지 말자"

최근 5년 간 전국 학생(청소년) 자살과 관련해, 교육청은 성적 및 진로문제(8.5%) 등을 자살 촉발원인으로 분석했다. 경찰의 경우 수사기록을 기반으로 분석하였는데, 학업·직업문제(16.8%) 등을 자살추정 원인으로 분석했으며, 올해 광주 모 고교 학생 역시 같은 원인으로 안타까운 생을 마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수학능력시험, 내신 등 성적에 의한 비관 자살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지만 더 이상 뉴스거리가 아니다. 상당수 국민들이 영화 오징어 게임에 열광하는 것처럼, 냉혹한 입시경쟁 구조에서 타인과 나를 비교하는 것을 당연시 여기고, 입시결과로 인해 좌절하더라도 경시하는 사회가 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교육당국이 어떠한 대안도 제시하지 못한 채 속수무책으로 위 현실을 지켜보고 있는 것은 아니다. 2019년 문재인 대통령은 특권의 대물림, 불평등의 악순환, 공교육의 위기에 직면에 있음을 인정하고, 어느 때보다 강한 어조로 교육개혁을 강조하며 그 해결책으로 입시의 단순화를 교육개혁 관계장관에게 주문한 바 있다. 

하지만 교육부는 대학 정시·수시 비율 조정 등 언발에 오줌누기 식 해결책을 발표하며 오히려 대입전형의 혼란과 불안을 가중시켰다. 특히 올해 차별금지법안(금지 대상 차별의 범위)에서 학력을 제외하자는 수정안을 제출하는 등 학벌과 학력 차별 폐해를 누구보다 경계하고 제도개선 해야 할 교육부의 사명을 저버리기도 했다.

입시경쟁 등 왜곡된 교육을 바로 세우겠다고 공언한 진보교육감의 개인 행보는 더욱 아쉽다. 올해 장휘국 교육감은 감염병 위기 상황에도 수학능력시험 수험생들의 격려를 위해 수차례 학교를 방문하거나 서한문을 전체 발송했다. 후보 시절 유권자들에게 내세운 ‘대학교 이야기만 하는 풍토 쇄신‘ 등 공약은 잊혀버린 과거에 불과한 것이다. 

특히 빛고을 플랫폼 사업 등 장휘국 교육감 취임 이후 운영되는 대학입시 상담 및 컨설팅 사업들을 보면 소위 명문대 진학 숫자로 교육성과를 뽐내려는 쪽으로 온통 힘이 쏠려 있다. 학생들의 다양한 진로와 진학을 돕기 위해서가 아니라, 학벌주의와 경쟁을 부채질하는데 막대한 공적 비용이 낭비되고 있는 것이다.

한편, 내년도 교육감 선거 출마를 염두하고 있는 교육자들이 수학능력시험에 맞춰 ‘수능대박 기원’, ‘생애 최고의 성적 예약’ 등 자극적인 문구의 홍보물을 게시하고 있다. 유권자들을 상대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서 그랬겠지만, 이러한 홍보는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불안감을 자극하고 입시경쟁을 조장하는 행위다.

교육당국과 기존 교육감의 교육개혁 의지는 포기할지언정 교육자들마저 표심에 눈이 멀어 교육적 가치를 훼손해서는 안 된다.

이에 고한다. 성적으로 학생들을 평가하지 말자고, 교육이 단순히 점수와 대학 이름만은 아니라고 힘주어 말하자고, 불안과 공포의 교육에서 뒤쳐진 학생들에게 다시 일어날 수 있게 응원하자고.

박고형준 (학벌없는사회를 위한 시민모임 상임활동가)

 

http://www.gjdream.com/news/articleView.html?idxno=611463&fbclid=IwAR3aLWJnC1fN9RsVaDh65oG27TckKioGfs_5TEdV1yvr_VIWi4_qr0K6LwU 

 

‘수능 대박’ 현수막 건 광주시교육감 입지자들께 고함 - 광주드림

최근 5년 간 전국 학생(청소년) 자살과 관련해, 교육청은 성적 및 진로문제(8.5%) 등을 자살 촉발원인으로 분석했다. 경찰의 경우 수사기록을 기반으로 분석하였는데, 학업·직업문제(16.8%) 등을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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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비위에 무딘 칼, 광주시교육청 결자해지하라 - 광주드림

지난 7월, 필자가 속한 시민단체는 ‘광주D고교가 출근도 하지 않은 A씨를 정규직 사무직원으로 등록하여 10여 년 간 급여를 지급한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의혹 제기 당시, 광주시교육청 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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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위 일벌백계 아닌 감싸기" 지적

지난 7월, 필자가 속한 시민단체는 ‘광주D고교가 출근도 하지 않은 A씨를 정규직 사무직원으로 등록하여 10여 년 간 급여를 지급한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의혹 제기 당시, 광주시교육청 사학정책팀은 해당 학교를 방문해 사실관계를 확인하였고, 밝혀진 비위가 중하다고 판단되어 즉시 감사 요청을 하였다.

학교, 교육청 산하기관 등 공직사회 청렴이 강조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이러한 중대한 비위가 발생한 점을 고려했을 때 즉각적인 대처가 필요했던 상황.

이 문제를 제기한 시민단체가 광주시교육청 감사요청 내용을 토대로 광주D학교 관계자들을 고발할 수 있었지만 교육청에 공을 넘기기로 결정했다.

광주시교육청이 직접 수사를 의뢰하는 등 강력한 부패척결 의지를 발휘해 공직사회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길을 열어주기로 한 것이다.

출근 안한 직원 10년간 급여 지급 솜방망이 처벌

그런데 광주시교육청은 ‘감사 중’이라는 이유로 공익제보자와 시민단체를 사건에서 철저히 배제하였고, 공익제보자 보호조치에 대한 의지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광주시교육청 사학정책팀이 명백한 비위 사실을 확인했음에도 감사 착수 1달 여 만에 뒷북 수사의뢰를 하여, 사건 관련자들이 입을 맞추거나 증거 인멸할 시간을 제공하였다.

또한, 수사 결과 이후 징계 수위를 정하는 일반적인 감사규칙을 깨고, 광주D고교 교장과 행정실장에 대해 정직 3개월 징계 요구하는 등 솜방망이 처벌을 하였다.

참고로 이 사건 핵심인물로 알려진 광주D고교 법인 이사장은 광주시교육청의 수사의뢰 대상에서 배제되었고 사무직원 A씨에게만 해임 징계 요구하는 등 개인에게 모든 책임을 돌리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광주시교육청은 시민단체의 바람과 달리, 시간을 끌며 일방적으로 사건처리를 할 뿐 만 아니라 사건을 축소·은폐하려는 정황까지 보이고 있다.

비위를 일으킨 일선 학교 관계자들을 보호하는 광주시교육청의 이해하기 힘든 행태는 최근 한 사립유치원 사례를 통해서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올해 광주시교육청 행정예산과는 유아교육의 공공성을 강화하고자, 기존 사립유치원을 공립으로 전환하는 방식의 매입형 유치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비리 원장(장휘국 교육감 배우자에게 금품을 제공한 자)이 운영하는 곳을 매입형 유치원으로 선정한 것도 모자라, 선정과정에서 비위 의혹을 일으킨 S유치원을 감싸주고 있어 논란에 있다.

매입형 유치원 사업 신청을 위해 사업 동의를 구한 S유치원 운영위원회 회의록이 위조되었으며, 운영위원회 개최 사실 조차 거짓으로 드러난 것.

그 이후 매입형 유치원 관련 일련의 사태에 충격을 받은 교사들이 사직하는 등 전반적인 유치원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원아에게 돌아가고 있다.

하지만 정작 이 사태를 책임져야 할 광주시교육청은 S유치원의 비위 의혹에 대해 함구하고, 학부모들의 지속적인 문제 제기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광주시교육청 공무원들의 실적주의 때문인지, 아니면 교육청 간부들의 무언의 압박 때문인지 모르지만, 모든 뒷감당은 지시대로 실행한 공무원들에게 향하고 있다.

매입형 유치원 사태는 하위직 책임 전가

시민단체가 매입형 유치원 사업 관련 공무원들을 직무유기로 고발하는 등 교육행정 불신으로 이어져 힘없는 하위직 공무원들에게만 책임이 전가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올해 화요정책회의 석상에서 장휘국 교육감은 ‘합리적이지 못한 지시에 대해서는 굴하지 말라.’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매입형 유치원 사업, 광주D고교 관련 비위를 보며, 올바른 행정이 되도록 어느 누가 이의를 제기하고 장휘국 교육감에게 충언했을지 의문이 든다.

국·공립 취원율 확대라는 공익적 성과를 내기에 급급한 채 매입형 유치원 사업 관련 비위를 감싸주는 광주시교육청은 각성하고 교육감은 사과하길 바란다.

더불어, 그동안 시민들이 광주시교육청에게 보내온 신뢰를 원상회복하기 위해서라도 지금 당장 결자해지의 자세를 보여주길 바란다.

박고형준 (학벌없는사회를 위한 시민모임 상임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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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gjdream.com/news/articleView.html?idxno=610029 

 

[딱꼬집기]영화 ‘학교 가는 길’이 만든 ‘공존’의 길 - 광주드림

영화 학교 가는 길. 이 영화는 17년 만에 서울 시내 신규 특수학교인 서진학교 설립을 이끌어 낸 강서장애인부모회 학부모들의 이야기를 기록한 작품으로, 독립 다큐멘터리라는 흥행의 불리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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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학교 가는 길. 이 영화는 17년 만에 서울 시내 신규 특수학교인 서진학교 설립을 이끌어 낸 강서장애인부모회 학부모들의 이야기를 기록한 작품으로, 독립 다큐멘터리라는 흥행의 불리한 요소가 있었지만 입소문을 터며 2만 관객 동원이라는 독립영화계의 큰 성과를 거두었다.

최근에는 특수학교 설립을 반대하는 주민이 자신의 모습이 등장해 명예가 훼손됐다며 ‘상영 중단’, ‘장면 삭제’ 등 두 차례나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는데, 이에 발끈한 학부모들이 영화 상영지지 탄원운동을 벌였고 국민들의 성원에 힘입어 추가 상영관이 오픈이 되기도 했다.

필자는 이러한 장애학생 학부모들의 피땀 흘린 노력과 시민들의 지지성원 덕분에 광주에 마련된 추가 상영관에서 영화를 관람할 기회를 얻을 수 있었고, 장애학생의 기본권 보장 등 영화의 공익적 가치를 지키자는 의미에서 시민단체 회원들과 함께 관람운동을 전개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많은 감정이 교차됐다. 특수학교 설립 반대 주민들 앞에서 장애학생 학부모들이 무릎 꿇고 호소하는 장면은 눈물을 훔쳤고, 이들 학부모를 향한 주민들의 욕설과 비난은 인격적 모멸감을 느낄 정도로 분노가 들었으며, 서진학교로 등교하는 학생들의 모습은 웃음을 돋게 했다.

안 그래도 우리사회의 약자들이 마주한 많은 편견과 시선들을 견디는 것도 힘든데, 기본적인 학생들의 교육권마저 누군가에게 호소하여 승낙을 받아야 하는 비정상적인 사회논의구조를 보며, 특수학교 확대 등 인프라 구축을 위해 시민단체 일원으로서 해야 할 일이 많아졌음을 깨 닳았다.

참고로 광주의 특수학교는 5곳으로 주거지와 떨어져 있는 도시 외곽지역이나 미개발 택지지구 내(신가, 일곡, 덕흥, 쌍암, 진월동)에 자리 잡고 있으며, 2023년 개교를 추진 중에 있는 특수학교 역시 선운동 등 도심 외곽지역에 위치해 장애학생들의 원거리 통학이 불가피하다.

물론 도심지역 내 특수학교 설립에 대한 고려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17년 광주시교육청은 상무중과 치평중을 통폐합해 상무중을 특수학교 신설 부지로 활용하고자 계획했으나, 이를 반대하는 해당학교 학부모, 지역민, 정치인들의 반발 여론에 밀려 계획을 백지화한 바 있다.

당시 상무중 통폐합 반대활동의 명분은 과밀학급, 학교생활 부적응 등 학생들의 교육권 침해와 일방적인 통폐합 추진 통보 등 절차적 문제였으며, 부동산 가격 하락, 주거환경 훼손 등 님비현상과 장애인 사건·사고 발생 등 사회적 편견 인식이 크게 작용했다는 후문도 있었다.

만약 교육당국이 학령인구 감소(학생 수) 추세를 보며 학교 통폐합 시기를 조율하고, 학교구성원과 지역민에게 특수학교 설립에 대해 절실하게 소통해왔다면 그 결과는 어땠을까? 어쩌면 장애학생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포용력을 시험대에 오르게 한 전국의 대표 사례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2019년 광주시교육청은 상무중 부지를 특수학교가 아닌 문화복합센터로 활용계획을 변경했고, 지역민들의 반발이 덜 한 도시 외곽지역에 특수학교 설립을 추진하는 방식을 택하는 등 상무중 인근 지역민들에게 이권을 챙겨주면서 장애학생들은 사회로부터 고립시키는 이중적인 정책을 폈다.

이 같은 특수학교 설립 사례를 반복하면 사회통합은 요원할 수밖에 없기에, 장애학생들이 당당히 교육받을 수 있도록 우리사회가 더욱 힘을 실어줘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영화 학교 가는 길은 2만 관객을 동원하며 우리사회 공존을 위한 지름길이 만들어졌다는 희망을 보여주었다.


박고형준 (학벌없는사회를 위한 시민모임 상임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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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gjdream.com/news/articleView.html?idxno=607783&fbclid=IwAR3i-RfLLBl828ytQ0v1TJaHfh8IiuJoX3oT2Cjpx0AvHFs6ASf61ky1mlI 

 

[기고]노동과 인권, 탈핵에는 국경이 없다 - 광주드림

한국산연 위장 폐업에 따른 노사 갈등에 대해 경남지방노동위원회가 화해 권고한 가운데, 5월10일 일본 경찰이 한국산연 본사인 산켄전기(일본 사이타마현 니자시)에서 출근선전전을 하던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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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통일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에서 한 국회의원이 후보자의 사상을 검증하는 등 일종의 ‘십자가 밟기’(후미에)를 강요해 논란이 된 적 있다. 그런데 전남대학교 총학생회에서도 후보자의 정치·종교적 성향을 검증하여 종교·양심·사상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후미에'는 일본 에도 시대에 기독교 신자를 색출하려 사용했던 ‘십자가 밟기’다. 연초에 마을 사람들을 모아놓고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상 혹은 성모 마리아가 새겨진 작은 동판을 밟고 지나가도록 강요한 다음, 밟지 못하고 주춤거리는 사람을 신자로 간주해 처형한 종교 탄압이다. 이는 후대에 들어 개인의 사상을 조사하거나, 어떠한 사안에 반대하는 자를 가려낸다는 뜻으로 의미가 확대됐다.

 주요 언론보도에 따르면, 전남대 총학생회 측은 ‘그간 총학생회 후보자가 학과와 학번, 이름 등 간단한 인적사항만 공개해 학생들이 후보자들의 이력을 제대로 검증할 수 없었다’는 지적에 따라, 최근 전체학생대표자회의를 거쳐 후보자 정보공시제도를 마련했다.

 후보자 정보공시제도를 통해 유권자의 알권리를 보장하려는 의도는 이해가 된다. 하지만 후보자의 종교와 정당을 밝히도록 강요한 건 문제가 있다. 개인 정보를 침해하고, 특정 종교·정당에 소속된 자를 후보자에서 사전 배제시키는 등 헌법상 종교·양심·사상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또 후보자가 자신의 종교·정당을 숨기거나 거짓으로 공시하더라도 정확히 검증할 방법과 권한이 없어 후보자 정보공시제도의 실효성이 매우 낮을 것으로 예상되며, 선거 투표나 정당 가입 등 일반적인 정치 참여나 소수 종교 동아리 활동이 위축될 것으로 우려된다.

 최근 전남대에선 부총학생회장이 특정 종교 활동에 개입되었다는 논란으로 자진 사퇴하였고, 2017년에는 특정 종교가 학생회를 통해 포교 활동을 시도해 파동을 겪었다. 이번의 조치는  이러한 특정종교의 학내 활동을 차단하기 위해 마련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키운다.

 특정 종교가 목적 외 의도를 가지고 총학생회를 장악한다면 대표성과 공신력을 갖고 보다 더 쉽게 포교활동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총학생회장 지위를 활용한 포교 활동, 정당 활동 등 직권 남용 행위는 문제 발생 이후 탄핵하거나 징계, 형사 고발 등으로 강력하게 대응하면 될 사안이다. 

 전남대 총학생회는 지난 2년 동안 입후보자가 없거나 투표율이 미달돼 꾸려지지 못했다가 지난해 선거를 통해 구성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 각종 논란과 잡음(경품 조작, 특정종교 활동)이 제기되면서 일부 학생들 사이에 탄핵 요구가 있자 집행부가 사의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전남대 총학생회의 부재가 다시 장기화 될 경우, 학교와의 소통이 단절되고 학내 문제- 더 나아가 지역사회에 대한 무관심으로 이어질 것이다. 때문에 필자는 총학생회 보궐선거가 조속히 치러지길 기대한다. 아울러 후보자 정보공시제도는 재고, 보다 성숙된 선거 문화가 정착되길 바란다. 

 박고형준 학벌없는사회를 위한 시민모임 상임활동가

 

 

 

[기고]전남대 총학생회 선거 정치·종교 검증, 정당한가? - 광주드림

지난해 통일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에서 한 국회의원이 후보자의 사상을 검증하는 등 일종의 ‘십자가 밟기’(후미에)를 강요해 논란이 된 적 있다. 그런데 전남대학교 총학생회에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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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CS국제학교는 대안학교 아니다" - 광주드림

필자가 근무하는 학벌없는사회를 위한 시민모임은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광주TCS국제학교 등 2곳의 비인가 교육시설(이하, 국제학교) 대표들을 초·중등교육법 및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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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근무하는 학벌없는사회를 위한 시민모임은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광주TCS국제학교 등 2곳의 비인가 교육시설(이하, 국제학교) 대표들을 초·중등교육법 및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 등 위반으로 광주지방경찰청에 고발하였다. 지방자치단체에서 감염병예방법, 식품위생법 등 위반으로 고발을 검토하는 것과 달리, 교육시민단체로서 ‘관할 교육지원청에 학원·교습소로 등록하지 않은 채 학교 명칭을 사용하여 운영한 점’을 위법사실로 들어 고발에 이르게 된 것이다.


이번 고발 건에 대해 많은 언론과 시민들이 호응과 지지를 보내주는 건, 방역수칙을 지키지 않아 광주지역 내 막대한 사회·경제적 피해를 가져다 준 국제학교에 대한 비판적인 모습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국제학교의 불똥이 엉뚱하게도 비인가 대안학교에게 튀어 문제다. 마치 국제학교가 비인가 대안학교처럼 비춰지는 바람에 대안교육 전체 현장이 코로나19 오염지로 잘못 전파되고 있고, 입학생 모집 저조로 이어지면서 학기 시작 전부터 학사 운영의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 대안학교, 지자체 연동 방역체계 가동
더 나아가 광주광역시 등 지방자치단체는 비인가 대안학교의 교직원과 재학생 뿐 만 아니라, 비상근 교사와 졸업생, 졸업생 학부모까지 코로나19 감염 검사를 받으라는 행정명령을 내리며, 대안학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확산하는데 부채질하고 있다. 그동안 광주에서 하루 100명 이상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된 경우는 처음이고, 학교나 교회 등 밀집된 환경에서 급속도로 감염이 확산된 사례를 참고해보면, N차 감염 등 코로나19의 불안요소를 제거하기 위한 불가피한 행정조치임은 충분히 이해된다.


하지만 비인가 대안학교 전체를 방역의 사각지대로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 광주 관내 시·구별 학교 밖 청소년 지원센터는 대안학교, 청소년 작업장, 개별 청소년 등에게 방역물품을 지원하거나 방역수칙을 안내하고 있으며, 지방자치단체 조례에 근거한 지원센터 역시 광주광역시의 지도·감독을 받고 있다. 지원센터가 지원하는 10개 비인가 대안학교와 8개 청소년작업장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은 점은 철저한 방역수칙 이행과 지자체와 연동되는 방역체계가 주요한 이유인 것으로 보여 진다.


즉 국제학교는 학교 밖 청소년 지원센터에 지원받거나 지원요청하지 않았고 오로지 학부모의 수익자부담금(고액)에 의존하였으며 광주시나 광주시교육청에 비영리민간단체 및 학원으로 등록을 하지 않는 등 지역 내 사각지대에 숨어 비인가 교육시설을 운영하였기 때문에 방역수칙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던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100여명의 국제학교 학생들을 통제된 것도 모자라, 비좁고 열악한 환경에서 단체생활을 한 점은 코로나19 집단감염으로 이어지는 지름길이었다.

 

“코로나 시대에 어울리는 작은 학교 교육공간 오름에서 신입생을 모집합니다.”


최근 광주에 소재한 비인가 대안학교의 입학설명회에 안내된 첫 문구이다. 새로운 유형의 배움의 공동체를 만들고 싶다는 소망에서 학교를 설립해 3명의 상근교사가 10명 이내 학생들을 대상으로 예술, 인문학을 중심의 교육을 실현해가고 있다. 입학생이 늘지 않아 언제 폐교할지 모르는 불안감은 늘 존재하지만, 소규모 학교라는 자부심 하나만으로 안전한 교육환경을 제공하며 중단 없이 운영되고 있다. 이러한 소규모 학교는 코로나19 시대에 주목받는 학교 형태이며, 전교조는 학급당 학생 수 20명 이하 법제화 운동을 펼치고 있다.


* 소규모·작은 학급…코로나 시대 적합
교육당국이 일반학교의 원격수업과 제한적 등교 등 미봉책만 반복하는 상황에서 비인가 대안학교는 안전과 교육이 보장되는 학교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다. 또한, 학생들을 훈육하기 위해 채근하는 곳이 아니라 여유를 가지고 개인과 사회에 대해 모색의 시간을 보내고 있으며, 자신과 사회에 대해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교과과정을 구성하고 있다. 이와 같은 비인가 대안학교와 ‘상급학교 진학과 유학을 목적으로 한 국제학교’를 동급으로 취급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바로 교육철학에 있는 것이다.


대안교육법이 제정되어 내년도 시행을 앞두고 있는 시점, 여러 종교관련 시설·단체에서 대안학교 설립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국제학교처럼 입시 불안과 학벌주의의 병폐를 악용하여 사교육 상품을 판매한다면, 교육의 공공성을 왜곡하거나 학벌주의를 조장하고, 지금처럼 건강하게 운영되는 비인가 대안학교에 대한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쉽다. 논란이 있지만 초중등교육법 제4조(학교 명칭 사용 금지)가 아직까지 존재하는 이유는 국제학교와 같은 ‘학교 아닌 학원’을 견제하기 위함이다.

 

- 학벌없는사회를 위한 시민모임 박고형준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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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연석회의의 기묘한 지방대 걱정

[주장] 단과대학생회장 연석회의 '서울대 분리이전 논의 중단 요구'를 비판한다

 

8월 13일 서울대학교 총학생회 직무대행 2020단과대학생회장연석회의는 '지방대학 발전, 교육공공성 강화로 실현하라'를 발표했다. 성명서는 최근 행정수도 이전 논의에 부속해서 이루어지고 있는 대학체제 개편논의를 서울대 분리이전으로 규정하고 이에 대한 중단을 촉구했다. 이들은 서울대 분리이전이 학생들의 교육권을 침해하는 일이며 지방대학의 발전은 국공립대에 대한 국고지원 확대와 사학에 대한 공적통제로 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명서 전문 https://www.facebook.com/snuchong/posts/4231215890283788)

고등교육에 대한 지원강화와 사학에 대한 공적통제와 같은 내용, 학생자치라는 발표주체 등으로 인해 언뜻 보기에 이 성명서는 개혁적인 것처럼 보인다. 게다가 학벌주의 교육체제의 정점인 서울대가 그 피해자인 지방대의 발전방안을 논의한다는 지점은 이타적이기까지 하다. 학벌주의 청산을 위해 노력해온 지방대 학생인 나로서는 이제 지방대 개혁도 서울대가 주도하려는 건지 어리둥절할 지경이다.
 
그러나 이번 서울대 학생자치의 성명서는 기업인 단체가 하는 노동운동 걱정과 같은 것이다. 그들이 이런 주장을 발표할 때는 사실 개혁 움직임을 어떻게든 저지해보겠다는 의도가 숨어있다. 이번 서울대 학생자치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이 글은 서울대 학생자치의 성명서가 어째서 반개혁적인지, 이들의 숨겨진 의도와 전제하고 있는 세계관이 무엇인지 지적하고자 쓰였다는 점을 밝혀둔다.  
 
1. 종합대학 서울대학교는 신성불가침?
 
성명서는 가장 먼저 서울대가 분리이전되는 것이 단과대간의 유기적 결합을 훼손해 종합대학으로서의 역량을 저하시킨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들의 주장은 국공립대 통합 네트워크 정책을 정치인들이 쉽게 설명한 것에 대한 트집에 불과하다. 국공립대 통합 네트워크 정책은 모든 국공립대학을 하나의 체계로 통합한 후 각 학과를 특성화하여 지역별로 분배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정책이며 독일과 프랑스 등에서 시행 중인 대학체제를 모델로 하고 있다. 서울대 학생자치의 주장은 정책에 대한 몰이해이거나 일부러 맥락을 숨긴, 매우 부정직한 것이다.
 
서울대 학생자치의 성명서가 일부 정치인들의 설명과정에서 생긴 오해를 가리키고 있는 것이 아닐 수도 있다. 이미 서울대의 학생들은 국공립대 통합 네트워크 정책 등의 대학서열 철폐 정책에 대해 공공연한 반감을 표현한 적도 있다. 만약 성명서가 국공립대 통합 네트워크 정책에 대해 종합대학에 대한 성찰이 결여되어 있다고 비판한 것이라면 이는 종합대학이라는 대학제도가 발생하고 변천해온 역사와 시민사회의 논의과정을 도외시한 주장이다.
 
근대 종합대학의 형성과 한국 고등교육의 시작
 
대학이 처음 등장한 것은 중세유럽의 도시였다. 당시의 지식인들은 비교적 자유로운 토론이 가능한 자치권을 가진 도시에 협동조합 혹은 길드의 성격을 가진 대학을 만들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대학은 교회나 국가 등의 권력에 포섭되어 자유로운 지식이 모이는 곳이 아니라 권위적인 엘리트 양성기관으로 전락했다. 그 대신 인쇄 혁명을 통해 형성된 대학 밖 지식인들의 네트워크, 그리고 이 지식인들이 모여 토론할 수 있었던 아카데미 등이 학문의 발전을 이끌게 된다.
 
위기의 대학을 구출한 것은 19세기 독일 민족주의 국민국가였다. 당시 독일의 지식인들은 나폴레옹의 프랑스에 패배한 원인을 반성하며 프랑스의 아카데미나 전문학교 등에 대항할 고등교육 제도를 요청했다. 칸트의 대학론에서 시작된 독일 지식인들의 논의를 현실화시킨 것이 바로 훔볼트였다. 훔볼트는 기존의 강의 중심 대학을 세미나와 실험실의 도입을 통해 연구중심 대학으로 개혁했다. '그는 지식이 이미 규정된 부동의 것이 아닌, 교사와 학생 속에서 끊임없이 새롭게 형성되는 것이라 생각했고' 1) 이를 위해 학생이 주체적인 연구자로서의 정체성을 형성할 수 있는 교육과정을 고안해낸 것이었다.
 
훔볼트 모델은 곧 그 탁월성을 입증해 전 세계의 모범으로 인정받았다. 서양 세계의 변방에서 새롭게 부상하고 있던 19세기의 미국에서도 이 훔볼트 모델을 도입하려 했다. 그리고 이는 존스홉킨스대학에서 대학원 제도를 도입하는 것으로 구현되었다. 학부와 대학원의 구분으로 미국의 대학 제도는 대중적인 고등교육의 보급과 연구중심 고등교육으로의 발전이라는 목적을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었다. 또한 전통에 영향을 더 강하게 받을 수밖에 없었던 유럽에 비해 미국 사회의 실용주의적 경향은 경영학과 시장화된 대학 모델을 발달시켰다.
 
근대화 초기 일본은 서양의 문명을 수입하고자 전문학교 형태로 고등교육기관을 설립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단순히 서양의 기술을 따라잡는 것을 넘어 서양과 대등한 제국이 되어야 한다는 발상에서 이러한 전문학교들을 통합하여 종합대학인 제국대학이 탄생했다. 제국대학은 국가의 발전을 위해 설립되었으나 완전히 국가에 동화되지도 않는 자율성을 나름대로 구현해냈다는 점에서 독일의 훔볼트 모델이 전제하고 있던 위상까지 일본화하는 데에 성공했다.
 
일본이 제국으로의 도약을 본격화하면서 식민지인 조선과 대만에도 제국대학이 설립되었다. 식민당국 주도의 고등교육에 맞서 조선인들은 민립대학을 설립하려 했으나 조선총독부는 이를 허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조선인의 고등교육기관 설립 시도는 계속되었고 '조선인들은 사립대학이 아닌 사립 전문학교라는 차별적 지위를 견디면서 조선인에 대한 고등교육을 실시할 수 있었다.'2)
 
광복 이후 미군정은 사립전문학교의 설립자와 교수 등으로 조선교육심의회를 구성하고 이들로 하여금 고등교육 개편안을 심의하게 했다. '조선교육심의회를 주도한 핵심 인사 대부분은 미국 유학-기독교-한민당의 경력을 갖고 있었다. 또한 위원들 역시 대부분 친미-반공-보수 성향의 인사들이었다.'3) 이들은 제도는 물론 교육의 내용까지 미국의 것을 수입하려 했고 그 결과 발표된 것이 '국립서울대학교설립안(국대안)'이었다.
 
종합대학 서울대의 형성
 
국대안은 경성제대와 서울지역의 관립 전문학교들을 통폐합해 종합대학으로 만드는 한편 미국인으로 이사회를 구성하고 미국인 교수와 교재로 교육을 실시하려는 계획이었다. 국대안을 구상하고 추진을 주도했던 미군정 문교부 차장 오천석은 '관립 전문학교에서는 보유 장서가 5만 권도 채 안 되는데 경성대학은 60~70만 권의 장서를 보유하고서 고작 몇백 명의 경성대학 학생들만 혜택을 입고 있으며 고등교육기관 내 파벌주의를 청산해야 한다.'4)는 등의 대의를 역설했다.
 
그러나 국대안은 기습적으로 발표되어 구성원들의 의사를 무시했으며 미국에 의한 식민교육을 실시하려 한다는 강력한 반발에 직면하게 되었다. 국대안 문제는 해방기의 학생운동과 지식인들의 좌우대립과 결합해 국대안에 반대한 과학자들의 김일성종합대 합류로 이어지기도 했다. 결국 미군정은 한국인들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미국인 총장과 같은 부분을 수정하고 국대안 반대운동으로 퇴학조치된 학생들을 복학 조치하는 등 타협안을 내놓았다.
 
서울대가 지금과 같은 형태의 종합대학으로 거듭난 것은 군부독재 시절이었다. 박정희 정권은 1968년 '서울대학교 종합화 10개년 계획'을 수립하여 형식상으로는 하나의 대학이었으나 실제로는 네 곳의 단과대학으로 흩어져 있었던 서울대학교를 관악캠퍼스로 집중시켰다. 이와 함께 교육과정에도 개입하여 '실험대학'이라는 구호를 내걸고 대학교육의 질을 제고하려 했다. 그러나 이 계획은 결국 전자의 집중 부분만 성공하고 후자의 대학교육의 질 제고에는 실패했다.
 
근대 종합대학의 발상지인 독일과 미국, 그리고 이것을 수입한 일본과 한국의 역사에서 살펴볼 수 있듯 종합대학의 형성에는 민족주의 국민국가의 발전이라는 의도가 자리 잡고 있다. 독일과 미국에서는 이렇게 형성된 종합대학이 학문의 발전을 이끌기도 했으나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그것은 '세미나와 실험실 중심의 교육', '경영학과 같은 실용 학문의 적극적인 수용'과 같은 혁신적인 교육 패러다임이 전제된 것이었다. 종합대학에 투자를 집중시킨 것은 이것의 구현을 뒷받침한 것인데, 두 차례에 걸친 종합대학 서울대의 형성은 교육 패러다임의 혁신과 같은 학문은 없고 시설과 투자의 집중을 이용해 학벌만 남겼다.
 
학벌주의 대학체제는 교육과 학문의 발전을 심각하게 저해했고 2000년대에 이르러 시민사회에서 대안정책인 '국공립대 통합 네트워크'가 제출되었다. 서울대 학생자치는 국공립대 통합으로 학과들이 지역별로 나누어지면 연구가 불가능한 것처럼 전제하고 있으나 대학 간 교류와 통신을 금지하지 않은 이상 필요한 학술 활동을 못할 이유가 없다. 대학서열이 없는 독일의 경우 대학마다 주력 분야가 다르고 같은 분야에서도 각 학파들이 거점으로 삼는 대학이 나누어져 있다. 또한 대학 간 전학이 가능해 학생은 자신의 전공이나 학문적 입장에 따라 대학을 선택하고 이를 바꿀 수 있다. 시민사회에서의 논의과정과 모델로 참조된 독일의 대학체제를 살펴본다면 서울대 학생자치의 종합대학 논의는 진정한 학문발전의 조건에 대한 것이 아니라 기득권 지키기일 뿐이다.
 
'국공립대 통합 네트워크'와 함께 한국의 대학에는 기초학문 분야와 응용학문 분야를 분리하는 일이 필요하다. 앞서 밝혔듯 양자 사이에 필요한 학술교류가 있다면 설령 학교 조직이 달라도 못할 이유가 없다. 더 나아가 아예 대학강의 자체를 완전히 개방해버려서 수강 자체는 누구나 가능하게 만들어야 한다. 정말로 서울대 학생자치가 학문 간 유기적 결합을 중요시한다면 이런 제안을 제출해야 한다. 지금 한국의 대학들이 종합대학을 고집하는 것은 학문 간 유기적 결합 같은 이유가 아니라 학벌이라는 권력 집단을 형성하고 유지하려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능한 성격이 다른 분야들을 조직상 분리하는 일이 필요하다. 종합대학이라는 형태는 오히려 해체되어야 할 개념에 가깝다.
 
2. 기득권 수호를 위해 움직이는 서울대 학생자치
 
서울이라는 특권
 


종합대학에 대한 주장 다음으로 성명서는 서울대의 분리 이전이 실현될 경우 그에 따른 이사로 구성원들의 삶이 흔들린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서울이 학벌주의를 이용해 지역의 인재들을 빼앗고 있는 현실에 대한 고려가 결여된 주장이다. 지방의 학생이 서울지역의 대학에 진학해 비싼 월세와 열악한 주거환경에 처하는 것이야말로 삶이 흔들리는 문제이다. 지금 행정수도 이전 논의와 함께 이루어지고 있는 대학체제 개편은 이러한 서울집중을 해소해 지방의 발전과 인간적인 주거환경을 보장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보다 더 직접적으로는 대학 간의 전학이 자유롭게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 결국 대학 기숙사 확충도 함께 논의될 수밖에 없다. 과도기에는 기숙사가 부족할 수 있겠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지방대학의 근처에서 자취방을 얻는 것이 훨씬 더 저렴하고 쾌적한 조건이다. 서울대 학생자치의 주장은 주거환경에 대한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있는 주장이며 대안도 될 수 없다. 이들의 주장은 서울에서 태어났으며 서울에서도 쾌적한 주거환경이 가능한 재산을 가진 계층의 입장에 서 있다.
 
서울에서 지방으로의 이사가 자신들의 삶을 위협한다는 저들의 호들갑은 자신들에게는 학문이 중심이 아니라 서울이라는 특권이 중심이라는 것을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다. 애초부터 서울의 철학도가 광주에서 철학을 공부하게 되면 그의 삶이 흔들리기까지 할 이유가 무엇인지 광주사람인 나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진정으로 학문의 발전을 걱정하는 사람이라면 국공립대 통합으로 인한 학계의 질서 재편과 드디어 한국에서도 학파가 등장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될 수 있다는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
 
기만적인 대안 제시
 
자신들이 받을 것이라 예상되는 피해를 모두 늘어놓은 뒤 성명서는 지방대 발전을 위해서 지방거점국립대를 중심으로 한 고등교육 투자 확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것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에 대해 높은 사립대학 비율과 사립대학의 부패를 지적하고 정부가 이를 제대로 책임지지 않고 있다며 비판한다. 그러나 이들이 제시하는 대안과 사학에 대한 입장은 자신들이 발 딛고 있는 학벌이 사학 문제 해결을 가로막는 요소임을 망각하고 있다.
 
고등교육에 대한 투자가 섣불리 확대되지 못하는 것은 한국 사회에서 대학교육이 공공재가 아니라 사유재산이기 때문이며 이는 결국 대학을 공립도서관처럼 완전히 개방하지 않는 한 해소될 수 없다. 대학이 학벌의 권력과 부의 세습을 정당화하는 현실에서 고등교육에 대한 국고지원은 빈부격차를 세금으로 가속하는 꼴이다. 학벌주의에 대한 언급을 쏙 뺀 채 국고지원 확대만을 주장하는 것은 자신들의 기득권을 계속 누리겠다는 의도가 숨어있는 주장이다. 특히 지방거점국립대학교를 중심으로 투자를 확대하라는 강조는 그야말로 자신들의 학벌주의적 세계관이 그대로 드러나는 부분이다.
 
교육개혁의 대상으로 사학을 지목하는 것은 개혁을 가로막고 있는 자신들의 책임을 은폐하고 시선을 돌리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교육개혁의 핵심목표인 대학서열 철폐와 사립대학 공영화를 못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그것은 학벌주의자들이 자신들은 노력했으니 평생 특별대우를 받아야 함을 주장하고 사학재단들이 사유재산의 자유를 외치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 한쪽이라도 없으면 교육개혁에 진전이 생길 것이다. 따라서 서울대 학생자치가 정말로 사학 문제 해결을 원한다면 학벌주의 철폐에 나서서 고등교육에 대한 투자확대가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조건을 형성하는 일에 일조해야 한다.
 
우려스러운 행보
 
서울대 학생들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수호하기 위해 목소리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들은 대학서열 철폐에 대한 아주 작은 가능성에도 늘 호들갑을 떨며 과잉된 반응을 보여왔다. 조선일보를 비롯한 보수언론에서는 청년 대 민주당의 구도를 만들기 위해 이를 부추겨 왔으며 이번에도 그러고 있다. 보수언론을 매개로 학벌-사학재단-보수정당의 반교육개혁동맹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서울대의 학생자치는 학벌에 기반해 있으면서도 학벌주의 수호를 공개적으로 주장하지는 않았던 체면조차 벗어던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2년 첫 번째 대선 도전 때부터 국공립대 통합 네트워크 정책을 공약했고 당선 직후 교육부 장관으로 임명된 김상곤 교수는 자신의 임기 내에 반드시 이를 달성하겠다고 밝히기까지 했었다. 그러자 서울대 학생들을 중심으로 마치 자신들의 제도의 피해자인 양 선전이 시작되고 지방대의 SNS 커뮤니티에서는 여러분의 정든 모교가 국공립대 통합 네트워크로 사라질 위기라는 선동이 나타났다.
 
2019년 조국 전 법무장관 반대시위는 그야말로 순수혈통수호 운동이었다. 학벌의 잣대로 보면 대한민국의 거의 모든 정치인들이 청산 대상임에도 이들은 굳이 조국 전 법무장관만을 특정해 공격하는 협소한 구도를 만들었다. 이들의 주장은 사회정의를 내걸고 있지만, 결국 비서울대 학생과 대학 밖 시민들의 참여를 제한하는 데에서 순수혈통수호라는 그 의도가 드러났다. 그때 정말 궐기했어야 했던 것은 학벌에서 배제된 전체 시민이었고 외쳐야 했던 구호는 대학서열 철폐여야 했다. 서울대라는 정체성은 누구를 비판할 입장이 아니라 비판받아야 할 대상이었다.
 
3. 학벌주의와 청년 정치
 
김태년 원내대표를 시작으로 문재인 대통령 등의 정치인들이 행정수도 이전을 다시 꺼내 들었을 때 나는 오히려 이들이 학벌주의 청산이라는 자신들의 약속을 점진적으로나마 어떻게든 실현하려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벌주의는 서울중심주의와 결탁한 지배체제이기 때문에 둘 중 하나가 먼저 흔들리면 나머지에도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번 서울대 학생자치의 성명서는 이러한 수도 이전 논의가 목표하고 있는 한국사회 기득권 해체에 자신들도 위협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드러낸 것이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이상한 구호가 시대정신이 되어버린 시대이다. 그런데 내가 보기에 이것은 학생자치와 청년계층에게도 해당하는 말이다. 자신은 아직 권력을 누려보지 못했다고 여기는 청년계층의 반성 능력 상실이 반개혁의 동력으로 작동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대 학벌주의자들의 억울함이란 근본적으로 하나회 소속 초임장교의 억울함과 다를 바 없는 것이다. 열심히 노력해서 기득권 체제에 진입했다는 개인적인 사정이 사회구조에 대한 개혁을 가로막을 정당한 이유가 될 수 없는데, 지금 서울대의 일부 학생들은 그 두 개를 뒤섞어버리고 있다. 또한 이들의 주장과 관점이 청년의 목소리를 참칭하며 청년 정치로 둔갑하기까지 하고 있다.
 
청년 정치라는 것이 존재할 수 있다면 그것은 다른 세대의 주류집단과 대결하기에 앞서 먼저 자기계층 내에서의 부조리를 극복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젊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자신은 사회의 모순에 아무런 책임이 없다는 생각과 그에 기반해 부당한 사회질서를 연장시키려 하는 가짜 청년 정치부터 청산해야 한다. 내로남불이 정말 이 시대의 문제라면 그걸 극복하자고 주장하는 세력은 적어도 일부일처를 지키든가 더 나아가 '나는 조국과 결혼했노라'는 결기를 보여주어야 할 것 아닌가.

"그러나 혈연적 씨족이 무의미해졌어도, 아니 바로 그 때문에, 사람들은 역설적이게도 삭막한 사회관계 속에서 자신을 의탁할 새로운 씨족, 새로운 문중을 절실하게 필요로 한다. 사람들은 결코 변경될 수 없는 귀속과 유대 그리고 동시에 확정된 상하관계를 규정해주는 현대판 씨족을 필요로 한다. 그러한 현대판 씨족, 현대만 문중이 바로 학벌이다." - 김상봉, <학벌사회>
 
이미 2000년대 초에 지적된 바 있듯 학벌은 봉건시대의 문중을 대체하여 등장한 대가족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모교의 품속에서 자라난 동문은 서로를 형제자매처럼 밀어주고 끌어주었고 이제 그게 잘 안되니 과잠을 맞춰 입고 자신들만의 온라인 커뮤니티를 만들어 양반 대접을 받아보려 하는 것이다. 이런 구시대의 잔재를 그대로 지닌 채로는 민주화, 산업화 등의 세대로 규정지은 기존의 주류집단을 극복할 수 없다. 정작 그들 내부에서는 반성의 목소리와 움직임이 있는데 청년 정치라고 하는 것에는 기존 질서를 유지하고자 하는 욕망만 가득하기 때문이다.
 
관심조차 받을 가치도 없는 서울대 학생자치의 성명서를 굳이 공들여 비판한 것은 청년 정치의 실현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학벌주의 철폐를 호소하기 위함이다. 서울대 학생자치는 이번 성명서를 통해 자신들이 누릴 기득권 수호를 위해 행동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하게 보여주었다. 이제 시대는 이들에 맞설 대오의 등장을 요청하고 있다. 내로남불로 시끄러운 가족주의 사회를 종식하고 새로운 사회질서를 만들어갈 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것의 첫 번째 과제는 청년계층 내부에서 학벌을 수호하고자 하는 서울대 학생자치에 대항하는 일이다.

참고
1) 요시미 순야, <대학이란 무엇인가> (서재길 옮김), 글항아리, 2014, 111쪽
2) 김정인, <대학과 권력>, ㈜휴머니스트 출판그룹, 2018, 49쪽
3) 2번과 같은 책, 58쪽
4) 하성환, '국대안 사건의 교육사적 함의', <진보평론> 제69호, 292쪽~293쪽

 

 

 

 

 

서울대 연석회의의 기묘한 지방대 걱정

[주장] 단과대학생회장 연석회의 '서울대 분리이전 논의 중단 요구'를 비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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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근거>

2020년 6월 29일 국회의원 10인의 참여로 차별금지법이 발의되었다. 바로 다음날인 30일 국가인권위원회는 전원위원회를 열고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했다. 예상대로 종교계 일각에서는 차별금지법 입법시도에 크게 반발하고 있으며 대다수의 정치인들은 좀처럼 명확한 입장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별로 희망적이지 않은 장면들로 인해 이번에도 안될거라 기대를 접었지만 지난 7월 10일 국가인권위원회 광주인권사무소에서 열렸던 정책간담회에서 다소 뜻밖의 낙관적인 전망을 들었다. 낙관의 직접적인 근거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지속적인 노력과 설명으로 종교계 일부를 적극적인 반대에 나서지는 않겠다는 정도로 설득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법안발의에 참여한 국회의원들에게 비난과 압력이 가해지고 반대집회까지 열리고 있는 것을 보면 나는 여전히 모르겠다. 또한 10인의 국회의원들에게 가해지는 요란한 압력보다 나머지 국회의원들에게 가해지고 있을지도 모를 조용하면서도 확실한 힘이 얼마인지 가늠되지 않아 혼란스럽다.

시민사회의 일각에서는 차별금지법이 도입된 해외의 사례를 들어 언젠가 한국에도 도입될 것이라 전망하기도 한다. 그러나 지구상에는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는 나라가 더 많고 차별금지법과 같은 제도는 OECD 회원국과 같은, 이른바 제 1세계 국민들이나 누리는 특권에 가까운 것이 현실이다. 더 나아가 차별금지법 등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사람들이 조직화되어 유력한 정치세력으로 부상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한다면 더욱 이러한 관점이 희망의 근거가 되기에는 부족하다.

이 글은 차별금지법 제정을 낙관할 수 있는 확실한 근거가 무엇인지 탐구하기 위해 쓰였다. 먼저 한국사회에서 차별금지법이 등장하고 전개되었던 주요국면을 되짚어보며 무엇이 달라졌는지 살펴본다. 그런다음 이번 차별금지법 제정권고와 발의가 가능할 수 있었던 직접적인 배경인 2017년 촛불혁명과 2020년 코로나19의 대유행까지의 한국 근현대사에서 차별금지법의 단초를 찾아본다.

<2006년, 2013년, 2020년>

차별금지법 제정의 역사는 2006년 국가인권위원회가 국무총리에게 제정을 권고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이듬해인 2007년 노무현 정부는 차별금지법을 발의했으나 17대 국회의 임기만료로 자동폐기되었다. 그 이후 일부 국회의원들이 차별금지법을 발의했고 2013년에는 50명이 넘는 국회의원이 공동발의 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그러자 마치 동전의 양면처럼 차별금지법에 맞서는 종교조직이 결집되었고 차별금지법의 찬성대오는 법안발의 철회로 주저앉아버렸다.

2013년 이전 차별금지법이 그저 선진국에서 시행하는 좋은 제도 정도로 여겨졌을 때는 발의가 계속 이어질 수 있었다. 그러나 2013년 이후 차별금지법은 종교계의 거대한 반발을 불러일으키는 벌집과 같은 존재가 되어 단 한번의 발의도 성공하지 못했다. 더 나아가 수많은 정치인들이 ‘동성애에 반대한다.’는 미신적인 문구를 긍정해야 했다.

2020년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차별금지법은 상식이 되어야 한다고 믿는 청년정치인들이 당선되었고 이들은 법안 발의 요건인 10인의 국회의원을 간신히 모을 수 있었다. 2013년 이전의 발의가 따라올 시련을 알지 못했던 시도였던 것에 반해 2020년의 발의는 다가올 압력을 알고서도 굴복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초라하지만 분명한 진보이다. 2013년의 시도는 순식간에 흩어졌지만 2020년 정부, 국회, 언론, 시민사회, 종교계의 차별금지법 찬성파들은 단단한 대오를 이루었다.

<팬데믹과 민주주의>

2020년의 변화는 2017년 촛불혁명과 2020년 코로나19의 대유행이라는 배경을 가지고 있다. 이 두사건은 선거시기를 전후로 하여 전개되어 선거결과에 분명한 영향을 끼쳤다. 그러나 이 글에서는 정치공학적인 측면보다도 더 근원적으로 어떻게 이 사건들이 차별금지법과 연결되어 있는지를 살펴보려 한다.

“범유행(汎流行)이라고들 번역하는 팬데믹(pandemic)은 유행성 질환이 광범하게, 특히 전지구적으로 확산하는 경향을 일컫는 말이다. 이것은 고대 희랍어를 현대어로 만든 것인데, 전철 ‘판pan-’은 ‘모두’를 뜻하고, 명사 ‘데모스dēmos’는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을 뜻하며 이것의 어미 ‘-os’ 대신 달아놓은 영어 어미 ‘–ic’는 ‘~과 관련된 것’을 뜻한다. 그러니까 팬데믹을 있는 그대로 옮기자면 ‘모든 사람과 관련된 일’이다.”

- 양진호, 「팬데믹, 주인은 누구인가」 -

철학자 양진호는 팬데믹이라는 용어의 어원을 밝히며 1894년의 동학농민혁명에서부터 2020년의 K-방역 현상을 하나의 흐름으로 설명한다. 그에 따르면 팬데믹은 고대 그리스어를 응용해서 새롭게 만든 용어로 고대 그리스에서는 판데메이(pandēmei, 모두 함께)라는 부사형태로 널리 사용되었다고 한다. 이어서 양진호는 그리스와 페르시아와의 전쟁에서 모든 아테네 사람들이 전쟁에 참여한 판데메이의 경험이 아테네인들의 평등의식을 일깨워 민주주의로 이어졌다고 말한다.

“갑오년, 유무상자(有無相資)를 끄덕이며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서로 손을 내놓았던 사람들, 금남로에서 주먹밥을 뭉치고 황금동에서 피를 나누었으며 택시와 버스를 몰고 와서는 기꺼이 계엄군과 대치했던 사람들, 명동 어느 담벼락 너머로 얼굴 없이 초코파이를 던져주던 사람들, 광화문 거리에서 염화미소를 지으며 귤과 핫팩을 나누던 사람들, 그렇게 묵묵히 민주주의의 지분을 넓혀왔던 사람들. 우리는 이들로부터 이미 판데메이를 배워 알고 있었다.”

- 양진호, 「팬데믹, 주인은 누구인가」 -

고대 그리스의 언어와 역사에 대한 설명을 마친 양진호는 우리나라로 시선을 돌린다. 그는 한국 근현대를 이어온 민중항쟁의 경험이야 말로 판데메이를 연습해온 역사라는 결론을 내린다. 양진호의 결론처럼 이미 많은 표어들이 ‘국난극복’이라는 말로 시민들의 익숙한 기억을 이끌어내고 있다. 대통령 탄핵을 외치며 거리로 뛰쳐나오는 것과 마스크를 착용하는 등 방역지침을 준수하는 것은 외견상 정반대의 일로 보이지만 그 본질은 모두 국난극복을 위한 시민들의 참여이다.

판데메이와 민주주의의 흐름을 거부하며 다시 차별과 억압의 사회로의 회귀를 말하는 주장의 구심이 되어버린 종교 또한 한국 근현대사에서는 차별철폐를 앞장서서 외쳤던 선구자들의 구심이었다. 조선의 기독교인들은 천주 앞의 평등을 믿었고 그 믿음을 위해 순교했다. ‘시천주’를 외치며 모든 인간을 신처럼 모실 것을 강조한 동학은 차별철폐를 위해 죽창으로 기관총에 맞서는 용기를 보여주었다. 차별철폐를 위해 순교한 수많은 종교인들의 희생이 없었다면 지금의 차별금지법 제정시도도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의 뿌리>

촛불혁명과 코로나19에 맞선 방역의 경험은 한국사회의 평등의식을 급진적으로 일깨우고 있다. 기본소득에 대한 요구가 급증해 재난지원금이라는 실험이 이루어지고 차별금지법 등 보편적 인권에 대한 제도화 요구가 거세지고 있는 흐름은 한국 민중항쟁사의 진행이자 결과이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낙관할 수 있는 희망의 근거는 종교인들의 희생으로 시작된 민중항쟁의 엮사라는 우리의 뿌리에서 발견할 수 있다.

한국인이란 무엇인가? 이른바 우리민족이란 누구를 가리키는 말인가? 차별금지법 반대를 부르짖는 사람들은 과거의 차별적인 문화와 억압적 질서, 혹은 인종적 동일성이 아니면 ‘우리’가 해체될 것이라 주장한다. 그러나 1894년 새로운 사회를 갈망하며 봉기했던 사람들부터 2020년 방역지침을 준수하는 사람들까지 이 땅에 살았고 살고있는 사람들이 공유하고 있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니다. 한국의 전통적 가치란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문화나 생활양식 같은 것이 아니며 인종은 더더욱 아니다. 그것은 오직 민중항쟁을 가리키는 것이다.

차별금지법은 지극히 한국적인 제도이며 우리의 빛나는 전통에 잘 부합하는 제도이다. 지금 어떤 힘이 국회에 작용하고 있을지라도 우리의 뿌리인 민중항쟁의 흐름보다 더 근원적일 수는 없다. 결국 우리사회는 차별금지법으로 통합될 것이며 차별금지법은 우리를 설명하는 예시가 될 것이다. 나는 여전히 이번에 발의된 차별금지법이 국회를 통과할 수 있을지는 알지 못하겠다. 그러나 돈과 조직을 앞세운 종교계 일각의 힘보다는 우리의 뿌리를 믿겠다. 그리고 우리를 우리답게 만드는 일에 힘을 보탤 것이다. 부디 300명의 21대 국회의원들도 그러길 바란다.

 

황법량(학벌없는사회를 위한 시민모임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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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제안] 학생자치는 무엇으로 사는가 1

지난 3년간 대학교 학생회 활동을 하면서 소문으로만 들었던 학생회 문제를 확인할 수 있었다. 중요한 것은 '학생회의 위기'가 아니라 학생회가 있건 없건 대학교육의 질은 낮아졌고 학생은 대학 운영에서 배제되어 갔다는 사실이었다. 

어떻게 좋은 학생자치를 만들 것인가? 축제나 체육행사가 아니라 교육의 질과 대학 운영에 집중하는 학생자치는 불가능한가? 이러한 물음에 답을 찾던 중 '재정감시운동'이 그 대답이 될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공익재정연구소 이상석 소장의 강의를 듣고 실제로 총학생회 지원금 지출내역을 검토하면서 학생자치의 자원이 대부분 축제와 같은 행사에 쓰이는 원인을 알게 됐다.

학생자치는 왜 필요한가? 그 이유는 교육받는 사람의 권리를 찾고, 교육기관이 민주적으로 운영되도록 하는 데 있다. 그런데 지금의 학생자치는 학생회비에 더해 등록금과 국고지원으로 대학회계·교비회계에서 편성된 연간 억대의 지원금을 축제에 쏟아붓고 있다. 얼마나 호화로운 축제를 했는가로 평가받는 학생회는 잘못되었다. 학생자치가 이래서는 안 된다.

이런 문제의식에서 광주지역 4개 대학 총학생회의 지원금 결산을 분석했다. 먼저 정보공개와 행정심판 청구 과정을 설명하고 실제 자료를 토대로 학생자치의 실태를 살펴본 뒤 내가 생각하는 대안을 제시한다.

정보공개 청구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정보를 특정하는 것이었다. 학생회의 재정은 두 가지 부분으로 나뉘는데 정보공개가 가능한 것이 있고 불가능한 것이 있다. 첫째, 사립학교의 경우 교비회계, 국공립대학의 경우 대학회계라고 불리는, 등록금과 국고지원금으로 편성된 회계의 학생회 지원금이다. 둘째, 매 학기 학생들이 납부하는 학생회비와 학생회 자체 수입이다. 일부 학생회는 공개하지만 온라인으로 공개하는 곳은 많지 않고 공개하더라도 정확히 보고하지 않는 곳이 많다.

교비회계나 대학회계의 경우 총학생회가 사용처를 결정하더라도 실제 계약은 대학본부에서 담당해 관련 자료가 대학본부에 남아있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특정해야 할 정보는 교비회계 혹은 대학회계에서 총학생회 관련 결산자료다. 여기에 더해 학생회와 관련해 정확히 어떤 문서들이 존재하는지 알기 위해 '문서목록'을 추가해야 한다. 이 자료들을 통해 어떤 지출내용과 문서가 존재하는지를 알면 그다음 세부적인 자료 청구가 용이해진다.

정보공개 청구에 대해 국공립대인 전남대학교는 해당하는 자료가 너무 많아서 비용이 청구된다고 답변했다. 그렇다면 정보목록을 먼저 달라고 하자 전남대에서는 목록이 따로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것은 정보를 주지 않기 위한 교묘한 거짓말이었다. 전남대는 모든 세부공문과 증빙자료 전체를 뭉뚱그려서 '정보량이 너무 많다', '전체 정보가 다 적힌 목록은 없다'고 답한 것이다.

자료를 열람하러 간 자리에서 담당 주무관은 총학생회 관련 지출내역 목록을 주며 이 중 원하는 정보를 말하면 개인정보를 가린 후 열람하게 해주겠다고 했다. 제시한 제한 시간을 초과할 시 비용 부과 방침까지 더해져 그 자리에서 충분히 자료를 볼 순 없었다. '목록'이 있다는 것과 계약과정에서 첨부해야 하는 문서의 종류만 확인한 뒤 해당 문서의 목록을 특정해 다시 정보공개를 청구했고 그제야 의도했던 자료를 얻을 수 있었다.

행정심판

사립대인 광주대학교, 조선대학교, 호남대학교에서는 '비공개', '부존재' 처리하거나 일부만 공개했다. 이럴 경우 청구인은 행정심판을 청구할 수 있고 여기서 지면 행정소송을 청구할 수 있다. 행정심판을 하지 않고 행정소송을 청구할 수도 있으나 소송은 비용이 들기 때문에 보통은 행정심판을 청구한다.

3개 대학 총장을 상대로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청구서에는 정보공개청구와 피청구기관의 처분이 있었던 날짜를 적시해 사건 개요를 설명하고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을 근거로 처분이 취소되어야 하는 이유를 제시했다. '부존재' 처분의 경우는 교비회계 지출내역이 부존재할 수 없다는 점, 대학업무가 전산화된 현실을 고려하면 검색을 통해 해당 정보에 관한 목록을 추출할 수 있다는 지적을 추가했다. 원본 자료를 가공해서 일부만 공개한 경우는 비공개된 정보가 존재하는 정황을 지적하고 원본 그대로 공개해야 함을 주장했다.

몇 달이 지나 각 대학에서 보낸 답변서가 온라인으로 송달되었다. 광주대에서는 부존재 처리에 대해 '실무자의 법률 지식 부족에서 발생된 착오'라며 법 규정에 따라 공개하겠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조선대와 호남대에서는 해당자료가 공개될 경우 학생자치가 침해될 우려가 있다는 점, 개인의 경영상·영업상 비밀로 법인의 정당한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다는 점을 들어 행정심판 청구 기각을 주장했다.

나는 용역이나 품목에 대한 가격 및 업체명이 경영상·영업상 비밀이 아니라는 취지의 보충서면을 제출했다. 나머지 근거들은 법령에서 정한 비공개 사유가 아니라는 지적도 덧붙였다.

광주대, 호남대, 조선대에 대해 부분인용취지의 재결서를 받아볼 수 있었다. 광주대와 호남대의 경우 정보보존기간인 2013년 자료에 대해서 기각되었고 조선대의 경우 관련 서류에 카드번호와 업체주소, 전화번호 등이 포함되어 있다는 이유로 계약업체와 증빙자료에 관한 부분이 기각되었다.

가격이나 품질에서 경쟁력이 있는 것이 아닌데 총학생회가 유착관계에 있는 특정업체와 계약하는 경우가 있다. 내부자들의 증언이 있지 않은 이상 이런 정황을 알아내기는 매우 어렵다. 다만 자주 계약되는 업체의 등기를 발급받아 임원사항을 확인한다거나 계약내용에 대해 비교 견적을 받아보는 형태로나마 단서를 추적할 수 있다. 따라서 계약업체에 대한 정보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한 연결고리다. 추가적인 정보공개 청구와 행정심판 그리고 행정소송이 필요하다.

대법원에서는 '법인 등의 상호, 단체명, 영업소명, 사업자등록번호 등에 관한 정보는 법인 등의 영업상 비밀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법인 등의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에 해당하지 아니하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린 바 있다(판례 2003두8302).

지난해 10월 10일 조선대 재결서 송달을 마지막으로 광주지역 3개 사립대학을 대상으로 한 행정심판은 일단락되었다. 행정심판 청구 대상 기간이 2013~2017년이었던 까닭에 행정심판 이후 2018년 자료에 대해 추가적으로 청구해 받아보았다. 그러던 중 단과대 학생회는 총학생회와 다른 경로로 별도의 지원금을 받고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일부 단과대 학생회 지원금에 대해서도 정보공개를 청구해 자료를 받았다.

광주 4개 대학 총학생회 지원금 2014~2018 자료가 모두 모인 것은 지난해 12월 19일이었다. 그때부터 약 2주간 지출내역을 검토하고 사업분야별로 분류했다. 그리고 1월 5일 '[보도자료] 광주소재 4대 대학 총학생회 결산자료 분석', 1월 7일 '[보도자료] 광주지역 대학 총학생회 지원금 부정·부패 심층분석'을 배포했다. 이 밖에도 추적해야 할 부패의 단서가 보였지만 확보한 자료만으로는 정황을 추정하기 어려웠다. 앞으로 더 많은 시민들과 협업하여 밝혀내야 할 것이다.

총학생회 지원금 주요지출 내용과 학생자치의 문제

2014~2018년 광주지역 대학의 총학생회 지원금 5개년 결산 자료를 살펴보면 학생자치는 모두 동일한 경향을 띠고 있다. 4개 대학 모두 축제에 가장 많은 돈을 집행했다. 그 밖에 지원금이 많이 사용된 사업은 출범식과 캠프·기행이다. 연예인을 초청하는 축제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대략이나마 알고 있겠지만 출범식과 캠프·기행 사업, 복지사업은 학생회 관계자가 아니면 그 실상을 잘 모르는 경우가 있다.

- 출범식
매년 1학기 초에 임기를 시작하는 학생회가 실시하는 행사이다. 일부 지방대에서는 예비군 전우회나 군 관련 학과 학생들이 사열하는, 학도호국단의 부활처럼 보이는 광경이 연출되기도 한다. 말 그대로 '출범'만 하고 끝나기도 하지만 연예인 섭외 공연을 배치해 축제처럼 운영하는 경우도 많다.

- 캠프기행 사업
과거 80~90년대 학생회는 학생운동의 연장 선상에서 '실천단', '선봉대', '농민-학생 연대활동'과 같은 사업을 했다. 이러한 사업들은 2010년대에 이르러 정치적 맥락이 제거되고 일종의 '수학여행' 더 나쁘게는 학생회 간부들에게 주어지는 '보상여행' 같은 것이 되었다. 여전히 농촌을 가기도 하고 국토순례를 한다면서 제주도, 독도를 가거나 역사기행을 한다면서 백두산, 일본을 가기도 한다.

- 복지사업
흔히 시험기간 간식행사를 실시한다. 이번 4개 대학 자료에서는 예비군 훈련 간식 사업, 학기 초 이삿짐 운반 지원 사업, 시험기간 야간 버스 운영 등이 있었다. 4개 대학 공통적으로 지원금을 이용한 복지사업 지출은 대부분 단체 야구 관람에 쓰였다.

이런 사업들이 도대체 왜 대학에서, 그것도 등록금과 국고지원금으로 이루어져야 하는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그러나 1년 임기의 학생회 선거에 출마하여 축제나 체육행사 등을 폐지하고 그 돈을 정책연구사업과 재정감시 그리고 이것들에 필요한 인력운영에 쓰겠다고 한다면 당선될 수 없을 것이다. 총학생회라는 기구는 학생자치를 현 상태에 가두는 가장 큰 구조적 원인이다. 총학생회를 청산하지 않으면 학생자치의 혁신은 불가능하다.

 

황법량 학벌없는사회를 위한 시민모임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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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제안] 학생자치는 무엇으로 사는가2

 

축제의, 축제에 의한, 축제를 위한 학생자치 정도만 되어도 양호한 것일 수 있다. 그러나 축제를 기획하고 연예인을 직접 보겠다는 열망으로만 사람들이 동원될 수는 없다. 특히 총학생회라는 거대한 정치기구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려면 열망보다는 더 실질적인 보상이 필요하다. 그래서 등장하는 것 중 하나가 부정 부패이다.
   
전남대 광주캠퍼스 학생사회에서는 전직 총학생회 간부가 사내이사로 있는 특정 업체와 총학생회가 유착관계를 가지고 총학생회의 계약을 몰아준다는 의혹이 제기되어 왔다. 이번 정보공개 과정에서 확인한, 전남대 광주캠 총학생회 지원금이 집행된 사업 중 이 특정 업체와 계약한 건은 총 9건(8156만 2340원)이다. 주로 캠프·기행 사업이나 축제 기념품을 제작하는 사업을 담당했다. 사내이사였던 그 전직 총학생회 간부는 2019년 대표이사로 취임했으며 현재 역대 전남대 광주캠 총학생회 간부들이 소속된 ㅎ단체의 광주전남지부 임원이다.

또한 나도 2019년 1~4월 총학생회장 권한대행을 수행했던 시기에 다수의 축제업체로부터 직접 그리고 간접적인 경로로 리베이트 제안을 받기도 했다. 리베이트를 제안했던 사람은 '회장님이 먹지 않으면 어차피 업체들이 먹게 되어있다, 고생한 집행부들에 술이라도 사려면 필요한 것이다'라고 설명했는데 뭐라 반박할 수 없었다.

호남대 총학생회 자료에선 '해외장학연수'라는 항목을 확인할 수 있었다. 거의 매년 연말이나 연초에 새롭게 임기를 시작하는 학생회 간부들이 참여한 해외연수다. 여행지는 오사카, 후쿠오카, 방콕, 파타야 등이었다. 학생회 간부 1인당 25~30만 원을 부담하고 교비회계에서 1700~3400만 원을 지원받은 사업이었다. 2016년에도 조선대 총학생회의 해외탐방 용역입찰 공고가 게시되었다가 학생들의 큰 비판을 받고 사업 자체가 취소된 일이 있었다. 그런데도 호남대 총학생회는 버젓이 이런 사업을 실시했던 것이다.

해외연수 자체는 오히려 필요한 것일 수도 있다. 독일이나 북유럽의 교육제도를 견학하고 세계 각지의 학생자치·학생운동과 교류한다면 학생자치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더 나아가 국제적인 학생자치 연대를 조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설령 이런 방식의 해외연수라고 할지라도 학생사회의 합의와 철저한 연수계획 보고가 선행되어야 한다.

지금의 해외연수는 그저 보상여행일 뿐이다. 해외연수뿐만 아니라 학생회 간부수련회 자체가 그렇다. 부끄럽게도 나 또한 2019년 총학생회장 권한대행직을 수행하는 동안 그런 간부수련회를 집행했었다. 공동체에 대한 고민과 붕괴해가는 학생자치에 대한 최소한의 논의를 만들고자 노력했지만 결국 그것은 등록금으로 대관한 수련시설에서 학생회비로 술 먹고 노는 행사였을 뿐이었다. 대표자 역할을 자처한 사람들이 겪는 고충을 공유하는 정도만 해도 의미 있는 행사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지만 그런 행사로 만들지 못했다.

3년간의 학생회 활동과 4개 대학 총학생회 지원금 결산을 분석하며 학생자치 활동에 주어져야 할 정당한 보상이란 무엇인지 고민했다. 나는 학생회 간부에게 임금을 지급하는 것이 그 대답의 단초라고 생각한다. 노동계급의 대표자가 의회에 진출하면서 무보수 명예직이었던 의원에게 월급을 지급하라는 운동이 전개되었던 것이 민주주의의 역사이다. 대표자에게 노동의 대가를 주지 말자고 주장하는 것은 정치를 부유한 자들의 것으로 만들려는 음모이거나 스스로 통치자가 될 생각이 없고 평생 타인의 지배를 받으며 살겠다는 노예의식이다.

지금의 학생자치는 기형적인 보상체계를 가지고 있고 사회 전반적으로 민주주의가 확대되어감에 따라 그마저도 붕괴하고 있다. 보상만으로 학생자치를 개혁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보상에 대한 논의 없이도 개혁은 불가능하다. 새로운 학생자치는 교육정책과 대학운영에 집중할 수 있으면서 간부들에게 정당한 노동의 대가가 주어지는 체제여야 한다.

학벌 vs. 시민

현재의 총학생회 중심 학생자치는 청산되어야 한다. 개별 활동가들의 헌신과 업적은 훌륭한 것이지만 교육정책과 무관한 사업 위주의 관성과 친목 중심의 조직 질서가 문제다. 이러한 경향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총학생회와의 충돌은 피하기 어렵다. 사학재단, 교수집단, 관료집단 그리고 이들과 결탁한 학생사회 내부의 군기 문화와 폐쇄적인 친목집단이 지배하는 대학에서 '시민'이라는 정체성은 끊임없이 불화를 일으킬 것이다.

2020년대 학생자치 갈등은 운동권 대 비운동권의 구도가 아니라 학벌 공동체의 학우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학생시민이 될 것인가를 기준으로 전개될 것이다. 단기간에 이루어질 수 있는 일은 아닐 것이나 나는 대학생들이 그럴 역량을 충분히 갖추었고 갖추어 나갈 것이라고 믿는다.

중요한 것은 학생자치가 대학 운영에 참여할 주체성을 갖는 일이다. 제도로만 보자면 등록금 심의위, 재정위, 대학 평의원회 등 학생이 대학 운영에 개입할 수 있는 통로는 어느 정도 갖추어져 있다. 그러나 그런 제도가 있어도 대학은 대부분 사학재단과 대학 교직원들이 수립한 계획으로 운영되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새로운 시민의 주체성을 발휘할 수 있고 그것을 확장시켜나갈 운동이 필요하다.

나는 광주지역 4개 대학 총학생회 지원금을 시작으로 전국의 대학 총학생회 지원금, 총장 및 학장 업무추진비 등 대학재정감시의 영역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또한 전국의 모든 학생운동 단위에 대학재정감시 운동을 제안하고 설득할 것이다. 이를 통해 친목 중심의 총학생회 인맥과 구별되는 시민들의 연합을 조직하고 학생사회의 대학 운영 및 교육정책 참여를 확대해나갈 것이다.
 
개혁의 방식과 방향

나는 3년간의 학생회 활동에서 제도나 정책은 종종 바꾸는 데 성공했지만 '정치화'에 있어서 늘 실패했다. '정치화'는 결국 개인들의 성찰과 결단이 필요한 일이기 때문에 특정 개인이 열심히 하는 것으로 그것의 내용이나 그것에 이르는 과정을 결정할 수 없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따라서 '시민출현'이라는 현상의 구체적인 내용이나 방식은 더 많은 시민들의 참여로 만들어질 것이다.

내가 제안하는 방법론과 대안체제 구상은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제출하는 것이며 더 많은 논의를 이끌어내기 위한 것이다. 나의 제안을 통해 더 많은 시민들이 이 논의에 참여하길 바란다.

첫째, 재정감시 교육과 후속활동.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재정감시 운동의 방법론을 보급하고 실제로 대학재정 감시의 영역을 확장해나갈 교육사업이다. 재정감시운동 활동가를 초청해 정보공개 청구와 행정심판 절차 그리고 대학재정의 기본적인 사항을 학습한다. 그런 다음 실제로 정보공개를 청구해 확보한 자료를 토대로 문제점을 분석하고 문제의식을 뒷받침할 수 있는 통계자료도 작성한다. 동시에 정보공개를 거부하는 사립대를 대상으로 행정심판을 청구한다. 4~6회의 교육이 끝나면 문제의식을 설명한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부정 부패에 대한 감사실시를 촉구하는 등의 후속 활동을 실시한다.

둘째, 네트워크 건설. 교육사업을 통해 각 지역별로 재정감시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모임이나 교류가 만들어지면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건설한다. 기존 학생운동에서와 같이 무거운 형태의 조직이 아니라 연대체 형태로 1년에 한 번 총회를 통해 회원 여부를 결정하고 갱신한다. 조직의 목적은 재정감시 활동가들이 활동에 필요한 정보를 교류하고 자료를 보관하는 것이다. 정기적인 회비나 후원은 필요 없으며 총회나 특별한 대규모 정보공개가 필요한 경우 모금한다.

셋째, 시민사회 형성과 정당운동과의 결합. 핵심은 모든 자원활동이 그렇듯 이것이 사회적으로 꼭 필요한 일이고 개인적으로도 유익한 활동인가에 달려있다. 여기에 더해 열성 활동가들에게 이 운동이 정치적 성장의 기회가 된다면 지속가능한 구조를 수립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나는 정당운동과의 결합을 시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생시민사회의 기반 위에서 제 정당의 대학생 조직들이 각자의 입장에 따라 적극적인 토론을 이끌어나가야 한다. 그리하여 정치인이 되고자 하는 대학생은 정당의 대학생 조직을 통해 정책역량을 학습하고 타 정당 대학생 조직과 경쟁하며 정치인으로서의 능력을 검증받을 수 있을 것이다.

넷째, 제도개혁. 학생운동의 혁신이 성공한다면 학생자치제도 또한 그에 걸맞게 개혁되어야 한다. 나는 대학 평의원회의 학생 평의원을 직접선거로 선출해 총학생회와 분리하는 것이 제도개혁의 시작이라 생각한다. 교육정책과 대학 운영에 적절한 권한과 필요한 만큼의 대표성만을 가진 직책을 두고 각 정당의 대학생 조직들이 공개적인 경쟁을 펼쳐야 한다. 축제나 복지사업은 대학본부나 생협에 넘기고 총학생회는 학과학생회 협의체 정도로 위상을 축소하여 학생자치의 대표성과 권한을 분산하는 일이 필요하다.

더 많은 시민들의 참여를 기다린다

앞서 밝혔듯 위와 같은 제안과 구상은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한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 글과 재정감시 운동을 통해 더 많은 시민들이 자치와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가이다. 운동의 방향이나 제도개혁 또한 그것을 촉진하고 활성화할 수 있는 도구여야 하므로 이 글은 논의의 시작일 뿐이다.

매우 부분적으로나마 대학재정을 살펴보면서 이 많은 재정을 효율적으로 통제한다는 것이 대학관료의 역량만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느꼈다. 타당성이 없는 사업은 너무 많고 그것을 성찰하여 대안을 만들어낼 인력은 턱없이 모자라다. 전문적으로 공공재정을 감시할 체계를 만드는 일도 중요하지만 기본적으로 통치와 운영에 참여하는 시민의 숫자가 대폭 증가해야 한다.

이러한 문제는 비단 대학에만 국한된 것이 아닐 것이다. 지방정치와 국가정치에 있어서도 상황은 마찬가지이며 재정의 규모로 본다면 오히려 더 심각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여전히 학생운동이 사회운동과 정치발전에 기여하는 바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또한 어쩌면 그것이 청년정치의 한 방향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본다.

부디 2020년대는 대학생 시민들이 명실상부한 대학의 주인으로 거듭나는 시대가 되길 바란다.

 

황법량, 학벌없는사회를 위한 시민모임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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