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통일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에서 한 국회의원이 후보자의 사상을 검증하는 등 일종의 ‘십자가 밟기’(후미에)를 강요해 논란이 된 적 있다. 그런데 전남대학교 총학생회에서도 후보자의 정치·종교적 성향을 검증하여 종교·양심·사상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후미에'는 일본 에도 시대에 기독교 신자를 색출하려 사용했던 ‘십자가 밟기’다. 연초에 마을 사람들을 모아놓고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상 혹은 성모 마리아가 새겨진 작은 동판을 밟고 지나가도록 강요한 다음, 밟지 못하고 주춤거리는 사람을 신자로 간주해 처형한 종교 탄압이다. 이는 후대에 들어 개인의 사상을 조사하거나, 어떠한 사안에 반대하는 자를 가려낸다는 뜻으로 의미가 확대됐다.

 주요 언론보도에 따르면, 전남대 총학생회 측은 ‘그간 총학생회 후보자가 학과와 학번, 이름 등 간단한 인적사항만 공개해 학생들이 후보자들의 이력을 제대로 검증할 수 없었다’는 지적에 따라, 최근 전체학생대표자회의를 거쳐 후보자 정보공시제도를 마련했다.

 후보자 정보공시제도를 통해 유권자의 알권리를 보장하려는 의도는 이해가 된다. 하지만 후보자의 종교와 정당을 밝히도록 강요한 건 문제가 있다. 개인 정보를 침해하고, 특정 종교·정당에 소속된 자를 후보자에서 사전 배제시키는 등 헌법상 종교·양심·사상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또 후보자가 자신의 종교·정당을 숨기거나 거짓으로 공시하더라도 정확히 검증할 방법과 권한이 없어 후보자 정보공시제도의 실효성이 매우 낮을 것으로 예상되며, 선거 투표나 정당 가입 등 일반적인 정치 참여나 소수 종교 동아리 활동이 위축될 것으로 우려된다.

 최근 전남대에선 부총학생회장이 특정 종교 활동에 개입되었다는 논란으로 자진 사퇴하였고, 2017년에는 특정 종교가 학생회를 통해 포교 활동을 시도해 파동을 겪었다. 이번의 조치는  이러한 특정종교의 학내 활동을 차단하기 위해 마련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키운다.

 특정 종교가 목적 외 의도를 가지고 총학생회를 장악한다면 대표성과 공신력을 갖고 보다 더 쉽게 포교활동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총학생회장 지위를 활용한 포교 활동, 정당 활동 등 직권 남용 행위는 문제 발생 이후 탄핵하거나 징계, 형사 고발 등으로 강력하게 대응하면 될 사안이다. 

 전남대 총학생회는 지난 2년 동안 입후보자가 없거나 투표율이 미달돼 꾸려지지 못했다가 지난해 선거를 통해 구성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 각종 논란과 잡음(경품 조작, 특정종교 활동)이 제기되면서 일부 학생들 사이에 탄핵 요구가 있자 집행부가 사의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전남대 총학생회의 부재가 다시 장기화 될 경우, 학교와의 소통이 단절되고 학내 문제- 더 나아가 지역사회에 대한 무관심으로 이어질 것이다. 때문에 필자는 총학생회 보궐선거가 조속히 치러지길 기대한다. 아울러 후보자 정보공시제도는 재고, 보다 성숙된 선거 문화가 정착되길 바란다. 

 박고형준 학벌없는사회를 위한 시민모임 상임활동가

 

 

 

[기고]전남대 총학생회 선거 정치·종교 검증, 정당한가? - 광주드림

지난해 통일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에서 한 국회의원이 후보자의 사상을 검증하는 등 일종의 ‘십자가 밟기’(후미에)를 강요해 논란이 된 적 있다. 그런데 전남대학교 총학생회에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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