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한 사회를 위해 특권층의 이해와 요구를 반영한 외고 설립 중단되어야


김대준(광주교육희망네트워크 정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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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주시 특수목적고등학교 지정·운영위원회가 24일 오전 광주시교육청에서 열릴 예정인 가운데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이 시교육청 정문 앞에서 외고 설립 반대를 주장하는 집회를 가졌다. 운영위는 이날 비공개, 경찰병력까지 비치된 회의에서 광주 외국어고등학교 전환을 신청한 학교법인 홍복학원(대광여고)에 대해 승인하였다.


유명환 전 외교부 장관 딸의 채용 특혜 문제로 전국이 시끄럽다. 편법․불법으로 얼룩진 김태호 총리 후보자를 비롯한 일부 장관들의 사퇴가 얼마되지 않아 국민들의 마음은 더욱 허탈하다. 이명박 대통령의 공정한 사회도 연이은 악재로 빛을 바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최근 우리 지역에서 논란이 일고 있는 외고 설립이 과연 공정한 사회와 얼마나 부합되는지 의문스럽다. 이미 외고는 본래 목적과 취지를 달성하지 못하고 명문대 입학 통로로 변질되면서 사교육비 상승의 주범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학생들 대다수가 잘사는 부모의 자녀로 채워지면서 교육양극화, 교육불평등을 넘어 국민 통합까지 저해하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오죽했으면 자사고, 외고 등을 확대하고자 했던 한나라당 조차 외고 폐지를 언급하고 나섰겠는가. 이렇듯 사실상 외고는 더 이상 확대되어서는 안되는 실패한 학교인 것이다.


반면 시교육청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외고가 없는 우리 지역에 외고 하나 정도는 필요하지 않느냐고 주장한다. 글로벌 시대에 맞는 인재 양성과 지역의 우수 인재 유출 방지 등을 위해 외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양화, 학부모 선택권, 수요자 중심 교육을 들먹이며 임기가 3개월도 안 남은 현 교육감이 외고 설립을 군사작적 방불케 하듯 밀어붙이고 있다.


겉으로 내세우는 명분은 그럴싸하다. 일부 시민들도 시교육청에 주장에 동의하고 있다. 그러나 시교육청의 주장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전체 시민을 위한 학교가 아니라 일부 특권층을 위한 학교로서 외고를 만들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그러한 속내를 철저히 숨기면서 철저히 국민과 시민의 교육권을 침해하고 있는 것이다.


첫째, 전국에 유일하게 외고가 없기 때문에 외고 설립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매우 비객관적인 주장이다. 외고가 설립되면 광주 교육이 더욱 발전할 것이라 떠들어대지만 다른 지역의 사례를 살펴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어느 지역을 둘러보아도 외고 때문에 그 지역의 교육환경이 더욱 좋아졌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오히려 외고 입학을 위해 초등학교 때부터 사교육을 받다보니 사교육비가 상승되고 공교육이 파행으로 흐른다는 지적만 있다. 또한 외고가 설립된 서울, 경기 지역은 전국 하위권 수준의 학력을 나타내고 있으며, 부산, 대구, 대전 등의 지역도 우리 지역보다 학생들의 학력이 낮다. 오히려 외고가 없는 우리 지역이 수능 성적 6년 연속 1위로 전국 최고의 학력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과 민노당 권영길 의원이 밝혔듯이 다른 지역에 비하여 평준화제도가 훼손되지 않아 학생들의 학력이 높은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많은 문제들을 초래하고 있는 외고를 굳이 만들 필요가 없는 것이다.


둘째, 글로벌 시대에 맞는 인재 양성과 우수 인재 유출 방지를 위해 외고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글로벌 시대를 대비하여 외국어가 중요하다면 학교 교육과정의 다양화, 외국어 영재교실 운영 등을 통하여 충분히 가능하다. 또한 외고가 설립되면 대다수 졸업생들이 서울이나 수도권 소재 대학으로 진학이 이루어질 것인데 이것이 지역의 우수 인재 유출을 방지하는 것인지 회의적이다. 이에 대하여 혹자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다른 시도로 가는 학생이 중학교를 졸업하고 다른 시도로 가는 학생보다 애향심이 있기 때문에 외고 설립으로 지역의 우수 인재가 유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우매한 주장까지 하고 있다.


셋째, 학교 다양화, 선택권, 수요자 중심 등을 언급하고 있지만 그 이면은 특권층을 위한 특권학교로서 외고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서 다양화, 선택권 운운하며 생기는 학교들이 대부분 국제중․고, 자사고, 외고 등으로 잘사는 계층의 자녀가 입학하는 귀족학교이다. 다양화, 선택권 등을 주장하고 있으나 실제 교육정책이 작동되는 과정을 살펴보면 모든 학생을 위한 학교가 아니라 일부 특권계층의 자녀를 위한 학교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외에도 외고가 설립되면 소위 말하는 상위권 학생들이 진학하는 학교가 과학고 1개교, 외고 1개교, 자율형사립고 3개교, 자율형공립고 3개교 등으로 총 8개교가 생기게 된다. 이렇게 되면 입시교육을 하고 있는 우리 지역의 50여개 고등학교 가운데 외고를 비롯한 8개교가 일류고로, 나머지 학교가 이류고로 재편되면서 평준화 제도는 해체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로 인하여 경쟁교육, 특권교육이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확산되면서 공교육 파행과 사교육 조장 등 지역교육에 많은 문제점들이 초래될 것이다.


현재 우리 교육은 대단히 계급적, 계층적인 정책들이 추진되고 있다. 교육 공공성과 가치중립성은 철저히 훼손되고 있다. 자율화, 다양화, 선택권 등등의 그럴듯한 말들로 국민을 현혹하면서 특권층의 요구와 입장을 반영한 교육정책이 전면화되고 있다. 외고를 비롯한 국제중․고, 자사고 등이 그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다. 무한만능, 승자독식 구조 속에서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이 지속되는 한 공정한 사회는 절대 오지 않을 것이다. 경쟁교육, 특권교육을 중단하고 협력교육, 상생교육으로 교육정책 기조가 바뀌어야 한다. 그러한 측면에서 우리 지역의 외고 설립도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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