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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꼬집기]영화 ‘학교 가는 길’이 만든 ‘공존’의 길 - 광주드림

영화 학교 가는 길. 이 영화는 17년 만에 서울 시내 신규 특수학교인 서진학교 설립을 이끌어 낸 강서장애인부모회 학부모들의 이야기를 기록한 작품으로, 독립 다큐멘터리라는 흥행의 불리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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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학교 가는 길. 이 영화는 17년 만에 서울 시내 신규 특수학교인 서진학교 설립을 이끌어 낸 강서장애인부모회 학부모들의 이야기를 기록한 작품으로, 독립 다큐멘터리라는 흥행의 불리한 요소가 있었지만 입소문을 터며 2만 관객 동원이라는 독립영화계의 큰 성과를 거두었다.

최근에는 특수학교 설립을 반대하는 주민이 자신의 모습이 등장해 명예가 훼손됐다며 ‘상영 중단’, ‘장면 삭제’ 등 두 차례나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는데, 이에 발끈한 학부모들이 영화 상영지지 탄원운동을 벌였고 국민들의 성원에 힘입어 추가 상영관이 오픈이 되기도 했다.

필자는 이러한 장애학생 학부모들의 피땀 흘린 노력과 시민들의 지지성원 덕분에 광주에 마련된 추가 상영관에서 영화를 관람할 기회를 얻을 수 있었고, 장애학생의 기본권 보장 등 영화의 공익적 가치를 지키자는 의미에서 시민단체 회원들과 함께 관람운동을 전개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많은 감정이 교차됐다. 특수학교 설립 반대 주민들 앞에서 장애학생 학부모들이 무릎 꿇고 호소하는 장면은 눈물을 훔쳤고, 이들 학부모를 향한 주민들의 욕설과 비난은 인격적 모멸감을 느낄 정도로 분노가 들었으며, 서진학교로 등교하는 학생들의 모습은 웃음을 돋게 했다.

안 그래도 우리사회의 약자들이 마주한 많은 편견과 시선들을 견디는 것도 힘든데, 기본적인 학생들의 교육권마저 누군가에게 호소하여 승낙을 받아야 하는 비정상적인 사회논의구조를 보며, 특수학교 확대 등 인프라 구축을 위해 시민단체 일원으로서 해야 할 일이 많아졌음을 깨 닳았다.

참고로 광주의 특수학교는 5곳으로 주거지와 떨어져 있는 도시 외곽지역이나 미개발 택지지구 내(신가, 일곡, 덕흥, 쌍암, 진월동)에 자리 잡고 있으며, 2023년 개교를 추진 중에 있는 특수학교 역시 선운동 등 도심 외곽지역에 위치해 장애학생들의 원거리 통학이 불가피하다.

물론 도심지역 내 특수학교 설립에 대한 고려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17년 광주시교육청은 상무중과 치평중을 통폐합해 상무중을 특수학교 신설 부지로 활용하고자 계획했으나, 이를 반대하는 해당학교 학부모, 지역민, 정치인들의 반발 여론에 밀려 계획을 백지화한 바 있다.

당시 상무중 통폐합 반대활동의 명분은 과밀학급, 학교생활 부적응 등 학생들의 교육권 침해와 일방적인 통폐합 추진 통보 등 절차적 문제였으며, 부동산 가격 하락, 주거환경 훼손 등 님비현상과 장애인 사건·사고 발생 등 사회적 편견 인식이 크게 작용했다는 후문도 있었다.

만약 교육당국이 학령인구 감소(학생 수) 추세를 보며 학교 통폐합 시기를 조율하고, 학교구성원과 지역민에게 특수학교 설립에 대해 절실하게 소통해왔다면 그 결과는 어땠을까? 어쩌면 장애학생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포용력을 시험대에 오르게 한 전국의 대표 사례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2019년 광주시교육청은 상무중 부지를 특수학교가 아닌 문화복합센터로 활용계획을 변경했고, 지역민들의 반발이 덜 한 도시 외곽지역에 특수학교 설립을 추진하는 방식을 택하는 등 상무중 인근 지역민들에게 이권을 챙겨주면서 장애학생들은 사회로부터 고립시키는 이중적인 정책을 폈다.

이 같은 특수학교 설립 사례를 반복하면 사회통합은 요원할 수밖에 없기에, 장애학생들이 당당히 교육받을 수 있도록 우리사회가 더욱 힘을 실어줘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영화 학교 가는 길은 2만 관객을 동원하며 우리사회 공존을 위한 지름길이 만들어졌다는 희망을 보여주었다.


박고형준 (학벌없는사회를 위한 시민모임 상임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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