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광역시교육청은 2019년부터 일선 학교의 진로 진학지도에 도움을 주고, 학생부 종합전형 역량을 높인다는 취지로 빛고을 플랫폼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2020년의 경우 일반고 29개교가 참여하였다고 한다.

 

그런데, 사업이 운영되는 실태를 보면 애초 취지와 달리 소위 명문대 진학 숫자로 교육성과를 뽐내려는 쪽으로 온통 힘이 쏠려 있다. 청년들의 불안과 고통이 극에 달하는 시기, 이들의 다양한 진로와 진학을 돕기 위해서가 아니라, 학벌주의와 경쟁을 부채질하는데, 막대한 공적 비용이 낭비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공교육 기관의 심각한 자기 부정이다.

 

서울지역 명문대 진학을 염두에 둔 탓인지 컨설팅위원에는 수도권 주요 대학 입학사정관, 대입전문가 등이 다음과 같이 대거 포진해 있다.

 

또한, 연수가 진행되는 방식을 보면, 신청학교 성적우수자의 학생생활기록부를 예시로 각 영역을 어떻게 적어 주어야 하는지 연수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애초 명문대 진학 가능성이 낮은 학생은 들러리 세워지는 것이다.

 

물론, 대입제도 변화에 발맞추어 일선 학교가 유연하게 진학지도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려는 의도는 충분히 이해가 간다. 다만, 이런 제도로 지향하는 가치가 충분히 성찰되지 않는다면 공교육은 학벌주의를 다스리는 힘이 되기보다 존재하는 근거를 잃게 될 것이다. 학생들에게 부족한 것은 살벌한 경쟁 의지가 아니라, 자존감과 연대의식이다.

 

해마다 스펙, 등급 몰아주기, 시험문제 유출, 생기부 허위 작성 등의 학사 비리로 공교육이 얼룩지고 있다. 소위 명문학교 진학 성적으로 실력교육청이 되려는 헛된 욕망의 뿌리를 함께 하면서 그 욕망에서 자란 독버섯을 자르는 일이 제대로 될 리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교육공공성 강화, 교육 희망의 사다리 복원 등을 교육 공약으로 내세웠다. 또한, 교육부는 학교 서열화를 조장하고 사교육을 심화시키는 등 교육 불평등을 유발한다는 문제의식 하에 2025년까지 자사고, 외고, 국제고를 일반고로 일괄 전환한다는 방침을 정한 바 있다.

 

하지만 광주시교육청은 공교육의 대의와 국가정책의 흐름마저 거스르면서 거대한 입시컨설팅 학원이 되는 중이다. 피라미드 위쪽으로 향하는 경쟁을 위해 해마다 5천여만원의 혈세를 부어온 지 수년 째이다. ‘수요자 맞춤형 대입 진학상담이 고작 성적우수자 관리여서는 안 된다.

 

더불어 살아가는 정의로운 민주시민 육성’. 광주교육의 지표에는 학벌주의에 맞서겠다는 의지가 전제되어 있다. 아무리 명문 학교 숫자로 교육의 성과를 품평하는 속된 여론이 있다 하더라도 진보 교육의 가치가 이에 휩쓸려서야 되겠는가.

 

이에 학벌없는사회를 위한 시민모임은 빛고을 플랫폼 사업이 입시 기술과 특권 교육으로 타락하지 않도록 되돌아 볼 것을 광주시교육청에 촉구하는 바이며,

 

다양하고 풍성한 진로, 진학 프로그램 지원

자존감을 높이는 인문 교육

교육 격차 해소 등을 위해서도 적극 노력해줄 것을 당부하는 바이다.

 

2021. 6. 22. 학벌없는사회를 위한 시민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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