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학벌없는사회 광주시민모임 살림위원장 윤영백입니다. 


최근 총회 안내를 받으셨을 것입니다. 

총회를 직전에 두고 이번 총회의 각별한 의미에 대해 몇 자 밝혀 두려고 뒤늦게나마 글을 띄우게 되었습니다. 


학벌없는사회 광주시민모임이 올해 11년째가 됩니다. 

저는 2011년 이 모임 회원이 되었습니다. 

이 단체에 속해서 어떤 일을 해보겠다는 결의나 전망은 전혀 없었고, 

제 몸과 마음도 이미 다른 조직에 무게가 실려 있었지만,


꽤 덩치가 큰 노조나 어지간한 이름값이 있는 단체들도 ‘아차’하고 놓치는 문제제기나 운동을 ‘박고형준’이라는 이가 대견하고 순발력 있게 해내는 모습을 보면서,

내 몸을 움직여도 마땅한 일인데 그러지 못하고 있으니 경제적으로라도 힘들지 않게 보탬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더랬습니다. 


다른 회원 분들도 어떤 자리에서든 꽤 무게 있는 역할을 하고 있는 분들이시고,

저와 크게 다르지 않은 마음으로 우리 모임 회원이실 것이라 짐작됩니다. 


아시다시피 우리 모임은 

활동가의 자아가 어느 조직보다 깊게 그 정체성에 스며있으며,

조직의 정체성이 어느 조직보다 강하게 활동가의 몸을 통해 구현되는 조직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그간 총회 때마다

우리 조직이 활동가 1인의 역량에 온전히 조직의 성패를 맡기는 조직은 아니어야 하니 않냐,

조직의 이름으로 협의되고 실천될 수 있는 전망이 있어야 하지 않냐

하는 문제제기가 없었던 바 아닙니다.


물론, 그런 노력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그나마 가장 최선의 상태에서 우리 조직의 운동 가치를 실현해 왔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처음에 박고형준님이 상근활동을 그만두겠다고 선언 했을 때, 

조직의 폐업이 선언된 것처럼 암담했습니다. 


하지만, 그가 상근활동가가 아니라고 해서 조직 활동을 그만 둔 것도 아니며,

조직의 변화가 생길지언정 우리가 이어온 운동의 가치가 폐업될 수는 없습니다. 


이 조직을 이제 누구의 힘으로 어떻게 이어갈지 절박하게 고민할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사다리를 타서 살림위원장을 뽑아도 좋았던 제가 이런 글을 회원님들께 드리고 있는 상황이 이미 그 변화와 고민의 일부입니다. 


앞으로 우리 조직은 지금까지와는 화학적으로 다른 조직이 될 것입니다. 


다른 활동가를 뽑게 될 지도 모르지만 

박고형준을 또 다른 누군가로 대체하는 일이 아니라,

회원들의 협의와 참여 속에서 그 역시 하나의 역할을 분담하게 될 것입니다. 


이번 총회는 회원들과 함께 현 상황을 책임 있게 공유하고, 

다른 모습으로 펼쳐질 앞날을 전망하는 시작점입니다. 


여러분,


걱정하시는 만큼 관심을 주시고,

응원하시는 만큼 참여를 주십시오. 


이제 여러분의 무게를 주십시오. 


총회 자리에서 반갑게 뵙겠습니다!



2018년 2월 9일 


학벌없는사회광주시민모임 살림위원장 윤영백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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