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가인권위원회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 감독관이 작성해야 하는 서약서가 양심의 자유를 제약한다고 판단하고, 향후 수능 업무처리지침을 마련할 때 서약서 제출 내용을 포함하지 말 것을 교육부 장관에게 권고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행정 권한의 위임 및 위탁에 관한 규정 제22에 따라 수능 시험 실시 및 감독업무를 맡고 있는 시도교육청의 의견을 반영해 국가인권위원회 권고에 대한 이행 계획을 제출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우리단체가 광주 등 일선 교육청의 2022학년도 수능 업무처리지침을 확인한 결과, 제목과 내용 등 형식만 다소 바뀌었을 뿐 기존 서약서와 동일한 서식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국가인권위는 결정문에서 수능 감독관들의 성실성과 책임감을 서약서로 작성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대한민국 헌법 제19조가 보장하는 양심의 자유(양심을 언어로 표명하거나 또는 표명하지 않도록 강요받지 않을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로 보고 있는데, 교육당국이 결정문의 근본 취지를 헤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수능을 운영하는 교육당국 입장에서 수능 감독관에게 책임의식을 각별하게 환기하고자 하는 뜻을 모르는 바 아니다. 하지만, 수능이 대학 선택에서 차지하는 막중한 위상을 누구보다 체감하고 있는 수능 감독관들이 이미 상당한 책임감과 부담을 각오하고 수능 감독에 투입되는 현실에서 서약서의 실효성은 매우 낮을 수밖에 없다.

 

설령, 수능 감독관이 시험의 공정성을 훼손하거나 직무를 게을리 한다면 이미 국가공무원법을 비롯한 관계 법령에 따라 처벌할 근거가 충분하다. 이런 상황에서 별다른 실효성과 법적 근거 없이 서약서를 작성토록 강요하는 것은 월권행위이자 불필요한 부담만 가중하는 일이다.

 

이에 우리단체는 국가인권위의 결정에 따라 수능 감독관 서약서 등 불필요한 행정업무를 폐지할 것을 교육당국(광주광역시교육청, 교육부)에 촉구하는 바이다.

 

2021. 8. 23. 학벌없는사회를 위한 시민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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